현재 전 세계에 자기의 모국이 아닌 곳에서 사는 인구가 1억을 훨씬 넘는다. 그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디아스포라’와 ‘초(超)국적인’이다. 디아스포라는 가난, 전쟁, 탄압에 의해 조국을 떠나야 했던 무리다. 초국적인은 좀 더 나은 문명생활을 위해 떠난 사람들이다. 

디아스포라(Diaspora)의 원래 뜻은 ‘이산’이다. 서기 66~70년 1만 5천명의 로마군에게 포위된 상태로 이스라엘의 967 명 열심당원(Zealots)이 마사다(Masada) 요새에서 3 년 이상 저항한다. 그들은 버티다가 성벽이 허물어지자 전원이 자살한다. 마사다는 흑해 옆 2백여미터 절벽 위 천연 요새다. 헤롯왕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천명의 군대가 3년간 먹을 식량과 물을 비축해 놓은 곳이다. 

이 일로 유태인에게 질려버린 로마 황제 티토는 유태인들을 이스라엘에서 쫓아내라고 명령한다. 1년에 한번 ‘통곡의 벽’에 와서 기도하는 것만 허용되었다. 그래서 유태인들은 2 천년간 유랑민족이 된다. 이후부터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국을 떠나 망향의 슬픔을 갖고 사는 사람들을 ‘디아스포라(Diasporas)’라고 부른다. 중국, 러시아, 일본에 사는 우리 동포들은 ‘디아스포라’다. 일제 하에서 농사할 땅을 찾아서 갔거나 일제에게 강제동원 되었거나 독립운동을 하러 조국을 떠난 사람들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가 산업화되면서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찾아 서양 선진국으로 이민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들은 한국에 오고 싶으면 언제나 항공표만 사면되는 사람들이다.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으로 2~3 만명의 이민쿼터가 한국에 매년 주어진다. 그 후 계속된 이민으로 70 년대에 호주,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유럽 등 서양선진국에 동포들이 많이 진출한다.. 그 중엔 유신체제, 군사독재에 환멸을 느껴서 조국을 떠난 중산층 엘리트도 많았다. 이들은 ‘초국적인(Trans-Nationals)’ 이다. 

디아스포라는 강한 민족주의와 귀소본능을 보이며 혈통과 전통을 중시한다. 해외에서 민족군락(Ghetto, 게토)을 형성하여 자기들끼리 산다. 시드니의 한국인 집거지(集居地)인 이스트우드나 스트라스필드도 비슷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디아스포라는 단순노동자가 많고 애국심이 강하다. 그래서 심하면 민족분쟁의 원인이 된다. 그 나라 문화나 언어를 체득해 그 사회의 주류와 섞여 살지 않는 대신 한국인끼리 만나고 자기네 모국소식, 비디오를 많이 접하며 산다.

반면 초국적인은 자신이 선호하는 환경에서 살고자 한다. 서양인과 섞이는 것을 당위로 생각하고, 민족문화를 보존하면서 서양문화를 즐기려고 한다. 초국적인은 전문직종의 엘리트로 2중 언어(한국어,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다. 초국적인은 조국에 대한 애국심은 약한 대신 분쟁이 생기면 해결사 노릇을 한다. 

그러나 서양에 살아도 디아스포라가 있고 후진국에 살아도 초국적인이 있다. 호주에 온 생계형 이민자들은 디아스포라의 요소도 많다.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 입장에서는 초국적인을 선호한다. 국제감각을 갖춘 전문인으로서 거주국에 세금도 많이 내고 거주국 문화와 갈등도 일으키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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