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퍼갠더 전락.. 기자들 고용한 정치조직” 직격탄 
의회 특검 불발, ‘상원청문회’  편향성 조사 예고 
“애봇 전 총리 시절 내각결정 뉴스코프에 누설”
토니 애봇  “근거 없는 비방” 강경 반박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

말콤 턴불 전 호주 총리가  “나의 후임자인 스콧 모리슨 현 총리와 호주 최대 미디어 그룹인 뉴스코프(News Corp)와 계열사 스카이 TV(Sky TV)가  ‘한 팀’으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지난 몇 주동안 케빈 러드 전 총리가 온라인 의회 청원을 통해 언론 편향성을 조사하는 '미디어 독점 방지 특검'을 요구했고 특검은 출범하지 못했지만 상원 청문회를 갖겠다고 결정된 뒤 나온 비난 발언이다.

온라인 의회 청원에는 50만명 이상이 동참해 역대 가장 많은 온라인 청원 기록을 세웠다. 

호주 출신 루퍼트 머독 회장의 뉴스코프는 전국지 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 시드니의 대중지 데일리 텔리그라프(Daily Telegraph), 멜번의 헤럴드 선(Herald-Sun), 브리즈번의 쿠리어 메일(Courier-Mail) 등 호주 일간지 시장의 70%를 독점하고 있는 거대 언론 재벌이다. 스카이TV도 소유하고 있다.  

머독은 4년 전 미국에서 폭스뉴스를 기반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미국 사회를 두쪼각낸 공화-민주 지지자 대립과 백인 우월주의 세력의 준동 등 사회적 갈등 증폭에서 폭스뉴스가 트럼프 대통령 편에 서서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영국에서도 여러 보수 신문과 스카이TV등을 앞세워 보수당 정부 출범에 상당한 영향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프 그룹 소속 미디어 회사들

호주에 이어 미국, 영국 등 주요 영어권 선진국에서 머독의 미디어 그룹들이 이처럼 정치권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이 되자 머독의 출신국인 호주에서 가장 먼저 시정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케빈 러드와 말콤 턴불 전 총리들은 뉴스코프를 ‘호주 정치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악의적이고 당파적인 세력’으로 규정했다.

턴불 전 총리는 최근에 발간한 회고록에서 “머독이 자신을 총리직에서 내려 앉혔다”라고 주장했다.

턴불은지난 주 ABC방송의 7.30(세븐서티)와 인터뷰에서 "모리슨 총리는 내가 당했던 일(강제 퇴출)을 겪지 않기 위해 머독의 언론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뉴스코프는 시종일관 모리슨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머독 소유 언론들은 정부의 실패는 지적하지 않으면서 야권만을 비난한다. 그들은 마치 같은 팀처럼 한 통속이 돼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드 전 총리가 주도한 편향성 언론에 대한 특검 청원은 온라인 청원으로는 역대 최고인 5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온라인 청원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또 하원에서 모리슨 정부의 반대가 분명하기 때문에 특검 출범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녹색당이 제안한 언론 편향성에 대한 상원 청문회가 열리게 됐다.

총리 시절의 말콤 턴불(오른쪽)과 스콧 모리슨 당시 재무장관(왼쪽)

턴불 전 총리는 "중요한 것은 작금의 뉴스코프는 본질적으로 ‘선전 매체(propaganda)’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뉴스코프는 많은 기자들을 고용하는 정치 조직"이라고 노골적인 표현으로 강력 비난했다.

턴불 전 총리의 충격적인 주장에 동의한 러드 전 총리는 "머독의 미디어는 대체로 보수주의에 기대왔지만 지난 10년 동안은 아예 자유-국민(LNP) 연립의 선전 매체가 됐다. 이들은 미국에서도 극우적인 공화당을 위한 프로퍼간다가 됐다"고 주장했다.

턴불 전 총리는 그의 전임자였던 토니 애봇 전 총리 시절, 연방총리실과 뉴스코프가 거의 제휴 수준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뉴스코프의 기자와 편집자는 내각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특별한 접촉이 있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케빈 러드 전 총리

당내 표결에서 턴불에게 패배해 총리직에서 밀려난 애봇 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연방 총리로서 나는 내각의 정보를 언론에 유출하거나 동료들에게 불리한 사실을 흘린 적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이 의혹은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 반박했다. 

턴불 전 총리는 “이런저런 형태로 루퍼트 머독과 40년 동안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고 설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 재임 당시 스카이뉴스와 일부 뉴스코프 신문들의 격렬한 반대를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디 오스트레일리안지가 심했다. 내가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머독은 '스카이뉴스는 시청자가 많지 않다.' 또는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독자가 많지 않다'라며 늘 애매하게 답변하며 본질을 회피했다 "고 회고했다.

턴불은 “머독이 자유당내 강경 보수주의자인 피터 더튼(Peter Dutton) 내무장관을 총리로 세우려고(install) 했지만 실패했다. 이 사실은 ‘머독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또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모리슨 정부와 뉴스코프의 유착 의혹에 대해 총리실 대변인은 “상원 청문회 전까지는 공개적인 논평을 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토니 애봇 전 총리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