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화가 나 있다. 중국을 적으로 만들면 중국은 호주의 적국이 될 것이다. (China is angry. If you make China the enemy, China will be the enemy.)”

호주가 중국과 수교(70년대 초반)한 후 양국 관계가 근래처럼 나빠진 적이 없다. 이번 주 중국 외교관의 입에서 “호주가 중국을 적대시하면 중국은 적이 될 것”이란 원색적인 경고가 나왔다. 사실 협박에 가깝다. 

양국 관계는 특히 스콧 모리슨 현 총리 집권 기간 중 더욱 악화됐다. 중국 외교부는 호주 정부에 대한 불만 사항 14개 리스트를 의도적으로 호주 언론에 흘렸다. 이에 대한 시정 노력이 없으면 더욱 압박이 커질 것(마치 적국처럼)이란 경고인 셈이다.

모리슨 총리는 “호주의 대중국 외교정책은 국익 최우선에 입각한 것”이며 호주는 미국이나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자주국가로서 너무 당연한 원칙론 설명이다. 모리슨 정부가 중국과 나빠진 관계를 복구하는 것은 국익 차원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복구는 어쩌면 모리슨 정부의 능력을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국제 공조 없이 미국도 세계 정책을 쉽게 펼 수 없는 것처럼 호주와 악화된 중국 관계도 시간을 두면서 관리를 하는 차원으로 개선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방에 훅 가는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모리슨 총리는 대중국 관계 악화로 손실을 보고 있는 호주 재계 리더들에게 “중국과의 대화 창구는 늘 열려있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것(what we stand for)과 말할 권리를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호주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중국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시진핑 중국 주석은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목한 14개 호주 관련 불만에 대해 중국 외교부의 자오 리지안(Zhao Lijian)은 대변인은 중국 정부 책임론을 일축하며 “항상 문제를 만든 장본인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전 하워드 총리 시절 호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여유를 누렸지만 이제는 그럴 시점이 아니다. 그때보다 중국 경제가 무려 10배 커졌다. 중국은 호주를 포함한 50개국과 주요 교역 파트너 관계를 갖는다. 10년 안에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놀라운 성장을 조용히 추진해 왔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점은 중국 공산당 독재 정부가 계속 통치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 공산당 정부가 5억명을 가난에서 구제했고 빠르게 중산층으로 변모 중이다.   

모리슨 정부에게 도전은 호주 국익 최우선이며 강대국들의 경쟁 여파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다. 지혜롭게 거리를 둘 필요가 있지만 성급하게 실수를 한 점도 많다. 선진국 중 가장 앞서 중국을 지목하며 코로나 바이러스 발원 조사를 촉구했고 외국 정상 중 가장 먼저 일본 신임 총리(스가 히데요시)를 직접 만나 중국 견제를 위한 방위조약(양국 군사기지 이용)에 합의했다. 코로나 불황과 미국 행정부 교체 직전의 상황에서 이렇게 유별난 정책을 펼칠 근거가 무언지 궁금하다..
  
도널드 드펌프 미 대통령은 당연히 미국의 국익을 호주 국익보다 앞세웠다. 중국 관계도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대선에 이용했다. 1차 무역협상(Phase One trade deal with China)으로 중국은 2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농산물과 다른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다. 미국 농산물 수출이 70% 증가한만큼 호주 농부들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일방주의’의 대명사인 트럼프조차 교역(경제)과 안보 사이의 미묘한 점을 모리슨 총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모리슨 정부는 올해 6억 달러 규모인 중국 멩니우 낙농(China Mengniu Dairy Co)의 호주 라이온 낙농 음료(Lion Dairy & Drinks) 인수에 제동을 걸어 재계에 충격을 주었다. 만약 인수 기업이 미국이나 유럽, 일본이었다면 당연히 승인했을 것이다. 중국 기업이란 이유만으로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은 FIRB(외국인자본심의위원회)의 인수 추천을 거부했다.  
하워드 정부 시절 호주안보정보원(ASIO) 원장에 이어 주미 대사를 역임한 안보전문가인 데이브 리차드슨조차 “경제 관계를 안보 이슈로 만드는 것은 불필요하다”면서 분명한 정책 실수라고 질타했다. 
봅 카 전 외교장관은 이른바 ‘중국 공포(China panic)’의 갑작스런 확산에 당혹감을 나타내면서 “모리슨 정부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계속 악화되면서 호주의 국가적 손실이 늘고 있다. 재계 지도자들의 걱정이 커지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모리슨 정부는 바이든 당선인이 새 미국 행정부의 계획처럼 호주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나라들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캐나다, 뉴질랜드, 한국 등 ‘미들파워들’이 바로 이런 공조 대상국들이다. 독자적으로 할 능력이 없으면 국제공조로 어려운 과제를 풀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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