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커지자 NSW 주정부 ‘조사 착수’ 늑장 대응
안전장비 및 도로 교육 없는 주행 ‘위험천만’
9월 27일 이후 11일 간격 1명씩 희생
전국 5명 사망자 중 3명 ‘우버 이츠’ 배달원
‘피고용인’ 아닌 ‘개별 계약직’ 신분  
최저임금, 병가 외 산재보상도 못 받아  


NSW 정부가 음식배달 노동자들의 잇따른 교통사고 사망과 관련, 이번 주 전담반(taskforce)을 설치해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야당인 노동당과 녹색당 의원들은 “타스크포스 조사는 너무 늦다”면서 “긴급 규정(emergency regulation)을 제정해 즉각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이 이같은 요구를 한 배경은 지난 두 달 사이 NSW에서 무려 4명이 음식 배달을 하다가 숨졌기 때문이다. 멜번 사망자를 포함하면 두 달 사이 5명의 외국인들이 희생됐다. 호주에서 9월 27일 이후 11일 간격으로 음식 배달원 한 명씩 숨진 셈이다.

〈최근 두달, 음식 택배 노동자 5명 사망 사고 일지〉
# 11월 23일(월) 오후 6시40분경 시드니 시티 지역인 서리힐스의 차머스 - 클리브랜드 스트리트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탄 우버 이츠(Uber Eats) 배달원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자전거를 탄 배달원 남성이 굴착기를 싣고 가던 대형 트럭에 치어 현장에서 숨졌다. 

# 11월 21일(토) 우버 이츠 운전자인 방글라데시인 비조이 폴(27, Bijoy Paul, 사진)이 시드니 남부 록데일(Rockdale)에서 배달을 하던 중 차에 치어 숨졌다.

1월21일 록데일에서 숨진 방글라데시인 비조이 폴

# 10월 24일 멜번에서 도어대쉬(DoorDash) 택배 노동자인 말레이시아인 초우 카이 쉬엔(Chow Khai Shien, 36)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 9월 29일 시드니에서 우버 이츠 택배 노동자 디디 프레드(Dede Fredy)가 숨졌다.

# 9월 27일 시드니에서 헝그리 판다(Hungry Panda) 음식배달원인 중국인 시아오준 첸(Xiaojun Chen)이 배달을 하던 중 차에 치어 숨졌다.

우버 이츠, 딜리버루, 도어 대쉬 등 음식 배달 플랫폼 회사들의 배달원들은 이른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대표적인 단순직종 노동자들이다. 유학생, 방문자 등 단기 체류 외국인들이 이 일에 많이 종사한다. 

우버 이츠 음식 배달원

운수노조(Transport Workers’ Unio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음식 배달 노동자들의 평균 수입(비용 공제 후)은 시간당 $10.42에 불과해 최저 임금에도 훨씬 못 미쳤다. 종사자들의 73%가 “배달 도중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위험성을 크게 걱정한다”고 답변했다. 운수노조는 연방 정부에게 긱 이코노미와 운전자 사망에 대해 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11월 NSW 주의회 청문회에서 딜리버루(Deliveroo)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중 구직 신청이 폭등했다”고 밝혔다. 또 3명의 음식 택배 노동자들은 “팬데믹 기간 중 음식 주문(택배 수요)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는 줄었다”라고 말했다.  

계속된 사고와 관련, 우버 이츠 대변인은 “도로 안전 문제가  개선될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회사측이 안전 장비 또는 훈련을 제공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두 달 사이 4명이 숨지는 음식 배달 노동자 교통사고사망 사건이 급증하자 NSW 주정부는 ‘전담반 조사’를 발표했지만 ‘늑장 대응안’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24일(화) 앤드류 콘스탄스 NSW 교통장관과 케빈 앤더슨 규제혁신 장관은 “음식배달회사를 상대로 조사 권한이 부여된 새 타스크포스가 시드니의 배달원 사망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콘스탄스 장관은 “정부는 우선 회사와 함께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 운전자들에게는 자기 책임(self-responsibility)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도로에서 잘 보이도록 식별 장비 착용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정부는 아직 해답을 갖고 있지 않지만 일부 규정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배달원이 시드니 남부 서덜랜드에서 버스에 치여 숨졌다

이와 관련, 데이비드 슈브릿지 NSW 상원의원(녹색당)은 “타스크포스는 이미 알고 있는 점을 발견할 뿐이다.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은 훈련과 안전 장비, 산재보상(workers compensation), 최저임금 지급이 필요하다. 정부가 문제점을 인정한 것은 좋지만 그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현행 호주 노동법상 음식 배달 앱 노동자들은 피고용인(employees)이 아니라 개별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로 분류돼 최저 임금(minimum wage), 병가(sick leave), 연가(annual leave) 등 혜택을 받을 수 없다.    

NSW에서 일부 근로자들은 작업장에서 숨지거나 일과 관련된 부상을 당하면 가족에게 보상 받을 권리가 있다. 피근로자들은 이 법규로 커버되지만 개별 계약자들은 다를 수 있다. 
숨진 첸과 초우의 가족들은 그들의 사망으로 얼마를 보상 받을지 여전히 모른다고 밝혔다.  
 
노동당의 다니엘 무키(Daniel Mookhey) 의원이 위원장인 NSW 의회 긱 이코노미 조사위원회(NSW inquiry into the gig economy)도 노동자들로부터 업계 실태에 대한 증언을 청취했다. 무키 위원장은 "NSW산업안전국(SafeWork NSW)은 조사할 타스크포스가 필요없다. 그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이 숨진 우버 이츠, 딜리버루 등 플랫폼 회사에게 산업안전국이 왜 금지명령을 발급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장관은 미팅 계획을 발표하지 말고 배달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신규 긴급 규정을 발표해야 한다. 베레지클리안 주정부는 노동당의 운전자 기본 안전규정 및 장비 관련 법안을 지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방 의회에서도 긱 이코노미 종사자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녹색당 소속인 메린 파루키 연방 상원의원은 “임시 체류자들이 대부분인 택배 노동자들은 팬데믹 기간 중 호주 정부로부터 잡키퍼(일자리유지 보조금)와 잡시커(구직 수당)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이 일을 선택한 사례가 많다. 이민 노동자들의 제외(migrants’ exclusion)는 국가적 수치(disgrace)였다”라고 모리슨 정부를 강력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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