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해지, 신규 계좌 발급 거부 
아프리카 이민자들 “송금 못하면 가족들 굶어 죽을 것”  
현금 거래, 무허가 금융권 이용 증가 우려 

호주 은행들이 돈세탁 우려로 특정 사업자의 계좌를 해지 및 신규계좌 발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민자 커뮤니티 중 아프리카계 호주인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범죄조직의 돈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을 충분히 막지 못했다는 사유로 웨스트팩은행에게 호주 역대 최고 벌금인 13억 달러가 부과됐다. 이에 앞서 코먼웰스은행(CBA) 또한 자금세탁방지법과 대테러자금조달법 위반 혐의로 7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그러자 은행들이 해외에 목돈을 송금하는 사업계좌를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있는 것.

특히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아프리카계 호주인 사업자들의 계좌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고국에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높은 수수료에 위험 부담이 큰 무허가 업체를 통해서라도 돈을 송금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또 온라인 뱅킹을 이용할 수 없어 사업차 고액의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해 늘 불안하다.

멜번 풋츠크레이(Footscary)에서 작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아프리카 이민 여성 두키 와니(Duki Wani. 사진)는 “우간다와 남수단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돈을 보내지 못하면 모두 굶어 죽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IT 기업가 모하메드 이브라힘(Mohamed Ibrahim)은 현재 사업보다 은행 문제가 더 골치다. 1982년 코먼웰스은행 계좌를 개설한 그는 은행을 통해 소말리아에 매달 100만 달러씩 송금해왔다. 그런데 지난주 계좌 거래가 갑자기 불통이 됐다. 신규 계좌를 개설하러 다른 시중은행 14곳을 방문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는 “호주금융거래 감독원(AUSTRAC)에 건의하니 합법적인 사업등록증이 있음으로 아무 문제 없이 은행 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은행이 거래를 거부하고 있다고 호소하자 AUSTRAC는 은행에 계좌 개설을 강요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고 설명했다.

코먼웰스은행 대변인은 “은행은 자금세탁방지 및 대테러 자금조달법에 따라 사업자와 고객에게 부과되는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고 모든 고객은 이와 관련한 은행 정책 기준과 의무를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호주 인구의 절반은 해외 출생이거나 부모 중 한쪽 또는 양쪽 모두가 이민자다. 호주의 해외송금 규모는 10년 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호주에서 해외로 송금되는 금액은 연간 약 100억 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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