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과 연초는 호주에서 인기있는 스포츠 종목인 크리켓 시즌이다. 호주 대표팀과 호주에서 원정 경기를 갖는 나라의 대항전(test match)이 주도를 순회하며 열린다.  
지금 열리는 2020~2021 호주-인도 테스트매치는 3차전이 끝났다. 전적은 다음과 같다. 
▲ 1차전 애들레이드. 호주 승리 8위켓(wickets)
▲ 2차전 멜번. 인도 승리 8위켓 
▲ 3차전 시드니. 무승부(drawn)
4차전은 브리즈번에서 15일부터 시작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인지라 선수들도 매일 검사를 받으며 경기와 훈련을 하고 있다. 논란 끝에 관중을 대폭 줄여서 입장을 허용했다. 시드니크리켓그라운드(SCG)는 당초 2만5천명을 예상했지만 1만명만 허용했고 관중들은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기를 진행하는 이유는 그만큼 테스트 매치가 두 나라 국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끄는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경기 전적만큼 두 대표팀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호주에 상당수 거주하는 인도계 이민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지난 9일 인도 선수 모하메드 시라지(Mohammed Siraj)와  자스프릿 붐라(Jasprit Bumrah)는 SCG 탈의실에서 상당히 흥분했다. 이들은 “일부 호주인 관중들로부터 인종차별적 언어 공격을 받았다(racially abused)”라고 주장했다.
 
국가 대표나 프로선수들은 대체로 경기에서 인종차별 공격 행위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호주 일부 광팬들은 이런 욕설로 악명이 높다. 호주식 풋볼리그(AFL)에서만 원주민 출신인 스타 아담 구스(Adam Goodes), 브라질 출생인 헤리티에르 루뭄바(Heritier Lumumba), 원주민 출신인 ‘미친 개(mad dog)' 별명의 로리 뮤어(Robert Muir) 선수들이 경험한 인종차별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이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숱한 인종차별을 당했다. 

지난 10일(일) 시라지 선수는 경기 중 욕설이 다시 들리자 이번엔 참지 않고 그라운드 가운데로 걸어가 주심에게 이를 보고했다. 경기는 당연히 중단됐고 인도 선수들은 욕설이 들린 경기장 관중석을 가리켰다. 그 후 경찰에 의해 한 무리의 관중들이 경기장 밖으로 퇴출됐다. 어떤 인종차별적 언어 공격(욕설)이었는지는 호주크리켓협회(Cricket Australia)와 경찰이 조사할 것이다.
 
시라지 선수는 호주 원정 경기 초반 2주 격리 기간 중 부친 사망의 비보에 접했지만 팀에 잔류해 국가 승리에 기여하기 위해 경기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탁월한 투수(보울러)로서 자질을 갖고 있다. 

애국심은 종종 일부 군중들에게 이상한 행동 일으키곤 한다. (Patriotism does strange things to us.) 이럴 때 사람들은 “스포츠 어디에서나 이런 문제가 일어난다.  소수의 나쁜 사례들(a few bad apples)은 항상 존재한다”는 말로 사태를 무마하는 경우가 많다.

크리켓 테스트매치를 라디오로 생중계하는 공영 ABC 스포츠의  해설위원은 이 해프닝을 본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기를 잘하거나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선수 누구도 인종적 공격을 받아서는 안된다. 10일 SCG 해프닝은 실망스럽다. 한 그룹의 관중들(남자 청년들)이 경기 도중 경찰에 의해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어떤 수준의 이런 몰상식 행동도 용납할 수 없다. 50년 전에도 용납이 안됐고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SCG 관중의 인종차별 해프닝은 국가적 자부심(national pride)과 안전한 수준의 언어 공격 표현(comfortable expression of abuse)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교훈을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후자를 경기장 입장료를 내면 함께 얻는 (욕할) 자격(entitlement)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심한  착각이다. 

호주-인도 테스트 매치는 현재 1승1무1패다. 15일 브리즈번의 가바 경기장에서 시작되는 4차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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