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리처드슨 소장 5개 분야 전망
▲연말 국경개방 기대  ▲실업률 점진적 개선
▲제조업 성장 더딜 것  ▲금리 현행 최저 수준 유지
▲V자 경기회복  “해낼 수 있다”

딜로이트경제연구소의 2021년 호주 경제 전망

2020년은 모두가 힘들었다.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고 회사는 도산했다. 호주에서만 백만 명이 직장을 잃었다. 코로나-19 2년차인 2021년은 무엇이 달라질까? 

저명한 경제학자인 크리스 리처드슨(Chris Richardson) 딜로이트 엑세스 경제연구소(Deloitte Access Economics) 소장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리처드슨 소장이 본 2021년 호주 경제는 긍정적이다. 2월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이 호주에서도 시작될 계획이다. 더디지만 주/준주 경계가 조금씩 다시 열리고 있다. 팬데믹은 대체로 통제되고 있고 경제지표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호주가 지금처럼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력을 이어간다면 2021년 호주 경제는 중요한 회복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We got this).”라고 올해 경제를 한마디로 압축한 리처드슨 소장의  주요 전망을 5가지로 정리해 요약했다.

#1.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 관광객과 외국인 유학생이 돌아올 것이다
리처드슨은 뉴질랜드와 논의 중인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이 체결되면 몇 달 안에 호주인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트래블 버블은 방역이 우수한 국가 간에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을 말한다. 팬데믹 이전만큼은 아니겠지만 그의 예상으로는 올해 말까지 이 협약은 전 세계를 걸칠 만큼 넓어질 수 있다.

리처드슨은 세계여행이 다시 허용되면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씀씀이는 호주 경제에 크게 보탬이 된다. 관광교통포럼(Tourism and Transport Forum) 마지 오스몬드(Margy Osmond) 대표에 따르면, 휴가 중인 국내 관광객이 평균 $1500을 지출하는 반면 호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머무는 동안 평균 $8500을 지출했다.

세계 전역에 백신이 보급되면 외국인 유학생이 다시 늘어날 것이다. 팬데믹 이전에 국제교육 분야가 호주 경제에 차지하는 가치는 약 376억 달러였다. 리처드슨은 “호주, 유럽연합(EU), 일본, 러시아, 아시아의 호랑이들, 브라질이 서로 엇비슷한 백신 롤아웃(국내 전체 보급)에 도달하는 시기는 2021년 10월쯤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 예측은 사정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경 개방, 해외 여행 및 유학 재개 시기도 변동적이다.

#2. 실업률이 천천히, 조금씩 떨어질 것이다.
리처드슨이 평가하기에 올해 호주의 입지는 타국에 비해 매우 좋다.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아주 적다. 백신 뉴스는 훌륭하다. 자신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빅토리아주는 다른 주와 준주에서 이미 진행 중인 회복세를 따라잡고 있다. 고용시장에서 고무적인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호주-중국 무역전쟁은 사실 국민소득에 타격을 주기보다는 증대시켰다.”

작년의 경제적 피해가 빠르게 복구 중이지만 난점은 있다. 세계경제는 아직 난장판’이고, 호주 정부가 그간 제공해 오던 막대한 보호 정책(경기 부양책)들을 빠르게 철회하고 있다. 근래 호주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은 몇 년 전보다 까다로워졌다. 그러나 리처드슨은 “다른 나라에 있는 것보다 호주에 있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최악을 예상했던 실업률의 빠른 회복은 고무적이다. 과거의 불경기 때는 일자리 회복이 몇년 걸릴 정도로 매우 느렸다. 실직 후에 사람들이 다시 일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리처드슨은 “팬데믹 전보다는 실업률과 불완전고용률이 높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7월에는 실업률이 7.5%까지 치솟았지만, 처음 전망됐던 두자릿 수 실업률은 기록하지 않았다.

리처드슨은 “2023년 중반까지 실업률은 다시 5.5%로 낮아지고, 2024년 초가 되면 실업률은 약 5.0%가 돼, 실업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3. 제조업은 더디게 성장할 것이다.
제조업은 “기초가 약해서 천천히 성장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팬데믹으로 세계의 공급망이 단절됐을 때 1960년 이후부터 이어진 제조업 성장 둔화가 역전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드러냈다. 리처드슨은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리처드슨은 팬데믹 이후에 보건 관련 품목에 대한 수요가 늘어 제조업이 얼마간 도움이 됐지만 호주 제조업은 전반적으로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국가적 우선순위 6개 제조업 분야를 선정하고 국내 제조업에 15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 호주는 인건비와 간접비 부담이 커 공산품 제조 비용이 높고 숙련된 기술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들은 ‘리쇼어링(re-shoring)’ 대신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선택할 수도 있다. 여건이 좋지 않은 국내로 복귀하지 않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처럼 인접 국가에 근거리 아웃소싱을 맡기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공급망 거리가 단축되고 교역 상대가 다양해지고 인건비 등 부담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

#4. 금리는 변동이 없겠지만 정부 예산은 변화해야 한다.
리처드슨은 최저 수준의 금리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기준금리를 0.1%로 인하했고 3년간 바뀌지 않는다고 밝혀 둔 상태다. 리처드슨은 “장기적인 최저 금리로의 전환은 신용 성장에 도움이 되고 따라서 은행에 도움이 된다. 동시에 부동산 분야에도 동력(momentum)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는 최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RBA는 집값 상승 요인이 커지는 것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호주가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택한 정통적인 방법인 금리 인하와 정부 지출의 증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이를 행하지 않으면 “국가의 성과는 저조할 것”이다. 리처드슨은 “경기침체의 첫 방어선으로 연방 예산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수십 년 동안 해왔던 방식이 아니라서 이러한 생각에 저항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는 예산 정책이 과거보다 더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 경제는 크게 회복할 것이다.
리처드슨의 ‘딜로이트 엑세스 이코노믹스’는 올해 GPD의 4.4% 상승을  전망했다. 가계소비는 6.0%, 사업 투자는 3.1%, 공공 지출은 7.8%, 수입과 수출은 각각 14.8%와 6.2% 성장한다고 보고 있다. 리처드슨은 “이번 경기 침체가 과거처럼 깊었던 것만큼 V자형 회복을 보일 가능성이 생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회복 기간이 예상보다 단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경제는 심리라 하듯이 경기침체를 대하는 접근법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리처드슨은 “다시 취업할 수 있는 실업자, 충원할 수 있는 매장과 사무실, 직원을 가득 채워 다시 일할 수 있는 사업체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경제의 가장 큰 성장기는 경기침체 이후에 왔다. 리처드슨은 말한다. “하강이 클수록, 상승 폭도 크다. 우리 모두가 염두에 두어야 할 방정식이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