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국기 흔들며 ‘국경일 지키자 맞불 집회’도 열려 
‘백인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즈 티셔츠 입은 반대 시위자도 체포

1월 26일 멜번 도심에서 열린 침략일 항의 집회

국경일인 1월 26일(화) ‘오스트레일리아 데이(Australia Day)’를 맞아 멜번 도심에서 열린 ‘침략일 항의 집회(Invasion Day rally)’에 수천 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집회를 방해한 반대 시위자 두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날 시드니에서 열린 항의 시위에서 5명이 체포됐다.

멜번 집회 참가자들은 빅토리아 주의회 의사당 계단에서 시작해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Flinders Street Station)으로 행진했다.

주의회 의사당에는 대규모 경찰이 배치됐다. 행진이 진행되자 코로나-19 방역 요원(COVID Marshal)들은 군중을 100명씩 나누려고 시도했다.

시위대 대부분은 얼굴에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이동 중 종종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지 못했다.

또한 이 항의 집회에 반대한 시위자들 중 최소 1명의 경찰에 체포됐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부근에서 체포된 한 남성은 호주 국기를 망토로 두르고 미국 극우주의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와 “F**k 안티파(Antifa)’란 문구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 있었다.

프라우드 보이즈는 미국 기반의 백인우월주의, 남성우월주의 극우단체다. 안티파는 반-파시스트의 줄임말로 극우세력에 대항하는 좌파 집단이다.

집회에서 연설한 원주민 부족 군디치마라(Gunditjmara) 출신의 리디아 소프(Lidia Thorpe) 녹색당 연방 상원의원은 1월 26일을 기념일이 아니라 침략일로 규정했다. 그는 “1788년 호주 원주민에 선포된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침략일 항의 집회에 반대하며 열린 시민 집회

집회에 나온 호주 원주민들은 원주민들의 역사를 더 인정하고,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빼앗긴 세대(Stolen Generations)’ 피해 원주민 중 한 명인 셜리 블랙우드(70, Shirley Blackwood)는 “1월26일은 좋은 날이 아니다. 우리가  날짜 변경을 원하기 때문이다. 변경 이유는 많은 불행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라고 호소했다.

현행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국경일을 계속 지켜야한다고 주장하는 소규모 집회도 열렸다. 참석자들은 이른바 ‘오스트레일리아데이 국민 행진 퍼레이드(People's Australia Day Parade)’ 행사를 갖고 퀸빅토리아 정원(Queen Victoria Gardens)에서 세인트 킬다(St Kilda)로 행진했다.

참석자 대부분 호주 국기 관련 물품을 착용했고 일부는 ‘프라우드 보이즈’  셔츠를 입었다. 집회 연설자는 “호주의 날을 지키자. 호주의 자유를 축하하자”라고 말했다.

프라우드 보이즈 티셔츠를 입은 침략일 반대 시위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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