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40여명이 호주 극우주의자들이 빅토리아주의 크램피안국립공원에서 집회를 가졌다

28일 시드니모닝헤럴드지에 따르면 지난 토요일(23일) 호주의 신나치그룹 회원 40여명이 빅토리아주의 크램피안국립공원(Grampians National Park)의 할스 갭(Halls Gap)에서  캠핑을 하며 집회를 가졌다. 보도된 사진(첨부)을 보면 호주 국기와 나치 깃발을 들었고 참가자들 모두 ‘하이 히틀러!’를 하듯 오른손을 들었다. 충격적인 장면이다.  

이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우리는 KKK(We are the Ku Klux Klan)”라고 당당히 말했고 ‘백인 주도 세력(white power)’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극우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쿠 클럭스 클랜(KKK)는 아리안계 백인 혈통이 가장 우월하며 그 외(유태인, 이슬람, 비영어권 이민자들, 장애인, 성소수자그룹)는 모두 열등한 존재들로 배척되어야 한다는 위험한 인종차별적 주장을 하는 집단이다. 호주에서도 암암리에 이런 부류가 뿌리를 내리며 커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 호주 국내담당 정보당국은 “당국이 감시 중인 폭력적 우익 극단주의 세력이 호주에서 급증했다. 일부 단체들은 이슬람-국가 형태의 극단화 전략(Islamic State-style radicalisation tactics)을 사용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1월 26일 멜번 시티에서 열린 오스트레일리아 데이(Australia Day) 항의 시위에 극우주의자들인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의 심볼이 등장했다. 프라우드 보이즈 티셔츠를 입고 모자를 쓴 이들은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행진 취소에 항의하며 별도로 행진했다. 이날 멜번 CBD에서 열린 ‘침략일 행진(Invasion Day march)’에 참가한 시민들과 프라우드 보이즈 티셔츠를 입은 한 남성이 충돌하자 경찰이 이 남성을 제압했다. 프라우드 보이즈 지지자들은  소수였지만 우려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최근 해프닝에 호주인들이 놀란 이유는 지난 1월 6일 ‘미국의 악몽’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수백명의 극단적인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 의회에 난입해 무단 점거한 미 사상 초유의 ‘민주주의 파괴 소란’이 벌어졌다. 바로 이 폭동의 주도 세력 중 하나가 프라우드 보이즈 회원들이나 지지자들이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 이 백인우월주의 극우단체를 ‘애국주의자들’이라고 종종 지칭했다. ‘선동 정치’의 달인이었다.  

멜번에 지역구가 있는 조쉬 프라이든버그 연방 재무장관은 이날 ABC 라디오 내셔날(Radio National)과 대담에서 “멜번에서 프라우드 보이즈 티셔츠를 입고 행진을 하는 남성들을 목격한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 1월초 극단주의자들의 미 의회 난입은 비열하고(despicable)  혐오스러운(disgusting) 폭동이었다. 미국 수도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정말로 놀랍고 참담하다, 지역사회에서 극우 극단주의(far-right extremism) 세력과 맞서려는 노력을 반드시 배가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우리 모두에게 ‘다시는 절대 안 된다(never again)’라고 말하도록 우리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냉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라고 강조했다. 

호주 연방 정계에서 대표적인 유태계 배경의 실세인 프라이든버그 장관은 또 “세계적으로 극우주의 음모론과 반유대인 주장이 커지고 있다. 호주와 멜번에서도 그렇다. 불과 다섯 살짜리 어린 학생들이 유태인들을 바퀴벌레들(cockroaches)이라고 경멸하고 안네 프랑크 연극 제작에서 나치 십자 문양(swastikas) 홍보하는 것을 목격했다.”라고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이어 ‘켄버라 홀로코스트박물관 겸 교육센터(Canberra Holocaust Museum and Education Centre) 신설 계획과 함께 연방 정부가 75만 달러 예산 지원을 발표했다. ACT 준주 정부도 공동 지원한다.

캐나다 의회는 24일 프라우드 보이즈를 테러리스트 그룹으로 선언하도록 촉구하는 상징적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호주에서도 자생적이거나 외국과 연계된 극우주의 단체들에대해 비슷한 조치로 대응해야 한다. 감시와 경계만으로는 부족하다.  

백인우월주의 극단세력에 대한 감시가 소홀하면 2019년 호주 이웃인 뉴질랜드의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이슬람 사원 총기 난사 테러(51명 사망)와 같은 참변이 호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 테러 참사의 범인이 호주인 청년 브렌튼 타란트였기에 호주인들이 더욱 충격을 받았다. 

극단주의에 경도된 ‘외로운 늑대들(lone wolves)'의 무참한 테러 시도는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는 모르기 때문에 방지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당국이 감시를 강화해 위험분자들을 조기에 솎아내고 교화시키는 것이 효율적인 위험 최소화 방안이다. 지역사회의 협조도 중요하다.  

더불어 강경 보수 성향 정치인들 중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행위에 대해서도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극단주의자들처럼 이들도 ‘언론 자유(freedom of speech)'를 철칙으로 내세운다. 언론 자유는 물론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언론 자유’를 '책임으로부터 자유(freedom of responsibility)‘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무책임한 방종은 언론 자유가 아니다.    

호주는 언어와 문화, 관습이 미국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 ‘미국의 악몽’이 호주에서 반복되지 않으려면 호주 정치권에서 건전 온건파가 보수 세력을 주도하면서 극우 강경파를 밀어내야 한다. 후자에게 밀리면 호주도 ‘미국의 악몽’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1월 6일 전세계가 그 장면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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