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브랜드’ 마케팅 전략의 귀재
‘저렴한 가격 대비 양호한 품질’ 성장 원동력 
시장 점유율 3위.. 울워스, 콜스 긴장 

딱 20년 전인 2001년 1월 25일, 독일 슈퍼마켓 체인 ‘알디(Aldi)’가 호주에 첫발을 뗐다. 당시만 해도 호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알디는 두 개의 점포로 영업을 시작했다.

시드니의 매릭빌(Marrickville)과 뱅크스타운 공항(Bankstown Airport) 매장은 주류 판매점보다 4분 1 정도로 작았다. 900개의 제품만 입고됐고 90%는 호주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브랜드였다.

특이하게 알디는 고객을 불편하게 했다. 장을 보러 온 고객들이 직접 가방을 챙겨와야 했고 트롤리를 쓰려면 ‘골드 코인’이 필요했다. 흔한 보상 프로그램(reward system)도 제공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알디가 유력한 슈퍼마켓 체인들이 견제하는 성공모델이 될 줄은 몰랐다. 경영자들은 알디가 호주의 소매업과 쇼핑 습관에 미칠 영향을 상상하지 못했다.

알디의 역사
알디는 1913년 독일에서 안나 알브레히트(Anna Albrecht)가 에센(Essen)이라는 소도시에 열었던 작은 식료품점에서 시작됐다. 그녀의 두 아들 테오(Theo)와 칼(Karl)이 제2차 세계 대전 후에 사업을 물려받았는데 이때부터 사세가 커졌다. 1950년대 말에는 300개 이상의 매장이 운영됐다.

지금의 ‘알디’라는 이름은 1961년에 만들어졌다. ‘알브레히트 디스콘트(Albrecht Diskont)’의 첫 두음 절을 합쳤다. 디스콘트는 독일어로 할인(discount)이라는 뜻이다.

이 즈음 테오와 칼은 담배 판매 건을 놓고 이견을 보였는데 이때 알디는 두 개로 분리됐다. 테오가 운영하는 북쪽의 알디 노르드(Aldi Nord)와 칼이 운영하는 남쪽의 알디 수드(Adli Süd)다. 담배는 알디 노르드에서 팔았다. 테오와 칼은 두 개의 알디를 공동으로 운영했다.

1960년대 후반 오스트리아 식료품 체인 ‘호퍼(Hofer)’를 인수한 후 알디는 유럽 전역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1976년에는 미국에, 1990년에는 영국에 첫 매장을 열었다.

2001년 알디가 호주에 상륙했을 시점에 알디는 이미 잘나가는 다국적 기업이었다. 2021년 현재, 알디는 중국을 포함한 20개국에 1만 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알디 매장

호주 알디의 성장
2001년 당시에는 현재는 없어진 프랭클린(Franklins)과 콜스가 소유한 바이로(Bi-Lo)가 호주 식품 할인점 모델을 주름잡았다. 그런데 1990년 말, 이들 체인이 고급시장(upmarket) 진입을 시도하다 되려 저가 전략의 하나인 ‘노프릴(No-frills)’ 시장을 망쳐버리고 말았다. 그 결과 프랭클린은 끝내 쇠퇴했고 콜스는 2006년 바이로 브랜드를 포기했다.

그 사이 알디는 빠르게 팽창했다. 저렴한 가격과 양질의 품질을 앞세운 전략이 호주에서도 통했다. 2003년 중반 NSW에 38개, 빅토리아주에 6개 매장을 확보했다. 2011년에는 251개, 2013년 초에는 매장이 280개를 넘겼다. 2013년 말, 알디는 IGA그룹을 제치고 울워스와 콜스에 이어 호주 슈퍼마켓 부문 3위 기업으로 올라서게 된다.

2020년 소비자 리뷰 웹사이트 캔스타 블루(Canstar Blue)는 알디를 호주 최고의 슈퍼마켓으로 선정했다. 시장조사 회사 로이 모건(Roy Morgan)에서는 알디를 버닝스에 이어 호주에서 두 번째로 ‘신뢰받는 브랜드’로 꼽았다. 로이 모건의 자료에 따르면, 알디는 2021년 현재, 5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호주 시장 점유율은 울워스 32.9%, 콜스 26.6%, 알디 12.4%, IGA 7.3% 순이었다. 

호주 슈퍼마켓 시장 점유율(2019년)

프라이빗 브랜드와 팬텀 브랜드
알디의 판매전략은 다른 대형 슈퍼마켓의 영업 방식에도 크게 두 가지 영향을 미쳤다.
첫째, 경쟁사는 홈 브랜드라고도 불리는 프라이빗 브랜드(Private brand)를 늘리고 ‘팬텀 브랜드(phantom brand)’를 도입해야 했다. 팬텀 브랜드란, 실제로는 홈 브랜드지만 소비자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슈퍼마켓 로고나 브랜드 이름을 표기하지 않는 브랜드다.

콜스와 울워스의 프라이빗 브랜드 제품들은 2004년에 9%로 추정됐는데, 2019년에 이르면 콜스 매출의 3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울워스도 홈 브랜드 제품 범위를 콜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렸다.

특히 알디는 ‘ALDI’란 이름을 가진 프라이빗 브랜드를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팬텀 브랜드를 판매한다. 아이스크림 ‘벨몬트(Belmont)’, 청소용품 ‘레이디언스(Radiance)’, 화장품 ‘라쿠라(Lacura)’ 모두 알디의 팬텀 브랜드다.

울워스는 2016년에 독자적인 팬텀 브랜드를 론칭했다. 콜스도 2020년 ‘와일드 타이즈 (Wild Tides)’ 참치와 화장품 브랜드 ‘KOi’를 출시했다.

둘째, 경쟁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특별 구매(special buy)’ 상품군을 홍보해야 했다. 알디에는 매주 2회의 특별 구매가 있다. 이때는 텔레비전이나 스키 장비처럼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팔지 않는 품목들을 크게 할인해서 판매한다.

특별 구매는 항상 수량이 제한돼 있어서 사람들은 더욱 줄을 서서라도 물건을 사려 든다. 변덕스럽고 계절상품인데다, 한정수량인 이 상품들이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기회 상실의 두려움)’를 만들기 때문이다.

콜스는 2020년 6월부터 2주마다 콜스식 특별 구매인 ‘베스트 바이(Best Buy)’를 진행하고 있다.

사과할줄 모르는 알디
경쟁사들이 알디를 여러 방법으로 모방했지만, 알디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노프릴’을 실행한다. 알디는 콜스와 울워스에 있는 셀프서비스 결제시스템에 투자하지 않는다. 알디는 긴 컨베이어 벨트와 자리에 앉아 있는 계산원만 제공한다. 콜스와 울워스가 대규모로 투자한 온라인 배송을 촉진할 계획이 없다. 무료 쇼핑백을 제공할 생각도 없다. 그 덕에 알디는 여전히 ‘호주 슈퍼마켓 소매업계의 별종’으로 남아있다.

이 기사는 개리 모티머(Gary Mortimer) 퀸즐랜드기술대학 교수와 루이스 그리머(Louise Grimmer) 타즈마니아대학 강사가 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의 글을 정리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 – 편집자 주(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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