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개국 ‘2050년 넷제로 선언’ 불구 ‘호주는 관망 중’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앤소니 알바니즈 연방 야당대표(오른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후 대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호주의 기후 정책이 지지부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ABC 방송 진행자 데이비드 스피어스(David Speers)는 “호주 양당의 기후 정책이 마비된 채로 정체돼 있다”고 지난 1월 31일  지적했다.

최근까지 스콧 모리슨 연방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또는 넷제로)을 달성한다'는 이제는 세계적 흐름이 된 목표에 동참해야 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 왔다. 현재 세계 120여 개국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기후목표상향동맹(Climate Ambition Alliance)에 가입했다. 

탄소중립을 공약으로 걸었던 바이든 미 대통령도 이를 위한 인프라 정비에 나섰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합해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아직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지 않았고 2030년부터 2050년 사이의 목표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탄소중립을 지지한다”고 말해 온 모리슨 총리는 달성 시기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으며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호주는 2030년까지 2005년 수준을 기준으로 탄소 배출량을 26%선에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2022년 폐쇄 예정인 NSW 어퍼 헌터밸리 소재 리델 화력발전소 (Liddell Power Station)

야당인 연방 노동당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다음 총선에 내걸 중단기 탄소 배출 목표나 그 목표에 도달할 메커니즘을 확정하지는 않고 있다.

최근 앤소니 알바니즈 연방 야당 대표는 기후 변화 담당 의원을 당내 좌파인 마크 버틀러 하원의원 대신 당내 우파 크리스 보웬 하원의원으로 교체했다.

알바니즈 대표는 재무 담당이었던 보웬 하원의원을 통해 ‘경제적 관점’을 더한 기후 정책을 내놓겠다는 심산이다.

스피어스는 모리슨 총리와 알바니즈 야당대표 모두 올해 11월 글래스고에서 열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까지는 기후 정책을 서두르게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문제는 호주 정부와 연방 야당이 총회 전까지 호주의 탄소 배출에 관한 계획을 세계에 밝히라는 외부의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스피어스는 "다른 국가들이 일 년 내내 약속을 할 것이고, 바이든 행정부가 그 과제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후 정책은 무시될 수 없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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