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henomenon 현상
지난 월요일, 나는 ‘밤을 잊은 그대’였다. 이승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 주일 전으로 역주행해야 한다. 지난주 화요일, Australia Day 논쟁 때문에 호주 매스컴이 조금 시끄러울 때, 나는 한국발 신문기사도 검색하고 있었다. 이승윤이라는 청년에 눈길이 끌렸다. 전날 25일 JTBC에서 방영하는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에서 선풍적 인기몰이를 한 32세의 청년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아버지가 이재철 목사님이라는데 내 관심이 꽂혔다. “도대체 뭐지?”라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돌렸다. 신세계가 열렸다. 유희열 심사위원장을 포함한 9명 전원의 극찬이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하나의 특이한 ‘현상’이었다. 코비드-19가 작년에 이은 ‘특이한 현상’이라면, 이승윤 역시 그랬다.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나에게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그에 관한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 역주행했다. 
홍대 앞 언더그라운드 공연장과 부산 등지에서 ‘체 게바라’처럼 살며 노래하고 공연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만이 아니었다. 그의 도발적 매력에 칠순 할머니의 덕후질도 가세했다. 
댓글 2개를 소개한다. “저는 시골의 70 이 가까워져 오는 할머니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다가 이승윤 가수를 보고, 우와 내가 재력이 된다면 완전히 음악만 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올랐지요. 충격 그 자체였지요”. 
“오늘 낮에 이 노래를 틀자마자 4살 아이가 달려와 꼭 안더니 제 눈을 한동안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놀래서 왜 그래 물었더니 ‘잊어지고 헤어지는 거잖아’라는 거예요. 뭐였을까요? 이 노래가 가진 힘이었을까요?” 
사실 이런 현상에 가장 놀란 사람은 이승윤 자신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만 15년 이상 뒹굴면서 자신의 실력이 어떤 것인지를 몰랐다. 우물 안 개구리 같았지만, 청춘의 혼돈스러운 진흙탕 속에서 몸부림치면서도, 자신만의 우주를 만들어나가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던 결과다.

2. Algorithm 알고리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날 이승윤으로 이끌었다. 이 알고리즘은 시간마다 다르고, 경우마다 다르다. 내가 별 생각 없이 신문을 뒤적이거나, 유튜브를 켰을 때 내 앞에 떡 나타난다. 시작은 거의 우연에 가까웠지만 나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며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한다. 술, 마약, 섹스, 권력 앞에 노출되었을 때도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한다. 그럴 때 그 사람이 어떤 반응을 하느냐는 성격과 품성에 달려 있고, 무엇보다도 자라나오면서 받은 가정교육에 많이 근거한다. 나를 이승윤에게 이끈 것은 그의 아버지 이재철 목사였던 것처럼, 나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꽂히는 곳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곳이 내 인생의 놀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3. Mikrokosmos 소우주
어제 아마존의 CEO 베이 조스 기사가 떴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며, 최고의 혁신기업인이다. 코비드-19의 절망적 현상 속에서 오히려 기업의 가치는 높아졌고, 최고의 실적을 일궈낸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CEO의 자리를 내놨다. ‘나는 에너지가 넘친다. 다시 Day 1”. 지금까지 일궈 놓은 지상 최고의 기업으로는 아직도 ‘배고프다’는 그다. ‘아마존은 혁신 때문에 존재한다”라는 베이 조스를 바라보며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평가한다. ‘아마존에서 하나의 시대가 끝났다’. 개혁의 아이콘인 베이 조스의 제2기를 기대한다는 말이다. 
온 세계가 그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과거 성공 이력과 더불어 차기 관심 분야 때문이다. 두 가지다. 본격적 우주 사업과,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들에 관한 관심이다. ‘여전히 헝그리’한 그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우주산업에 대한 도전은 이해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세계는 ‘사람’에게 있다. 베이 조스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종업원 125만 명을 먹여 살려야 하고, 70억이 훨씬 넘어가는 세계 인구 중 불행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물질적/심적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은, 깨끗한 부자의 당연한 관심거리다. 우주와 한 사람에 관한 관심. 매크로와 마이크로의 기막힌 조화를 아는 멋진 개혁 아이콘이다. 

4. God’s Algorism 신적 알고리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지난 월요일 밤, 기대를 가지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3시쯤 깼다. 참았던 궁금함을 담아 급히 유튜브를 열어봤다. 이승윤이 BTS의 ‘소우주’를 어떻게 불렀으며, 과연 6강에 올랐을까? 여전히 이승윤은 파격이었다. 기타도 화려한 액션도 없이, 매우 절제된 모습으로 노래를 불렀다. 여전히 예리한 유희열 심사위원장은 이승윤의 진가를 알아봤고, 넉넉하게 본선으로 진출했다. 

그가 이번에 부른 노래는 BTS의 ‘소우주’다. 가사는 이렇다.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 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별빛 /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 / 한 사람에 하나의 별 / 70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 / 70억 가지의 world.” 
BTS가 세계적 현상이 된 것은, 소외된 한 사람에 대한 지극한 관심 때문이다. 내가 연구한 이승윤의 성공비결도 ‘어려운 삶을 사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이승윤은 세상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노래할게 기도보다 아프게”. 나름 이렇게 해석했다. 중요한 것은 신앙 하는 것 보다, 신앙에 근거하여 이웃을 위한 자신의 삶을 살아 내는 것이라고. 
그는 기도를 녹여내서 노래를 만들었고, 불러 댔다. 신적 알고리즘에 의해 그는 세상 무대에 섰고, 그 노래로 70대 할머니부터 4세까지의 모든 사람의 심금을 우려내고 있다. 이승윤은 계속해서 나의 연구대상이 될 것이다. 아버지가 훌륭했지만, 그분의 영향력은 교회 안에서만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그분의 아들이 나타났다. 하나님 이야기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우주의 창조자이시며 한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보여 주려는 이승윤이야말로, 현 세상이 필요로 하는 멋진 전도자라고 해석한다. 물론 아직 가공 중인 다이아몬드 원석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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