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링우드 소속 헤리티에 루뭄바 선수(인쪽)과 에디 맥과이어 콜립우드클럽 회장

이번 주 호주 스포츠계에는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호주에서 가장 인기있는 구기 종목인 호주식풋볼리그(AFL) 소속 클럽 중 하나인 멜번 콜링우드 맥파이(Collingwood Magpies) 클럽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실태 보고서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AFL 포용위원회가 주관한 보고서는 “콜링우드 풋볼클럽(Collingwood Football Club: CFC)은 조직적 인종차별의 과실이 있다(guilty of systemic racism)“고 판정하고 18개 시정 조치(건의안)를 전달했다.  

결론적으로 호주 명문 AFL 클럽 중 하나인 콜링우드 클럽 안에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조직적 인종차별주의 문화(culture of systemic racism)가 존재했으며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 보고서가 중요한 의미는 고질적인 인종차별 문제가 스포츠는 물론 호주 사회 전체에 존재하며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2010년 프리미어십 스타 플레이어였던 헤르티에 루뭄바(Héritier Lumumba)는 콜링우드 클럽에서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하며 시정을 요구해 왔지만 별다른 개선이 없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약 10년동안 AFL 경기에 199회 출전한 루뭄바는 아프리카계 혈통이며 브라질 출생이다. 1993년 길러브 맥아담과 니키 윈마, 1995년 마이클 롱 사례처럼 물론 이전에도 AFL에서 인종차별 사례는 많았다.  

2013년 시드니 스완(Sydney Swans)의 원주민 출신 레전드인  아담 구스는 경기장에서 콜링우드의 팬인 13세 백인 소녀로부터 ‘원숭이(ape)’란 욕설을 듣고 이를 묵과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 주최측에 항의했고 욕을 한 소녀는 경기장 밖으로 나가도록 조치됐다. 물론 이 소녀는 나중에 구스에게 사과했고 구스는 “이 소녀가 자란 환경이 그런 말을 하도록 한 것”이라면서 사과를 수용했다. 이런 인종차별성 에피소드를 용기있고 현명하게 처리한 구스는 ‘올해의 호주인’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구스가 겪은 후유증은 매우 컸다. 구스가 경기장에서 공을 잡을 때마다 상당수 팬들이 “우~!, 우~!”하며 야유를 부리는 일(booing saga)이 1년 이상 이어진 것. 2015년 구스가 은퇴할 때 AFL과 16개 소속 클럽은 구스에게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AFL 게임은 소속감(belonging)에 대한 것이다. 게임에 인종차별이나 차별이 존재하는한 이 소속감을 성취할 수 없다. 우리는 차별을 경험하는 커뮤니티와 함께할 것이다. 과거의 실수가 반복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지난 주 콜링우드클럽 보고서는 “AFL 커뮤니티에서 인종차별풍토를 개선하겠다는 약속(립서비스)은 거창했지만 실질적인 측면에서 개선이 거의 없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콜링우드의 루뭄바가 용기있게 클럽내 인종차별 행위를 고발했지만 클럽은 언론의 문제 제기에는 피해통제(damage control)차원에서 급급했지만 진정으로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클럽의 핵심 지도층인 이사회도 단순한 실수나 의도하지 않은 해프닝으로 치부하며 사태를 넘기기에 바빴다. 에디 맥과이어(Eddie McGuire) 회장은 그런 리더십의 정점으로 오랜 기간 클럽을 이끌었다. 그는 채널 9의 퀴즈쇼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누가 백만장자가 되기를 원하는가?)’ 진행자로 인기가 높은 방송인이다. 맥과이어 회장과 콜링우드 클럽은 빈번하게 제기된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3D인 deny(부인), dismiss(일축), discredit(불신)’로 일관했다. 

1일 발표된 실태 보고서에서 클럽의 수치스러운 역사가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맥과이어 회장은 “역사적이며 자랑스러운 날(a historic and proud day)"이라는 등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반응을 보여 호주 사회 각계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클럽을 대표하는 회장의 현실 감각과 공감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를 드러냈다. 

이 발언에 대해 루뭄바는 “세상은 변하는데 눈과 귀를 틀어막은 바보처럼 굴고 있다. 분명한 겁쟁이들(clear case of cowardice)”이라고 질타했다. 수려한 외모의 백인 남성 방송 진행자 에디 맥과이어 콜링우드클럽회장.. 그의 모습에서 막장 난동을 피우며 백악관에서 물러난 트럼프의 그림자가 왠지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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