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와 신분 차별에 맞선 
우리들의 이야기를 
쫄깃한 사투리로 풀어내
특이한 소재, 자존감 채워주는 작품

호주 동포 동화작가 이마리 선생이 청소년 역사소설을 보내주셨다. 호주에서 보내주신 건 아니고, 한국의 출판사에 연락해 부쳐주신 것이다. 역사 소재의 청소년소설이니 아주 특이하다.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읽을 수 있는 청소년소설이라고 할까, 사실성과 환상성이, 역사성과 현실성이 교차된다. 즉, 어른의 규범의 세계와 아이의 상상의 세계가 뒤섞여 더욱더 흥미롭다. 
 
서양에도 이런 유의 소설이 있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다 볼 수 있는 일종의 성장소설이자 모험소설, 즉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 에리히 캐스트너의 『에밀과 탐정들』 등. 그런데 이 가운데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것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대장간 소녀와 수상한 추격자들』은 아주 특이한 지점에 놓여 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의 특이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천주교 박해가 심했던 조선조 말의 시대적인 배경에 대한 탐색, 남원지방의 사투리 구사, 조선의 칼 제작 기술에 대한 연구. 
  반상(班常)의 차별이 뚜렷했던 신분제 사회에서 만인의 평등을 주장했던 천주교는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유교와 서학, 양반과 천민, 조정과 민중의 틈바구니에서 칼 ‘궁’의 운명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조선의 운명은?(이야기가 거기까진 가지 않지만.) 어른들의 세계에 뛰어든 아이 홍이의 운명은? 
 

〈책 소개〉
 
신유박해(1801년, 순조 1년)로 처형장이 턱없이 모자랐던 시대, 남원고을에 사는 대장장이 상쇠는 왜구의 침략으로 죽은 아내와 아들의 한을 풀기 위해 혼신의 힘으로 「남원도 궁」을 만든다. 영험한 검기가 있는 칼 ‘궁’의 소문이 한양까지 퍼지고, 관가의 군졸들이 망나니를 앞세워 남원으로 와 ‘궁’을 탈취하기에 이른다.
 
대장간 소녀 홍은 한양으로 가는 칼 ‘궁’을 되찾기 위해 긴 여정에 오르는데 ‘궁’을 탐내는 이들이 또 있었으니, 사또 아들 병서, 망나니와 그의 아들 검돌, 그리고 어사 박일량까지 처형장인 피밭으로 모여든다. 피밭에서 춘석은 아버지가 그렇게 믿었던 대장장이 상쇠가 만든 ‘궁’에 의해서 처형당한 것을 보게 되고 그 분노와 증오가 칼 ‘궁’과 그 주인인 홍에게 향한다. 그러나 홍과 함께 ‘궁’을 되찾기 위해 남원으로 내려오면서 춘석은 분노와 증오의 대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모든 것을 걸고 ‘궁’을 쫓는 소녀 홍과 아버지의 처형을 지켜봐야 하는 소년 춘석의 애증이 뒤섞인 추격전이 긴박감 넘치는 한 편의 로드무비처럼 펼쳐지고, 마침내 추격자들이 남원까지 내려와 서로 ‘궁’의 소유권을 주장하기에 이르는데……. 
 
 ‘궁’은 과연 진정한 주인인 홍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신검 「남원도 궁」은 꿈꾸던 정의로운 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금수저와 신분 차별에 맞선 우리들의 이야기를 쫄깃한 사투리로 풀어낸 『대장간 소녀와 수상한 추격자들』은 부족한 어휘까지 신나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 어른과 아이들이 같이 읽기를 권하고 싶다. 

동화작가 이마리 선생

 〈저자 : 이마리 동화 작가〉
이마리 작가는 온갖 색으로 가득 찬 지구를 사랑한다. 동물을 좋아하고 식물을 사랑해서 작은 농부로 산다. 온갖 어린 식물 속에 숨 쉬는 생명, 태양, 바람, 그리고 빗방울 소리를 듣기 좋아해서다. 한없이 걷기, 구수한 빵 만들기, 바느질하기, 영화보기를 좋아한다. 세상 모든 일이 예술이고 창조라고 생각해 항상 즐겁게 산다. 

이마리 작가가 출간한 《버니입 호주 원정대》, 《구다이 코돌이》, 《코나의 여름》은 2014•2016•2017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빨강양말 패셔니스타》는 현대에 상실되어 가는 가족 사랑과 우정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가는 발랄한 패셔니스타 소년의 이야기이다. 이 작가는 지금 호주 아웃백 이야기를 구상하고 쓰느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곧 멋들어진 호주 아웃백 이야기로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한다..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 


신검 ‘궁’을 통해 
차별과 권력의 패러디를 보다

〈출판사 리뷰〉

이 소설은 서학이 들어올 무렵,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대장간 소녀 홍이와 백정의 아들 춘석, 그리고 금수저인 사또 아들 병서가 신검인 ‘남원도 궁’을 둘러싸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작가는 이 추격전을 통해 조선시대 허물 수 없는 차별과 권력을 패러디하고 있다. 그러나 차별이 어찌 조선시대의 이야기라 할 수 있을까? 학력과 재력으로 나뉘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죽었다 깨어나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는 신분사회인 조선시대에서 홍이와 춘석은 권력으로부터 ‘남원도 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 지킬 수 없는 신검 ‘남원도 궁’, 홍이와 춘석은 ‘궁’을 찾고 지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대’를 배우고 ‘저항’을 배운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용감해지고 더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체득하게 된 것이다. 역사소설이어서 지금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 옛날 단어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친절하게 풀어준 것 역시 이 소설의 매력이다. 한자 어휘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물론, 어른들이 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재미와 상식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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