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C 의 뉴스미디어협상법안 ‘공정 경쟁’ 방점
호주 정부 “콘텐츠 사용료 지불 불가피” 원칙 고수

주요 검색엔진 경쟁자들

구글이 짐을 싸 들고나간 '빈자리'는 이 디지털 공룡기업에만 최악의 시나리오일 뿐, 그 공백이 탐나는 기업들에겐 무주공산일지도 모른다. 호주에서 검색 시장(90% 이상 점유)과 디지털 광고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구글이 호주에서 퇴장하면 시장에는 새로운 경쟁이 창출된다.

구글이 거부하는 호주 정부의 '뉴스 미디어 협상 법안(News media bargainning Code)'을 만든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의 착안점은 '공정한 경쟁'이었다.

구글, 호주에서 '검색 서비스' 중단..?
구글은 호주 의회에 상정된 새 미디어법이 현안대로 통과되면 호주에서 검색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협박을 한 셈이다. 왜냐하면 이 법이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디지털 플랫폼으로 하여금 뉴스 콘텐츠에 대한 사용료를 언론사에 지불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스페인이 저작권법을 근거로 뉴스 사용료를 부과하려 하자 스페인에서 제작된 뉴스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검색 점유율 시장 93%를 차지하는 ‘구글의 협박’에 물러서지 않고 있다. 조쉬 프라이든버그 연방 재무장관은 "우리의 입장은 매우 명확하다. 디지털 거대 기업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라고 기존 입장을 재천명했다.

호주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 덕덕고(DuckDuckGo) 등 구글의 경쟁기업들과도 접촉하고 있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iya Nadella)와 회의를 가졌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검색엔진 2위인 '빙(bing)'을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회의에서 빙의 점유율을 키울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멜라니 실바(Melani Silva) 구글 호주-뉴질랜드 담당 사장

구글 대신할 검색엔진은?
그렇다면 호주 검색엔진의 새 승자는 누가 될까? 마케팅업체 로켓 에이전시(Rocket Agency)의 제임스 로렌스(James Lawrence) 공동 설립자는 "남아 있는 경쟁업체들이 모두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이고, 결국 호주는 2000년대 초 이후에 가졌던 검색 시장보다 더 경쟁적인 시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이 강화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환경 변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빙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보지만  덕덕고(DuckDuckGo)와 에코시아(Ecosia), 야후(Yahoo)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덕덕고는 개인 정보 보호로 인기를 끄는 검색엔진이다. 구글이나 빙과는 달리 사용자의 검색 내용과 상호작용을 추적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검색 결과의 품질이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 하루 평균 9천만 건 이상의 검색을 처리한다.

에코시아는 지속 가능성과 기후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독특한 검색엔진이다. 검색 광고로 발생한 소득을 전 세계 주요 지역에 나무를 심는 일에 재투자한다. 1500만 사용자가 있고 1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색엔진 최적화(SEO)에 있어서는 이들이 구글을 따라잡기 아직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로렌스는 "다른 검색엔진의 정교함이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바른 결과를 찾기 위해 더 많은 검색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호주 ACCC의 디지털 플랫폼 조사 보고서

구글 퇴장의 광고시장 영향은?
지안루카 데마티니(Gianluca Demartini) 퀸즐랜드대 부교수는 "구글이 단순히 웹 검색 사이트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글은 유튜브와 생산성 도구들, 가령 지메일(Gmail), 구글캘린더(Google Calender), 구글독스(Google Docs), 구글맵(Google Map) 등은 호주에서 운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구글 서비스들을 이용한 광고를 계속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데마티니 부교수가 지적하듯 "이러한 광고들은 더는 다른 검색 결과에 우선해서 노출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구글이 호주의 디지털 광고 시장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원천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데마티니 부교수는 "구글의 핵심적인 경쟁우위는 구글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얻는 데이터 접근 능력이다. 호주 시장에서 웹 검색을 뺀다는 것은 구글이 호주인들의 검색 데이터를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즉, 구글이 광고시장에 행사하는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고, 기업들은 구글 이외의 디지털 마케팅 수단을 준비해야 할 수 있다.

호주인 디지털 플랙폼 시간 지출 현황(2019년 2월 기준)

과연, 구글이 호주를 포기할까?
제임스 미즈(James Meese) 로열멜번공과대(RMIT) 연구원은 구글의 협박이 호주에 통하지 않은 이유를 두 가지로 꼽는다. 첫째는 구글의 상대가 사실은 정치권과 밀접히 관련된 언론사라는 것이고, 둘째는 호주가 미국, 유럽에 비해 정치권에 대한 로비를 소홀히 해왔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로 보면 호주 정부는 '세계 최초'를 언급하면서 새 미디어법을 밀고 나갈 작정이다. 구글이 말한 최악의 상황은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구글이 이대로 새 미디어법을 거부할 경우, 호주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검색엔진을 택할 것이고 이는 검색 시장과 디지털 광고 시장 모두에 변동성을 가져오게 된다. 기업들은 흩어진 검색엔진 이용자들을 찾는 마케팅을 해야 할 수 있다. 로렌스의 언급처럼, 해야 할 질문은 ‘기회가 어디에 있는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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