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밀 해외유출 혐의”, 두 자녀 멜번 거주 

작년 8월 중국 당국에 구금된 호주 시민권자 저널리스트 쳉 레이가 거의 6개월만에 공식 기소됐다

호주 시민권자인 중국계 저널리스트 쳉 레이(Cheng Lei)가 중국에서 국가기밀 불법 해외유출혐의로 지난 주 공식 기소됐다. 작년 8월 베이징에서 구금된지 거의 6개월만에 기소됐다, 그동안 그녀는 변호인 접견도 불허됐었다.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은 8일 “중국 정부가 지난주 호주에 공식 기소를 통보했다. 호주 정부는 그동안 고위 관계자를 통해 쳉 레이 관련 국제법상 인권 문제를 제기해 왔다. 호주 영사가 그녀를 6회 면담했고 가장 최근 방문은 1월 27일”이라고 설명했다. 페인 장관은 “쳉에 대한 혐의 범위가 넓어 조사에 여러 달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그녀에 대한 혐의가 근거없다(baseless)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페인 장관은 “추가 자문을 받도록 노력 중”이라고 답변했다. 

중국 출생인 쳉은 9살 때 부모와 함께 호주 브리즈번으로 이주했고 퀸즐랜드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멜번에서 캐드버리(Cadbury)와 엑슨모빌(ExxonMobil)에 근무 후 싱가폴 CNBC와 중국 관영 영어방송 CGTN의 비즈니스 담당 앵커우먼으로 활동했다.

베이징의 호주인 커뮤니티에서 주요 인물 중 한 명이던 쳉은  호주 대사관과 호주기업 상공회의소 활동에 자주 참여했고 호주 대학 ‘글로벌 동창생(Global Alumni)’으로 선정됐다.  

CGTN에서 함께 일했던 호주인 뉴스 앵커 에밀리 앙윈(Emily Angwin)은 쳉이 활달하고 영리하며 예의바른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작년 초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되자 두 어린 자녀들(11살 딸과 9살 아들)을 멜번으로 보내 할머니가 돌보고 있다.  

지난해 중국 외교부는 “쳉이 중국 국익을 위태롭게하는 범죄 활동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가족 대변인 조카 루이자 웬(Louisa Wen)은 “그녀가 의도적으로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구금과 공식 기소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쳉의 억류 6주 전 호주 정보당국 ASIO가 시드니 거주 중국 관영 매체 저널리스트 4명의 자택을 급습했다. 이 사건 이후 중국 당국은 베이징 주재 호주 기자들을 상대로 보복성 가택수색을 단행했다.
 
작년 12월 쳉의 친한 친구였던 헤이즈 판(Haze Fan) 미국 블룸버그 통신 베이징 지국 기자도 국가안보 관련 조사로 억류됐다. 구금 19개월까지 변호사 접견이 금지됐다. 

또 다른 호주 시민권자 양헹준(Yang Hengjun)은 간첩혐의로재판 없이 2년 이상 베이징에 구금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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