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은 물론, 일상에 활력까지 더해주죠.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도 각기 선호하는 휘발유가 있습니다. 어울리는 휘발유를 넣을 때 자동차는 온전한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휘발유는 옥탄가(octane rating)를 기준으로 종류가 나뉩니다. 한국에선 고급휘발유(이하 고급유)와 일반휘발유(이하 일반유)로, 호주에선 Unleaded 91부터 98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고급유의 필요성은 그동안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고급유 세팅 차에 일반유를 넣어도 괜찮다’, ‘간혹 고급유를 넣으면 느낌이 달라진 것 같다’, ‘같은 기름인데 비싸게 팔려고 이름을 붙인 것 같다’ 등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고,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리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고급이고, 숫자가 크면 좋은 기름인지, 왜 휘발유에 가격 차이가 생기는지 알아봅시다.

가솔린 엔진은 점화플러그로 연료를 폭발시켜 힘을 얻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점화플러그의 개입 없이 스스로 폭발해버리는 자기 점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엔진이란 게 워낙 뜨거운 부품이니까요. 이 현상을 노킹(knocking)이라고 합니다. 엔진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노킹 횟수가 잦아질 경우 엔진 고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럼 노킹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고옥탄가 휘발유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옥탄가는 두 혼합물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노멀 헵테인(n-heptane)의 옥탄가를 0으로, 아이소옥테인(isooctane)의 옥탄가를 100으로 설정한 뒤, 무연 휘발유의 측정값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에선 옥탄가 94이상이면 고급유, 그 이하는 일반유로 분류됩니다. 호주에선 무연을 뜻하는 ‘Unleaded’와 그 뒤에 붙는 숫자로 옥탄가를 표기합니다. 가령 Unleaded 98이라면 옥탄가가 98인 셈이죠. 예외적으로 Unleaded E10은 에탄올이 10% 섞인 휘발유로, 내 차에 넣을 수 있는지 확인 후 사용하셔야겠습니다.

그렇다고 값비싼 고옥탄가 휘발유가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차량에 어울리는 휘발유를 가장 간단히 알 수 있는 법은 사용자 매뉴얼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차량사용설명서엔 각 차에 어울리는 옥탄가가 표기되어있습니다.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휘발유가 최상의 출력을 냅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일반유 권장 차량에 고급유를 넣은들 출력과 토크, 연비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반대로 고급유 권장 차량은 고급유를 넣었을 때 일반유 때보다 출력, 토크가 모두 증가했습니다. 물론 이따금 일반유를 넣어도 되긴 하지만, 차량의 힘은 낮아집니다. 차량 내 컴퓨터(ECU)가 이를 감지해 자체적으로 출력을 줄이기 때문입니다.

직분사나 터보 등 고출력 엔진이 들어간 차량 역시 고옥탄가 휘발유를 권장합니다. 운전 습관이 고속 주행 위주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출력은 엔진을 과열시켜 내구성을 낮춥니다. 그러니 매뉴얼에 별다른 언급이 없더라도 고옥탄가 연료를 사용해야 엔진 수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차량 관리의 시작은 내 차에 맞는 휘발유를 넣어주는 것입니다. 올바른 연료를 넣는 것만으로도 큰 고장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먹는 즐거움을 내 차에도 선사하시면 어떨까요? 분명 차도 속으로는 좋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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