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국자 5명, 호텔 직원 3명 등 감염자 10명

멜번공항 홀리데이인 호텔이 임시 폐쇄되면서 투숙객들이 다른 격리 호텔로 이동했다

한 달 가까이 지역사회 감염자 0명을 기록하던 빅토리아에서 4일 이후 1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보건당국이 확진자의 동선 및 접촉자 확인, 감염경로 조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감염의 발단>
11일 빅토리아 보건당국은 멜번 공항 인근에 있는 홀리데이 인(Holiday Inn) 호텔 격리시설과 관련해 지금까지 총 10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확진자는 홀리데이 인에서 격리 중이던 3인 가족, 다른 해외입국자 3명, 검역 관리 요원 1명, 룸서비스(식음료) 직원 1명, 경비원 1명, 직원 미상 1명 등 총 10명이다. 

보건당국은 이중 해외입국자 3명 모두 14일 의무 격리 기간을 마친 뒤 양성 반응을 보여 호텔에 머무는 동안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근거로 첫 확진자 발생 후의 호텔 CCTV영상 수천 시간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9일 기준 확인된 6명의 감염자가 모두 홀리데이 인 호텔 내 같은 층에 머물렀던 것이 확인됐다.

이 호텔은 현재 임시 폐쇄됐으며 호텔에서 격리 중이던 해외입국자 48명은 풀맨 멜번(Pullman Melbourne) 호텔로 옮겨져 추가 격리에 들어갔다. 홀리데이 인 호텔 직원 전원 135명에게는 14일 자가격리 명령이 내려졌다. 

<감염 경로>
당국은 호텔에 묵었던 3인 가족 중 1명이 사용한 연무식 흡입 보조 기구인 네뷸라이저(nebulizer, 의료용 분무기)를 감염 확산 가능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네뷸라이저는 액체 약물을 안개 현상으로 바꿔 기도에 약물이 빠르게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분무기다. 

네뷸라이저에서 뿜어져 나온 미세한 입자를 통해 공기 중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기 중에 떠 있던 바이러스 입자가 방문이 열리면서 복도로 퍼져 호텔 직원을 감염시켰다는 추정을 하고 있다.

<네뷸라이저 사용자>
호텔에서 네뷸라이저를 사용한 사람은 3인 가족의 일원으로 당시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중환자실(ICU)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 이 환자는 19명의 빅토리아 미완치 환자 중 유일하게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네뷸라이저를 사용하는 입국자는 애초에 코로나 의심 환자나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헬스호텔(health hotel), 일명 ‘호텔병원’으로 이송됐어야 했다. 그러나 이 입국자는 입국 시 네뷸라이저 소지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일반 격리호텔로 배치됐다. 그는 아마 네뷸라이저를 일종의 의료장비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빅토리아에서는 향후 국제선 입국자의 의료장비 소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기 위해 10일부터 출입국 관리 휴대품 검사에 간호사가 합류하는 방침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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