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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호주 정치권 여성 보호 낙제.. ‘추한 민낯’ 드러나전 장관 비서 ‘동료 성폭행’ 스캔들
고직순 편집인 | 승인 2021.02.18 14:49

‘꿈의 직장’ 지키려고 ‘성폭행’ 쉬쉬 충격
22일부터 시작되는 코로나 백신(화이자)이 15일 시드니에 도착하면서 이번 주 으뜸 화제는 당연히 백신 접종일 줄로 예상됐다.

그러나 2019넌 3월 의사당 내 장관실에서 자유당 당직자인 브리타니 히긴스 국방산업장관 보좌관이 동료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15일)가 한 주 내내 호주 정치권을 강타했다.

파티 후 의사당으로 돌아와 장관실 쇼파에서 술에 취해 잠든 사이 동료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그녀는  성폭행 도중 깨어났고 가해자는 이 사건 직후 해고됐다. 
 
며칠 후 린다 레이놀즈 당시 국방산업 장관의 비서실장 대행이던 피오나 브라운(Fiona Brown)과 면담에서 성폭행 의혹이 처음으로 거론됐다. 레이놀즈 장관은 성폭행을 당한 장관실에서 피해 여성을 면담하는 터무니없는 실수를 했다. 이 미팅에서 히긴스에게 경찰 신고를 촉구했다고 하지만 히긴스는 “보스(장관 지칭)가 사건에 대해 듣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문제 대처와 피해자 위로 과정도 형편 없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히긴스는 ‘꿈에 직장’에서 해고를 걱정해 결국 경찰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 초까지 미카엘라 캐쉬 고용장관실에서 근무했다. 
 
이번 주 언론 인터뷰에서 히긴스는 “내가 끔직한 시련을 겪는 과정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느꼈다”라고 지적하고 “문제 발생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언론 폭로 동기를 설명했다.

호주 정치권에서 의원이나 장관 보좌관/비서의 대부분은 젊은층이고 여성들이 많다. 2010-17년 연구에 따르면 50%가 20대였고 40대 미만이 75%를 차지했다. 행정직 비서의 90%는 여성이었고 정무.정책 비서의 40%가 여성이었다.   

이들은 집과 먼 지역에서 근무하며 회기 준비로 빈번하게 야근을 해야한다. 직무 관련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사례도 많다. 

‘살인적인 업무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공공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는 일에대한 자부심, 미래의 정계 진출을 위한 준비 과정, 막강 정치 권력과 유명 지도자들 측근에 있으면서 느끼는 희열감 등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당과 정치인들에 대한 일종의 ‘충성심(loyalty)’이 생기며 바로 이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의원, 장관)과 당에 충성하는 것이 고용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반면 고용주인 이들의 나쁜 습관이 방치되거나 당연시되는 문제가 생긴다. 

정당의 우선 순위는 항상 명성, 명예(reputation) 유지이고 현역 의원의 재선출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 당내 계보의 영역 증대도 중요하다. 정치 지도자들은 그들과 같은 선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관행이 있다.  

이같은 힘(권력)의 불균등(inequalities of power)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비서/보좌관의 복지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 관심 대상 밖이다. 불만을 제기하면 해고를 각오해야하고 꿈의 커리어를 포기해야한다. 보좌관이란 일자리는 항상 불안정(precarious)하며 어느 때든 해임 통보를 받을 수 있다. 일종의 ‘파리 목숨’ 신세다. 요즘 ‘긱 경제(gig economy)'의 택배 종사자들과 비슷한 입장이다.  

모리슨 총리는 2가지 개선안 추진을 발표했지만 실효성 없는 립서비스에 그칠 공산이 크다.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눈감아 주는 정치권의 직장 문화를 바꾸려면 진정한 개혁은 바로 최상층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총리와 야당대표가 이런 의지가 없으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아울러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문제를 덮으려는 주변인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처벌 등 강경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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