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기에 사용되었던 ‘호스피스 (Hospice)’ 란 용어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를 살펴보며, 초 고령화 시대인 2021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 지향하는 호스피스 케어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본다.

(1) 초기

역사학자들은 언제 ‘호스피스’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략 11세기 1065년경에 기원을 두고 있다. 1090년대에 십자가 운동이 일어났을 때 그 당시 치료할 수 없는 병을 가진 사람을 십자군에 의해 치료해주는 장소로 허락하였던 곳을 ‘호스피스’라고 일컬었다. 그 후 로마 가톨릭 전통에서 수 세기 동안, 호스피스는 환자나 부상자 또는 죽음을 앞둔 사람뿐만 아니라 여행객과 순례자들에 대한 친절한 보살핌의 장소였다. 14세기에는 예루살렘 성 요한의 기사단 Hospitaller의 명령으로 Rhodes에 첫 번째 호스피스가 개설되었는데, 그것은 죽어가는 사람과 장기적인 질환자를 보호하고 여행객들을 위한 피난처 혹은 숙소로 ‘호스피스’가 제공되었다. 중세에도 중증환자나 여행객의 숙소라는 의미를 지닌 ‘호스피스’라는 용어가 유행하였지만 주로 종교적인 사역으로서 ‘호스피스’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었다. 그 후 ‘호스피스 시설’들은 17세기 프랑스에서 성 Vincent de Paul의 Daughters of Charity에 의하여 활기를 찾아 계속 호스피스 영역이 발전하여 왔다. 1900년 이전 프랑스에는 이미 6개의 호스피스 시설이 있었는데 그중 Jeanne Garnier가 1843년에 설립한 the hospice of L'Association des Dames du Calvaire 가 있다.

(2) 중기

‘호스피스’의 근대적인 개념은 병원이나 요양원 등의 기관에 주어진 불치의 병에 대한 완화 보살핌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가정에서 생의 마지막 몇 달 동안의 삶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제공 하는 보살핌을 의미했다. 이러한 개념은 17 세기에 등장하기 시작하였지만 현대적 호스피스 서비스 운영의 많은 기초적 원리는 댐 시첼리 손더스(Dame Cicely Saunders (1918.6.22~2005.7.14)에 의해 1950 년대에 정립되었다. 미국에서 이 용어는 의학적으로 6개월 미만 사는 것으로 진단되어진 환자에 대해 마지막으로 환자에 대한 예우로써 입원 환자 시설이나 환자의 집에서 ‘호스피스’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메디 케어 시스템과 다른 건강 보험 공급자의 관행으로 허락되어 졌다. 미국과 영국 이외의 나라에서 ‘호스피스’라는 용어는 원래 특별한 빌딩이나 그 같은 보살핌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시설 호스피스 서비스를 하는 곳을 말하였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그 같은 기관시설은 대부분 생명의 끝에 놓인 시한부 환자들을 보살펴주면서 그 환자들에게 단지 고통완화를 필요로 하는 장소로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또한 호스피스의 보살핌은 환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과 환자의 가족을 지원하는 일, 더 나아가 가정에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지원과 보살피는 일을 포함한다. 비록 이러한 보살핌 운동은 약간의 저항을 만났지만 호스피스는 순식간에 영국, 미국,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어 갔다. 

(3) 후기

현대적 개념에서 ‘호스피스 케어’란 주로 만성 질환자, 말기 또는 중증 환자의 통증과 증상의 완화에 초점을 두고 보호 및 관리를 위한 정서적, 영적 필요에 따른 보살핌의 한 유형으로 본다. 그래서 1972년에 웹스터 사전에서 호스피스를 “여행자를 위한 숙소 또는 병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집(inn)”으로 정의하다가 최근에는 “말기환자의 육체적 감성적 필요를 채워주고 보호환경을 공급하기 위해 디자인된 시설이나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하였고, 그 후 미국 호스피스협회(NHO)에서는 “호스피스를 불치질환의 말기환자에게 가능한 한 편안하고 충만한 삶을 영위하도록 지지와 돌봄을 제공하는 것으로, 말기환자와 가족에게 입원간호와 가정간호를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인식하였다.

현대 호스피스 완화간호학에서는 ‘호스피스’의 개념을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와 그 가족을 사랑으로 돌보는 행위로서 환자가 남은 일생동안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고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신체적, 정서적, 영적으로 도움을 줌으로써 사별가족의 고통과 슬픔을 경감시키기 위한 총체적인 돌봄(holistic care)을 뜻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호스피스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면, 서울대 의대교수인 윤영호는 그의 저서 『나는 한국에서 죽기 싫다』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말기 환자들에게 극심한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심리적, 영적인 측면 등 여러 고통에 대한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호스피스’이다’라고 정의하고,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통증을 최대한 경감시켜주는 것이 의료진의 몫이라면, 환자와 가족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심리적이고 영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종교인과 봉사자, 심리치료사들의 몫이라고 하면서, 아울러 경제적 또는 정책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사업가나 사회복지사가 함께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윤영호 교수는 존엄사 대신 ‘품위 있는 죽음,’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라는 용어를 쓸 것을 제안했다. 흔히 존엄사라고 하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안락사와 그 의미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그는 죽음의 여부가 아니라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기술적인 부분’과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연 ‘호스피스’의 의미는 ‘품위 있는 죽음’만을 준비하는 과정일까?

호스피스 사역은 결코 말기 암 환우의 죽음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삶의 마지막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것 만을 의미하는 소극적인 사역도 아니다. ‘암’이라고 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는 질병이지만, 영적으로는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는 기회이다. ‘호스피스’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말기 암환우의 경우, Cure(치료)의 개념이 아니라 Care(보살핌)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현실적으로 많은 호스피스 시설들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암을 극복하기 위하여 환자 자신과 의사가 하나가 되어 치료의 과정을 밟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한다. 그러나 현대 의학에서 암이란 과거와는 달리 정복될 수 있는 질병이다. 비록 의사가 6개월 미만의 삶의 마감을 예견할지라도 많은 암 환우들이 화학적 약물치료보다 합성보조식품과 자연치유로 전환하게 되고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함으로써 암으로부터 자유 함을 얻고 있다. 그러기 위하여 무엇보다 환우의 치료에 대한 환우 자신의 의지와 보호자의 지극한 보살핌이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 부분이 오늘날 호스피스 전문가들과 호주호스피스협회(ACC Hospice)가 지향하는 사역이다.

 

김장대 목사 - 호주호스피스협회 (ACC Hospice) 대표

(연락처: australianhospice@gmail.com  0430 370 191)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