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도 임금 억제 기여 … "임시 이주보다 영구 이민 중점 둬야"
경제생활이 빠듯해졌다는 체감은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다. 2013년부터 2020년 사이에 호주의 실질 가계 가처분소득은 사실상 증가하지 않았다. 로스 가너(Ross Garnaut) 멜번대 경제학 연구교수는 그의 새 저서 <리셋(Reset)>에서 호황기(boom) 이후 소득이 오르지 않은 이 기간을 ‘독 데이즈(dogs days)’라고 불렀다.
로스 교수가 제시한 1인당 실질 가계 가처분소득 그래프를 살펴보자. 그는 1992년부터 2020년까지를 세 시기, 곧 '생산성 호황기', '자원 호황기', '독 데이즈'로 나누고 각 시기의 평균 가처분소득 성장률을 점선으로 표시했다.
로스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가계 가처분소득은 정체했거나 감소했다. 그런데 이 그래프가 실제 상황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한다. 고소득층이 ‘평균’ 성장률을 끌어올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은 2013년 이후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총생산 증가율은 훨씬 둔화됐고, 1인당 생산량은 정체됐고, 통상 가구의 실질 임금과 1인당 소득은 감소했다."
로스 교수는 최선의 상황을 가정해도 이 소득 침체가 2025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방 정부가 소득 정체기에 취한 흑자 예산 전략은 임금 침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예산 흑자는 가계와 기업의 소비력을 빼앗아 경제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로스 교수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호주 재무부는 16개의 예산안을 발표했다. 첫 14개의 예산안이 기대했던 예산 흑자는 이후 모두 크게 하향 조정됐고, 마지막 두 개 예산안은 호주 역사상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높은 이민율도 임금 성장을 억제한 요인이다. 로스 교수는 "2013년과 2020년 사이에 호주의 임금 침체를 이끈 주요 역학관계 중 하나는 결정적으로 호주의 이민정책"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부터 하워드 정부는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 200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호주 인구가 1900만 명에서 2560만 명으로 약 35% 증가했다.
로스 교수는 이 기간 이민 프로그램의 구성이 영구 이민에서 임시 이주로 변화했다는 데 주목한다. 이는 "호주 노동시장의 상당 부분이 처음으로 세계 노동시장을 통합하는 효과"를 낳았다.
"세계 노동시장과의 통합은 자원 호황기(resources boom)에는 임금과 물가상승을 억제했다. 하지만 이는 총 경제활동은 팽창하던 독 데이 동안에 끈질긴 실업, 불완전고용 증가, 실질임금 정체 등의 원인이 됐다."
로스 교수는 기술이민을 중심으로 임시 이주에서 영구 이민으로의 전환하면 저소득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팬데믹으로 이민이 급작스레 중단한 지금이 이민 프로그램을 점검할 적기다.
로스 교수는 순이민율(net migration rate)을 연간 인구의 약 0.5%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 수치는 호주의 생산성 호황기 수준이다.
그는 "유용한 교육과 기술에 중점을 둔 적당한 규모의 이민 프로그램을 조기에 정착하면 논쟁적이고 분열적인 정치 논쟁을 피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