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승리 연설을 하는 마크 맥고완 서호주 주총리

지난 13일(토) 서호주 선거는 집권 노동당의 전례없는 ‘싹쓸이 압승’으로 관심을 모았다. 호주 전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업무 수행 만족도 88%) 정치 지도자인 마크 맥고완(Mark McGowan) 주총리의 재집권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격차로 승리할까?’가 관심사였고 ‘상상을 초월한 수준의 대승(landslide victory)’이 답변이 됐다.

하원 59석 중 노동당이 최소 53석을 차지하고 자유당은 2석,  국민당이 4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당이 자유당을 제치고 사상 최초로 공식 야당(the official opposition)이 되는 이변이 생겼다. 노동당은 상원도 과반 이상 점유한다.  

양당제인 호주의 역대 주선거에서 한 축인 자유당의 이같은  치욕적 패배는 거의 전례가 없다. 주요 정당으로서 존재가 어려울 위기에 놓였다. 야당 대표조차 낙선 수모를 당하며 정계를 은퇴했다. ‘cleansing(숙청, 청산)’ ‘전멸했다(wiped out)’는 표현이 등장했다.  

마이크 나한(Mike Nahan) 전 서호주 재무 장관(자유당)은 선거 참패의 원인을 주경계 봉쇄정책에 반대한 실책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맥고완 주총리가 팬데믹 초기에 서호주 경계를 강경  봉쇄했을 당시 리자 하비(Liza Harvey) 야당(자유당) 대표는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것이 절망적 패착으로 이때부터 자유당의 붕괴가 시작됐고 1년 안에 자유당은 쓰나미에 휩쓸려간 듯 선거에서 전멸했다. 하비 전 대표도 낙선했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맥고완 주총리의 강경 주경계 봉쇄는 서호주 유권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전국에서 가장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동부 주들(eastern states)과는 마치 다른 나라일 정도였다. 호주 안에 나라가 몇 개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경계 봉쇄가 강력했다.  

호주에서 광물 자원이 가장 많은 서호주의 ‘분리주의 정서 (ecessionist sentiment)’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33년 서호주 유권자들은 연방에서 탈퇴하자는 국민투표(referendum)에서 2:1로 탈퇴를 지지한 전례가 있다. 다른 주에서 반대표가 많았기애 부결됐다. 서호주는 나머지 호주로부터 종종 외면돼 왔다는 정서가 항상 있기 때문에 지방근성(parochialism)이 강한 편이다. 

스콧 모리슨 총리도 맥고완 주총리의 강경 봉쇄 정책에 반대했다. 이민장관 시절 강경 국경 봉쇄정책(Operation Sovereign Borders)을 지휘했던 모리슨 총리도 서호주 유권자들의 정서를 읽지 못했다. 퀸즐랜드의 광산 부호 클라이브 파머는 대법원에 위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모리슨 총리는 선거 켐페인 기간 중 한번도 서호주를 방문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10월말 퀸즐랜드 선거 때는 자주 방문했고 한 주 이상 연속 체류하며 퀸즐랜드 자유국민당(LNP) 유세를 지원했다. 퀸즐랜드에서도 집권 노동당이 대승을 거두었다. 

서호주의 연방 지역구에서는 자유당이 크게 우세했다. 현재 16석(인구 감소로 곧 1석 폐지) 중 11석을 차지한다. 2019년 연방 총선에서 모리슨 총리의 표현대로 ‘기적의 승리(miracle win)’를 거두는데 퀸즐랜드와 서호주가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2021년 서호주 선거 결과로 자유당은 서호주에서 기반을 상실했다. 15% 이상의 지지율 폭락으로 공적 지원금(public funding)도 대폭 줄어든다. 

호주 유권자들은 물론 주/준주 선거와 연방 선거를 구분한다. 
이민, 외교, 환경 등 큰 이슈는 연방 선거에서 판단한다. 역대 선거 결과를 기준으로 대략 6:4 비율로 자유-국민 연립이 집권했다. 그러나 민생경제 위주인 주선거에서는 철저하게 실리를 따진다. 그 결과 6:4 비율로 노동당의 집권 기간이 길다. 

이런 구분도 팬데믹 이전이었다. 서호주는 강경 봉쇄정책으로 코로나 발병을 차단한 것 외 호주에서 팬데믹이 초래한 불황(pandemic-induced recession)을 모면한 유일한 주다. 철광석 가격 급등세로 서호주 최대 산업인 광산업은 호황을 맞고 있다. 상하 양원을 장악하며 연예인 스타 반열의 인기 절정인 맥고완 서호주 주총리가 차기 총선에서 연방 노동당의 유세를 강력 지지하고 나설 경우, 15개의 서호주 연방 지역구 판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리슨 총리에게 고민거리를 한가지 더 안긴 셈이다.

맥고완 주총리는 선거 압승 후 ‘중도적인 정책’을 적극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다수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중도 실용적인 정치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발표는 총선에서 3연속 패배한 연방 노동당 지도자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전시 경제정책’을 펼쳐야할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주장일 것이다. 호주의 가장 좌측에서 유권자들의 민심을 정확하게 읽은 ‘정치 스타’가 탄생했다. 연방 정계로 진출하라는 요구가 나오지 않을까? 필자의 사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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