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의 꿈

비좁은 창문 앞에 
잘 자라기 글른 화분에 앉아
뒤틀린 풀떼기 같은 가지 끝을
온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보지만
창 너머로 갈 수 없는
뿌리가 가진 중력의 올가미가
화초로 태어난 죄를 알려주었다
날아갈 수 없다는 걸 안 날 부터
늘어진 마른 팔들을 당기며
뿌리의 죄를 잊지 않으려 
비문을 하나하나 적는다
창밖에 봄 바람 웃으며 지나갔다고
창밖에 부드러운 빗줄기 스치며 내렸다고
그 때문에 난, 표정 없는 얼굴로
살을 찢어내며 
고운 애기 잎술 같은 싹 하나 
더 틔우려 창틈의 바람에 목을 꺾다가 
열려진 창을 내다보다가
날아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는 걸 알았다
폭풍이 휩쓸고 가는 창밖의 세상을 보았다 

화분에 심긴 내 뿌리의 중력이 
사랑이란 걸

장정윤 시인
2007년 호주동아일보 신년문예 <철대문>으로 시 당선
2014년 한호일보 신년문예 <엄동이와 도깨비 방망이>로 희곡 당선
시집  <코알라의 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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