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복귀 예정으로 현재 병가 중인 크리스천 포터 법무 겸 노사관계 장관이 지난 15일 공영방송 ABC와 탐사보도 전문기자 루이스 밀리건(investigative journalist Louise Mulligan)을 명예훼손(defamation)으로 연방 법원에 제소했다.

포터 장관이 주장하는 제소 이유는 밀리건 기자의 온라인 기사가 성폭행 피해 주장 여성이 보낸 편지를 보도하면서 가해자가 포터 장관임을 암시한 허위 혐의(false allegations)로 인해 그의 명예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포터 장관의 변호인측은 “이 기사는 장관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쉽게 누구인지 알 수 있었으며 허위 혐의를 담고 있다. 온라인 기사 중 피해 주장 여성의 자살을 초래한 ’잔인한 강간 가해자(perpetrator of a ‘brutal’ rape)‘로 포터 장관을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소송을 당한 ABC 방송의 데이비드 앤더슨(David Anderson) 사장은 이번 주 상원 예산심의위(Senate estimates hearing)에 출석해 “ABC 방송은 소송에서 적극 방어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포터 장관 혐의 관련 보도는 최상 수준(highest quality)이었으며 허위 보도 내용이 없었다.  대중의 알권리(public interest)에 기초해 보도가 결정된 것”이라고 밀리건 기자를 강력하게 옹호하고 “재판에서 ABC가 공영방송으로서 항상 공정 적절하게 행동했다(acted properly and fairly)는 점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 사이 호주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재판은 조지 펠 가톨릭 추기경의 멜번대주교 시절 아동(성가대원 2명)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 관련이었다. 판결 과정도 극적이었다. 1심과 항소심(빅토리아고법)에서 펠 추기경이 패소했지만 대법(상고심)에서 대법관 만장일치로 승소하며 무죄 방면됐다. 피해 주장 남성의 증언만으로는 펠 추기경의 유죄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항소심 기각 판결의 요지였다.

올해는 ‘크리스천 포터 법무장관 vs ABC 방송’ 재판이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모을 것이 분명하다. 이 재판에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포터 장관의 33년 전 성폭행 의혹, ‘언론의 자유(press freedom)’, 장관의 정치적 책임(political accountability) 논쟁 등 중요한 요소들이 포함돼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세기의 재판(the trial of the century)’이라고 부른다. 겟업 등 진보 성향의 사회운동단체들은 포터 장관의 공영방송 공격에 대항해 온-오프라인 광고 등으로  시민켐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양측의 변호인단도 화려하다. 포터 장관의 변호인단에는 시드니의 유명 법정변호사들인 브렛 워커(Bret Walker, SC)와 수 크리샌도(Sue Chrysanthou, SC), 레베카 가일스 변호사(solicitor Rebekah Giles)가 참여했다. 워커 대표 변호인은 조지 펠 추기경 재판에서 결국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것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시드니에서 가장 유명한 명예훼손 전문 법정변호사 중 한 명인 크리샌도 변호사는 오스카상 수상 배우 제프리 러쉬와 사라 핸슨-영 연방 상원의원(녹색당) 소송을 담당해 승소를 이끌었다. 가일스 변호사는 명예 보호 전문가(reputation specialist)로 꼽힌다.

ABC는 전 정부자문변호사(solicitor general)였던 저스틴 글리슨 법정변호사(Justin Gleeson SC)를 변호인 대표로 선임했다. 
할리우드 배우 레벨 윌슨(Rebel Wilson), 다니엘 존스(Daniel Johns) 등을 변호했던 르네 엔봄(Renée Enbom QC) 빅토리아 법정변호사, 유명 시드니 법정변호사 클라리사 아마토 (Clarissa Amato)가  ABC측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이처럼 스타급 변호사들을 동원하면 그만큼 법정비용이 엄청나다는 의미다. 원고나 피고측 한쪽에서 부담해야 할 법정비용(재판 준비 단계 포함)이 최소 1백만 딜러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ABC가 패소할 경우, 원고에게 보상금과 원고측 법정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여러 측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이번 소송은 ‘공익 저널리즘에 대한 공격(assault on public interest journalism)’ 여부에 대한 심판이기도 해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  
호주 언론계를 중립, 독립적으로 지탱하는 기둥인 ABC 방송에서 탐사보도 기자들의 활동은 ABC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부분에 속한다. 만약 ABC가 패소할 경우, 불리한 판결로 탐사보도와 권력과 금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독립적 보도 활동이 위축될 수 있어 우려된다. 그것이 ABC 애청자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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