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여성들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으면서도, 가정에서 차지하는 어머니의 위상은 남달라 보입니다. 그것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매주 맞이하는 안식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안식일이 되면 유대인 가정은 우선 자녀들과 더불어 자신의 방을 정리정돈하고 집안을 청소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음식을 준비하고 아버지는 아내의 음식 장만을 돕고, 안식일 예배를 위해 가족 수대로 촛대를 준비하고 노래와 시편 문구가 담긴 책자 등을 준비 합니다. 
안식일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신에게 감사와 기도를 드린 후, 자녀들을 축복하는 것 보다 앞서  어머니를 향해 아버지와 자녀들이 축복의 노래를 부르고 감사를 전하는 시간을 따로 가지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녀를 축복하는 것은 어느 종교에서도 자주 확인해 볼 수 있지만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에게 하나님 다음으로 감사와 축복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특이해 보입니다. 이는 어머니가 가정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알게 할 뿐만 아니라, 온 가족으로부터 존경과 남편의 사랑 이상의 지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시간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표식입니다. 
어머니가 자녀를 위해 고생만하고 아버지를 위해 뒷바라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머니 자신의 존재가 개별적으로 존중받고 가정에 소중한 역할을 가진 중심임을 별도로 확인하는 시간인 것입니다. 
이를 보며, 아들은 어머니의 위상과 여성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딸도 자연 스럽게, 자신이 여자로서 아들과 동등할 뿐만 아니라  존귀한 존재와 더욱 소중한 역할을 부여받은 인식을 스스로 확인하며 자라게 합니다. 성경에는 유다 지파의 다윗과 메시아의 계보를 이룬 인물로 다말과 라합과 룻과 밧새바의 여성의 이름이 당당하게 등장합니다. 얼마나 여성의 위상이 분명하게 인정되고 있을 지를 확인하게 합니다.   

탈무드에서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신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큰 맥락에서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웃 사랑의 가장 우선하는 첫 번째 대상을 아내로 간주합니다. 현자들은 “ 남자는 자기 몸 보다 자기 아내를 더욱 존중해야한다 그리고 자기 몸을 사랑 하는 것처럼 아내를 사랑해야한다” (힐코스 이셔스15:19-20)고 가르칩니다. 
성경에서 아내를 사랑해야 하는 것이 엄중한 것을 여러 군데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야곱에게는 레아와 여종 등 네명의 아내가 있었지만 라헬을 가장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라헬에게는 아이가 없었고 그것이 상처가 된 라헬은 야곱을 찾아가 “나에게 아이를 갖게 하지 않으면 죽겠노라(창30:1)”고 떼를 씁니다. 이 때 야곱이 “임신을 하지 못하게 하시는 분이 하나님인데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겠느냐”며 라헬에게 매정한 말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탈무드에서는 야곱이 더욱 자상한 말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 합니다. 랍비 비드라시는 “이것이 고통 받는 사람에게 대한 정당한 말인가?”하고 반문했습니다. 엘가나의 아내 한나도 아이를 갖지 못해 울며 기도할 때, “내가 열 아들보다 낫지 않냐(사무엘 상1:8)”고 말하며 위로와 안심을 시키려는 배려를 담고 있는 아내에 대한 세심한 남편의 태도를 보여 줍니다. 
탈무드는 “토라 전체는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쓰여진 대로, 그 길은 기쁘고 내내 평화로 가득하다” (바벨로니안 탈무드, 기튼 59b) 라고 제시함으로 무엇보다도 가정에서도 평화를 추구해야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평화를 이루어가기 위해 이렇게 제안합니다.
“두 마리의 낙타가 좁고 가파른 산길에서 만났습니다. 계곡이 밑으로 내려다 보이고 둘이 길을 가려면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 일까요? 그것은 한 마리가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양보하는 것입니다. 짐을 지지 않은 낙타가 짐을 실은 낙타가 먼저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바벨로니안 탈무드산헤드린32b)
이 말은 둘 다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 양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더 감당이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에게 기꺼이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제안 합니다. 가정에서 누가 먼저 양보를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면 , “남편들에게 요구하는 탈무드의 교훈이 있다면 너희에게 허락된 것 안에서 성화를 이루라”(예바못20a), 그리고 “의를 행하기 위해 의롭지 못한 수단을 사용한다면 결과적으로 그 마지막을 정의롭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탈무드의 지혜로 가장의 자세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내 입장을 관철하려다 보면 거친 말이 나오고 때로 날선 부부 싸움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모두 존경받고 평화로운 가정에서 성품좋은 자녀들을 키우고 싶습니다. 많은 남편들이 아내를 사랑하고 감사해 하면서도 좀처럼 표현하지 못하는 어색함에 젖어 삽니다. 아내를 먼저 축복하고 엄마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챙긴다면, 유대인 여성들처럼 아내의 자존감과 위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정에 대한 자녀들 스스로의 인식도 달라질 것입니다. 내가 양보하고자 하면 가족 모두의 위상이 높아지고 더욱 평화와 사랑이 가득한 가정이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샬롬! 
 
정원일 호주이스라엘 연구소장
문화교류학박사(Grace Theological Seminary) 
이스라엘 & 크리스챤 투데이 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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