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숨
- 양오승
애호박 밑둥에 똬리 튼 덩쿨 손
손주 머리 쓰다듬는 아버지 손 같아
지문 닳은 손바닥만 툇마루에 홀로
줄지어 일렁이는 초록 텃밭 사이
숨은 꽃잎 웃음 소리
힘없는 마당이 빨개진다
늙은 몸 접어 부실한 땅에 붙이고
가난한 밥상 호미질하는 휘어진 손가락
목덜미 헤집는 헛기침 아랫목에 잠기면
문고리에 묻은 한 숨 달빛 들인다
반딧불이 홀로 어둠을 날고
방구들 등짐처럼 깊어지면
하얀 속눈썹에 맺히는 혼 숨
한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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