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증오범죄의 ‘심각성 개탄’하며 
시민들의 편견과 폭력 고발, 연대 촉구 

지난 3월 16일(미국시간) 미국 남부 조지자주 애들란타에서 백인 청년 로버트 롱(Robert Aaron Long, 21)이 마사지와 스파 업소 3곳에서 총기를 난사해 8명이 숨졌고 1명이 부상당했다. 사망자 중 6명이 아시안 여성들이며 4명이 한국계 여성들로 ‘아시안 증오 범행’이란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글은 이 사건을 보고 멜번 리들리신학교(Ridley College)의 마이클 버드(Michael F. Bird) 교수(학장)가 지난 3월 19일 블로그(https://twitter.com/mbird12)에 올린 애도문이다.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는 신약학자인 버드 교수의 승낙을 받고 애도문을 게재했다. 버드 교수의 지인인 신재구 목사(맥쿼리 성공회교회, Macquarie Anglican Church)가 이 글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 편집자 주(註)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대한 애도’
여성 혐오와 반아시아인 폭력을 슬퍼하며..

Lament for the Atlanta Shootings
Grieving over Misogyny and Anti-Asian Violence

마이클 F. 버드(Michael F. Bird) 
멜번 리들리신학교(Ridley College) 학장, 교수

“많은 분들처럼 저도 로버트 롱(Robert Aaron Long, 21)이 애틀랜타에서 8명(아시안 여성 6명 포함)을 총격 살해한 사실에 충격을 받고 슬프고 깜짝 놀랐습니다.  

남침례 교인 

그의 흉악한 행동만으로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고 하면, 롱이 미남침례교단(SBC) 교회의 교인이었다는 사실은 더욱 괴롭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롱을 “매우 착하고” “대단한 크리스천”이라고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성 중독의 유혹을 없애고 싶었기 때문에 이 마사지 가게에서 여섯 명의 여성을 죽였다고합니다. CBS 뉴스에 따르면 롱은 수사관들에게 "하나님과 총을 사랑한다"고 했답니다.

이 비극의 여파로 인해 롱이 남침례교인이었기 때문에 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추론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무슬림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테러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많은 남침례 교인들이 이 끔찍한 범죄와 절망을 슬퍼하고 애통해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특정 유형의 가르침이 살인자의 정신 상태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가? 자비로운 가부장적 사고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사악하고 욕망이 많고 살인적인 인간으로 떨어졌을까요? 

“여성들의 성적 유혹을 조심하라”는 권면이나 “네 몸에 있는 죄를 죽이라”는 말씀과 자신의 죄를 씻는 방법으로 갑자기 여성을 죽이는 것 사이에 도대체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음란물 중독, 정신 건강 문제 및 총기 접근과 같은 다른 요인들로 인해서 그런 결과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히 밝혀질 것입니다. 나는 남침례교단 친구들 중 일부가 이 가혹한 폭력이 진정한 기독교인이 아니라 오히려 뒤틀린 악이라고 대답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 이런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남성성이나 권위에 대하여 보이는 그들의 견해가 어떻게 잘못되어서 그런 악으로 변질될 수 있는가라고 말입니다. 그게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훌륭한 남침례교단 소속의 많은 남녀 친구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몇 주 동안 그들이 제자도, 젠더, 권력, 폭력 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반아시아 인종 차별

살해된 여성들은 아시아인이며 이민자들이었습니다. 롱은 인종적 동기를 부인했지만 아시아 여성을 직접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그리고 호주도) 반아시아적 폭력과 인종 차별의 문제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대학인 리들리신학교(Ridley College)에는 학생들의 약 20%가 아시아인인데 반아시아적 편견을 얼마나 자주 경험하는지 보면서 괴로운 마음입니다. 

거리에서 일어나는 노골적인 학대나 때때로 그런 일들을 보면서도 말들은 하지 않지만 ‘남의 일’로 치부하는 무언의 그림자가 비치든 간에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인들이 진보적 좌파에 의해 “초백색”(hyperwhiteness)이라는 비난을 받고 극우들로부터는 “쿵 플루” 또는 “중국 바이러스”의 보균자라고 매도되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우리는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아시안들과 연대한다는 게시물을 올리는 것 이상의 행동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편견을 볼 때 폭로하고 폭력이 발생하면 고발해야합니다.

아시아인 친구, 동료 및 가족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십시오. 그들이 반대하는 것을 보고, 그들에 대한 증오를 볼 때마다, 그들만 혼자 서있을 필요가 없도록 우리가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십시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업소 앞에서 한 동양계 청년이 ‘STOP ASIAN HATE(아시안 증오를 멈춰라)’라고 쓴 푯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우리는 애틀랜타에서 무고하게 
생명을 잃은 이들에 대해 슬퍼하고, 
애통하는 이들의 고통을 봅니다. 

악 위에 악이 쌓이는 것을 보며, 
우리 신앙이 악한 모습으로 
변질된 것을 고백합니다. 

주여, 기도하오니, 
애통하는 이들을 위로하시고, 
이 세상에 정의가 충만케 하시며, 
우리의 마음의 죄를 깨닫고, 
모든 가혹한 형태의 여성 혐오와 
외국인 혐오에 맞서 행동할 용기로 
우리 마음을 채워주옵소서. 

아멘

신재구 목사

연세대 졸업한 신재구 목사는 시드니 무어신학교(Moore Theological College)를 졸업하고 호주 성공회 교단의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다. 
신 목사는 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blogbetween/222280386465)에서 “진정성과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켜 마음에 울림을 주는 형제애를 느낍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기도를 함께 하시고 또 이 내용을 공유해서 함께 기도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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