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 면역전문가 “연관 가능성 배제 못 해”
혈전 생성 관련 나이, 성별 요인도 ‘불분명’

전 세계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혈전’ 발생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호주에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호주뉴질랜드혈전지혈학회(THANZ), 연방 최고 의료책임자 대행, 의료 규제 당국 등은 최근 멜번에서 AZ 백신 접종 후 발생한 혈전 부작용 사례(40대 남성)에 대해 두 건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AZ 백신을 맞고 혈액 응고 증상을 보인 멜번 남성(44)의 진단명은 ‘백신 유발성 부혈전 면역 혈소판 감소증’(vaccine induced prothrombotic immune thrombocytopenia, VIPIT)으로 매우 희귀한 증후군이다. 

혈전지혈학회의 비비엔 첸 부교수는 “AZ 백신과 희소한 혈전 사례 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연관성에 관한 과학적 조사가 전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빅토리아 면역안전국의 짐 버터리 교수는 “아직 결정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지만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토대로 영국에서 AZ 백신 접종자 1800만여만 명 중 30명에게서 혈전이 발생, 즉 5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코로나-19에 감염된 65세 노인의 사망 비율은 100명당 1명 내지 2명이다. 고령일수록 사망확률은 높아진다. 이에 유럽의약품청(EMA)과 호주 식품의약처(TGA)는 백신의 이점이 부작용 위험보다 크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혈액 내 혈소판은 상처 부위에서 출혈을 멈추게 하는 혈액 응고 작용을 한다. VIPIT는 이런 혈소판 수치 감소에 이은 혈액 응고 분해 산물 증가, 혈전 형성, 혈소판 과다 활성을 유발하는 항체 생성 등 매우 특이한 증상의 조합이다. 이 특이 항체가 VIPIT의 핵심이다. 혈소판의 혈액 응고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혈류에서 혈소판을 제거하는 이중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VIPIT를 연구하고 있는 소아혈액학자 폴 모나글 멜번대 교수는 “항체는 여러 경로를 통해 생성될 수 있으며 아직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라며 “백신이 아닌 혈소판 염기서열을 인식한 항체 생성”을 한 가지 가능성으로 제기했다.

백신 접종 후 혈전 생성에 대한 잠재적 위험요소 또한 여전히 불분명하다.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를 보면 대부분이 55세 미만 여성에게서 나타났다는 것인데, 여러 유럽 국가가 젊은 층을 우선으로 초기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는 점과 의료종사자의 상당수가 여성인 점 등을 고려하면 특정 나이와 성별이 혈전증의 명확한 요인으로 지목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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