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7억4700만 달러 예산으로 북부 지역(Northern Australia)에 있는 4개 군사훈련기지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향후 10년동안 국방예산 80억 달러 지출 계획의 일환이다. 
 
이 업그레이드 발표 시기가 좀 절묘하다. 마이클 페즐로(Michael Pezzullo) 내무부(Department of Home Affairs)  차관보(secretary)의 “전쟁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 이후 스콧 모리슨 총리가 발표했기 때문이다. 

페즐로 차관보는 앤작데이(4월 25일)를 맞아 내무부 직원들에게 “자유국가들은 전쟁의 북소리를 듣고 있다(drums of war are beating). 호주는 반드시 군사 파병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다분히 충동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호주는 미국, 호주의 우방국들, 인도-태평양 이웃 국가들과 공조하면서 호주의 국익 증진을 지속할 것이다. 자유를 선호하는 세계 질서로 평화, 안정,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추구하는 것에 호주가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선동적인 발언이라는 비난에대해 그는 “호주 현충일을 맞아 평화를 갈구하는 개인적인 탄식(personal lament for peace)”이라고 해명했다. 
 
페즐로 차관보의 발언 전 내무장관 출신인 피터 더튼 신임 국방장관은 “중국과 대만의 전쟁 가능성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should not be discounted)”라고 경고하면서 “호주는 지역내 어떤 분쟁에도 대비할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튼과 페즐로는 개각 전 내무부에서 장관과 부서의 실질적 행정 책임자인 차관보로 손발을 맞추었던 사이다. 페즐로가 내무부에서 국방부 차관보로 옮길 것이란 소문이 들린다. 그는 노동당과 자유-국민 연립 정부에서 주요 부서의 차관보로 승승장구하는 실세다. 선출직(의원) 장관을 제외하면 부서의 사실상 수장을 십년 이상 해오고 있다. 이민부, 내무부에 이어 소문대로 페즐로가 국방부 차관보에 임명된다면 자유당내 강경파의 실세인 더튼의 당내 입지가 더 커질 수 있다. 

더튼은 이미 말콤 턴불 총리 시절 당권에 도전한 전력이 있는 야심가이다. 크리스펀 포터 전 법무장관이 성폭력 스캔들 의혹으로 사실상 대권 후보군에서 탈락했다. 이제 자유당에서 온건파 정책통인 조쉬 프라이든버그를 제외하면 더튼 장관에게 제동을 걸 정치인은 없는 셈이다.

국방장관과 페즐로 내무차관보의 강경 발언 후 모리슨 총리가 바톤을 이어 받았다. 그는 북부 지역의 군사훈련기지 업그레이드를 위해 노던테리토리준주에 7억4700만달러의 국방 패키지를 28일 발표했다. 이 패키지의 목적은 호주군의 지상전투력 강화와 미국과 전쟁 게임(war gaming) 확대와 인도-태평양 방어를 목적으로 주요 전략적 훈련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4개 훈련기지 업그레이드에는 무기 발사시설 전면 개편, 보다 큰 군항공기를 수용하기위해 NT 브래드쇼 지상훈련장(Bradshaw Field Training Are)의 방공망 확장, 호주군과 미국 해병대의 합동 훈련을 위한 신규 훈련시설 등이 포함됐다.
미 해병대는 2월 이후 2-5백명의 그룹별로 다윈에 도착해 6월까지 약 2,200명의 미 해병대 병력이 NT에서 탈리스만 사브레(Talisman Sabre) 작전에 참가할 계획이다.

발표 후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모리슨 총리는 “호주 북부 군사기지 투자 확대는 평화 유지가 목적이지 중국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권 외에 학계에서도 국방력 강화 주장이 나왔다. 로위국제연구소(Lowy Institute)의 샘 로기빈(Sam Roggeveen) 연구원은 “호주는 전쟁 발발시 미국의 지원 의존을 예상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자체 방위력 증가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호주의 국방력 강화에 상당한 투자를 촉구했다.
 
최근 호주 여권에서는 터져나온 강성 발언에 대해 크게 우려하며 나선 정치인은 노동당의 마크 맥고완 서호주 주총리다. 그는 수위 조절(tone down)과 외교를 통한 대립 완화를 촉구했다.

코로나 사태와의 1차 전투에서 호주는 강력한 억제로 승리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백신 공급이란 2차 전투에서 호주는 다른 나라들보다 뒤처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이 시급한 이런 시국에 대중국 관계 악화를 자극하며 국방력 강화를 주창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배경이 의심스럽다. 
미국, 영국 등 호주 우방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상황에서 중국과 긴장 악화를 빌미로 국방력 증대를 앞세워 기후변화 이슈를 희석시키려는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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