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모리슨 정부의 충격적인 인도 체류 호주인 임국 금지 결정은 호주 사회를 뒤흔들면서 호주 정치권의 배후에 '인종차별적 동기'가 도사리고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1일, 그렉 헌트 연방 보건장관은 전염병의 유입과 확산을 방지하는 생물보안법(Biosecurity Act)이 보건장관에게 부여한 강력한 권한을 전격 행사해 국내외에 충격을 주었다.

이에 따라 입국 예정 14일 이내에 인도를 방문했거나 체류했다면 호주 시민권자도 호주 입국을 시도하는 경우, 최고 5년의 징역형 또는 최대 6만 66000달러의 벌금형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인도 체류 호주인들의 입국을 막기위해 이처럼 강력한 형사처벌을 발표한 것은 호주 역사상 처음이다.
현재 약 650명의 취약계층을 포함한 9000명의 호주인이 인도에 발이 묶여 생명과 안전의 실질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다. 

이 입국 제한의 합법성과 타당성은 차치하더라도, 방역의 명분으로 자국민의 귀국을 범죄화하고 시민을 위험 지역에 방치하는 모리슨 정부의 조치에 대해  대부분의 호주인이 충격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분노하고 있다.

정부 발표 후 호주인권위원회는 인권침해 우려를 즉각 표명했다. 법률전문가들은 모리슨 정부가 '시민은 국가에 복종하고, 국가는 시민을 보호한다'는 관습법적 원칙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더 강한 분노와 차별을 느낀 호주인은 바로 호주의 인도 커뮤니티다. 많은 인도계 호주인은 이들이 '호주인'인데 배척당한 것이 아니라 '인도계'라서 배제됐다고 점에서 분개했다.

웨스턴시드니대 선임연구원 수크마니 코라나(Sukhmani Khorana)는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기고문에서 "인도계 이민자들은 오랫동안 호주에서 차별과 인종차별을 경험해왔다"고 비난했다.
수년간 인도계 호주인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이들의 정치력도 신장했다. 지난 5년 동안 인도 출신 이민자는 44만 9000명에서 72만 1000명으로 다른 소수민족그룹보다 크게 늘었다. 작년에는 3만 8000명이 넘는 인도인이 호주 시민권을 받았다.

코라나 선임연구원은 "그런데도 여전히 호주의 주류 공공영역에서 이들은 충분히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고 지적했다.

호주 정치권, 언론, 인권단체, 인도계 호주인 단체 등 각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모리슨 총리는 "인종차별적 동기는 없었다",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해명 수준에 머물렀다.
헌트 보건장관,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 마리즈 페인 외교장관 등 주요 각료들은 이 입국 규제가 최고의료자문관의 조언과 생물보안법의 법적 근거하에 내려졌다고 방어했다.

하지만 폴 켈리 최고의료자문관의 조언에는 호주인이 인도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할 수 있다는 경고도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형사 처벌은 전혀 업급되지 않았다. 
코라나 선임연구원은 "왜 인도발 항공편이 선정됐는가"가 "진짜 문제"라고 꼬집었다. 2020년 미국, 영국, 유럽에서 현재 인도처럼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가 급속 확산됐을 때 이렇게 급격한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두가지 측면에서 입국 규제가 지나쳤다고 설명했다. 첫째, 인도계 호주인은 "쉬운 대상"이었다. 정부는 인도 당국자와 언론이 국내 문제에 몰두하고, 인도계 호주인의 처우에 대한 불만은 제기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여겼을 수 있다.
둘째, 인도계 호주인은 "다른(other)" 또는 "모범적 소수계층(model minority)"으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코라나 선임연구원은 "인도계 호주인과 그들의 지인들이 여행 금지에 대한 정당한 분노를 표출할 플랫폼이 그 어느 때보다 많지만, 그렇다고 권력자가 이를 듣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팀 수포마산(Tim Soutphommasane) 전 인종차별위원장은 정부의 이번 조치에 "모든 시민이 평등한 시민권을 누릴 수 있다고 간주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제는 이 논란의 입국 제한을 연방정부가 철회하느냐 마느냐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무심하게 표출된, 호주 사회에 뿌리 깊게 스며든, 차별과 차등의 문제가 이 이슈에 내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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