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의 급속 보급과 함께 사회 경제적인 큰 변화 중 하나가 우버, 딜리버루, 메뉴로그, 도어대쉬 등 이른바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하는 '긱 경제(gig economy)'의 세계적 확산일 것이다. 

‘긱 경제’의 사회적 영향은 입장에 따라 긍정과 부정이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종사자 입장에서는 ‘착취 경제(exploitation economy)’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이 시스템의 구조적인 결함이다.

여러 선진국에서 이미 문제가 된 것처럼 최근 호주에서 의미있는 결정이 내려져 관련 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18일 호주 노사감독기관인 공정근로청(Fair Work Commission: FWC)은 딜리버루 전 자전거 배달원(Deliveroo rider) 디에고 프랑코(Diego Franco)의 부당해고 신청(unfair dismissal claim)에서 신청자측의 주장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호주 운수노조(Transport Workers Union)가 프랑코의 부당해고 신청을 지원했다.  

FWC의 이안 케임브릿지 커미셔너(Commissioner Ian Cambridge)는 "전 배달원 프랑코는 딜리버루와 고용 관계(employment relationship)를 유지했다. 그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로 인정한다“고 판결하고 복직과 배상을 명령했다. 또 회사측의 일방적인 이메일 해고 통고에 대해 ”무정하고(callous) 겉치레적인(perfunctory) 서비스 종료(termination of his services)였다“고 질타했다.
딜리버루는 FWC의 판결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 항소할 예정이다.

플랫폼 기업에 맞선 규제 강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스페인 정부는 작년 법원 판결 후 최근 플랫폼 기업들에게 독립계약자(contractors)를 피고용인(employees)으로 변경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신설했다. 

미국은 약 2주 전 바이든 정부의 마티 월쉬(Marty Walsh) 노동장관(labor secretary)이 “많은 사례에서 긱 노동자들을 피고용인들로 분류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우버(Uber), 리프트(Lyft), 도어대쉬(DoorDash) 등 플랫폼 기업들을 대상으로 노동부가 규제 요건을 강화하는 길을 제시했다. 

앞서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도 주요 법원이 “플랫폼 배달원들은 독립계약자가 아닌 피고용인”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프랑스는 예외였다. 파리 항소심(Paris Court of Appeal)이 지난 4월 딜리버루 운전자들을 계약자들이라고 판결했다. 
 
플랫폼 기업들 중에서도 일부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메뉴로그(Menulog) 등 일부는 피고용인 모델로 전환 중이거나 계약자와 피고용인 중간 단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도록 규제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변화와 개선에는 당연히 정부의 의지와 리더십이 중요하 다. 스콧 모리슨 정부는 앞서 “긱 경제는  관련 기업들과 근로자들을 위해 훌륭한 사업 모델”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지난해 배달원 5명이 시드니와 멜번에서 사망하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플랫폼 기업과 근로자들에 대한 효율적 규제 방안이 거의 미비됐다. 또 근로자들의 기본적 노동 조건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FWC가 긱 경제를 대상으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부담을 지는 가운데 문제를 개선해야 할 정치적 리더십은 실종됐다.   

호주 정부도 스페인이 보여준 것처럼 위험하고 착취 성격이 높은 플랫폼 산업에 확실성을 주는(bringing certainty) 역할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메뉴로그 같은 회사들이 우버나 딜리버루같은 기업들과 착취 경쟁을 강요받지 않고 기업-근로자 모두 상생하는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 등에서 정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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