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비명을 질렀다.
 “여, 여보 조심!”
 그때 이미 시커먼 미니 트럭이 너희 차 오른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퍽 하며 뭔가 너희 차를 받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아빠 차가 끼익 급정거를 했다. 바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저 저거 미친놈 아냐?”
 아빠가 기겁해 차창을 열어젖혔다. 뒤차에서 빵빵 경적을 울려댔다. 너도 차 뒤 유리창에 대고 어퍼컷을 먹였다.
 “휴! 죽는 줄 알았잖아. 시끄러 인마. 우리도 저놈의 트럭 때문이라고!”
 아빠는 지금 뒤차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아빠 차가 드디어 앞차를 한 대 앞질렀다. 달아나는 트럭 추격전이 벌어진 거다. 너는 영화에서나 보던 곡예운전 현장 속에 있었다. 
 “저 저 앞에! 빨리 쫓아가요!”
 엄마의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차 앞좌석을 꼭 쥐어 잡은 동생이 너에게 쓸렸다. 너는 동생을 떠밀었다. 그러다 이번엔 네가 동생에게 쏠렸다. 그 순간에도 동생이 안전벨트를 맸는지 만져보았다. 다행히 안전벨트는 채워져 있었다.
 “달려요! 저기 저기다!”
 엄마가 아빠보다 더 흥분한 것 같았다. 한 손은 천정 손잡이에, 다른 한 손은 앞 차를 가리키며 엄마는 엉덩이를 든 채 작전을 총지휘하고 있었다. 묘기대행진을 하듯 트럭을 쫓는 너희 차안은 살기가 등등했다. 

 오늘은 마침 어린이날이었다. 너희 가족은 경주 나들이를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 하행선을 타고 있었다. 너는 ‘죽음의 중 2’이니 나들이 같은 건 딱 질색이었다. 집에 혼자 두면 안 된다며, 특목고에 들어가려면 너희 것을 많이 알아야한다며, 엄마가 우격다짐으로 너를 끌고 온 거였다. 너희의 것이 뭔지 정말 짜증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라디오 뉴스에서는 한국의 최고급 교육 일번지인 대치동 학원이야기가 나왔다. 앵커는 맹모실천을 위해 이삿짐을 싸들고 전국에서 모여든 엄마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쳇, 영재 작은아들이나 데려갈 일이지 왜 나까지 나들이에.’
 너는 눈을 감고 투덜댔다. 특목고는 엄마 생각이다. 너는 절대로 얽매인 그런 답답한 생활은 안할 자유로운 영혼이다. 네 속도 모르는 엄마는 항상 아들을 위해 온 정성을 다 바치는 과장님 사모님이다. 
 오후 늦은 시간도 아닌데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는 차가 콩나물시루처럼 가득했다.
 “어떤 녀석이 이렇게 구불거리는 걸 고속도로라고 만든 거야?”
 짜증난 아빠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너는 투덜댔다.
 “그러면 저속도로 하세요. 다 자업자득이지 뭐.”
 “아니, 이 녀석이 더 신경을 긁네.”

 바로 그 순간 날카로운 엄마의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엄마 좌석이 퍽 소리가 나며 흔들렸다. 아빠는 미친 듯 빵빵 신호를 계속 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너희 앞의 트럭은 비틀거리며 꽁무니를 뺐다. 아빠는 악착같이 트럭을 따라붙었다. 차들이 빵빵거리며 경적을 울려대고 고속도로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앞 트럭에서는 개떼들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아니, 저 저런 개 도둑놈이!”
 아빠는 창문 밖으로 주먹을 먹이며 소리쳤다. 엄마도 창문을 내리고 앞차에 대고 삿대질을 했다. 아는지 모르는지 앞 트럭은 여유만만하게 지그재그로 달렸다. 
 “저거 개장사다. 술 처먹은 게 틀림없어!”
 열이 난 아빠가 경보음을 계속 눌러댔다.
 “빨리 쫓아가. 저런 놈 그냥 두면 안돼요!”
 엄마 아빠는 항상 환상의 콤비였다. 동생은 가뿐 숨을 몰아쉬며 네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게 내가 집에 조용히 있자 했잖아요.’
 너는 팔짱을 낀 채 아슬아슬한 경기를 바라보았다.
 “뒤에 안전벨트 잘 매!”
 아빠의 명령과 동시에 너희 차가 오른쪽 차선으로 날카롭게 끼어들었다. 기울어진 몸을 겨우 일으키며 엄마가 소리쳤다.

 “여보, 안되겠어요. 이러다 큰 사고가 나겠어요!”
 아빠 차는 왼쪽으로 달리는 트럭을 겨우 따라잡았다. 나란히 달리던 트럭이 너희 쪽으로 다시 흔들거리며 다가왔다. 아슬아슬하게 오른쪽으로 피하며 아빠가 창을 열었다.
 “인마, 너 운전 똑바로 해!”
 아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빠의 운전석 쪽이 쿵 받쳐 올랐다. 동생과 너는 흔들리는 순간 엉켜 붙었다. 엉덩이가 붕 떠올랐다. 동생을 부둥켜안은 채 너는 소리쳤다.
 “저 차 번호 외워!”
 그 순간 너희 시야에서 트럭이 사라지고 말았다. 눈을 부비니 다음 순간 트럭이 다시 너희를 앞섰다. 트럭 뒤 쇠창살 감방에 갇힌 수십 마리의 개들이 컹컹 짖어댔다. 너희를 향해 마치 들개 떼들이 떼로 달려드는 것만 같았다. 트럭이 흔들릴 때마다 넝마장에서 굴러먹던 꾀죄죄한 개떼들이 이리 저리 쏠렸다. 비틀거리면서도 죽어라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굵은 쇠창살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불쌍한 녀석들. 탈출해라, 탈출. 나처럼 되지 말고.’
 너는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트럭 뒤꽁무니에서는 계속 시커먼 매연이 쏟아져 나왔다. 그때 동생이 창문을 내렸다.

 “인마, 문 닫아!”
 온 식구가 콜록거리며 코를 틀어막았다. 매연에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너도 캑캑거리며 소리쳤다. 
 “인마. 똥차 모는 주제에 똥이나 퍼라!”
 너는 창밖에 침을 뱉으며 소리쳤다.
 “시끄럽고 창문 닫아!”
 엄마가 소리쳤다.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사실을 말하면 흥분하셔!”
 이번엔 아빠가 나섰다.
 “인마, 엄마한테 또 반말이냐?”
 너희 가족은 항상 그렇다. 아빠와 엄마는 찰떡궁합이다. 이럴 땐 입을 봉하는 게 짱이다. 결국 모든 잘못은 너에게 떨어지니까 말이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네가 항상 죄인이다. ‘머리에 비해 게으른 녀석’이 너에게 붙은 딱지다. 

 “네 동생 반만 따라가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는 소리다. 너는 엄마 등살에 밀려 일류 학원에 끌려 다닌다. 날마다 탈출할 기회만 노리고 있다. 너와 달리 동생은 영재반 수강생이다. 그러니 너희 집안의 보물단지요 자랑거리다. 시간만 나면 안경을 추스르며 책을 읽는 게 녀석 일과다. 지금 엉덩이 옆에도 책이 두 권이나 깔려 있다. 네가 보기엔 별로 유쾌해 보이지는 않다.
 “함, 동생이라도 잘 크세요.”
 너는 양쪽 발 사이로 동화책을 집어 올리며 여유를 잡았다. 동생을 골려줄 속셈이었다. 그때 갑자기 차가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네 엉덩이가 의자에 처박힌 채 물구나무를 설 뻔했다. “운전 좀 잘 하시지!”
 투덜거리며 너는 겨우 몸을 추스렀다. 아빠는 곡예 운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네 말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 듯. 앞을 보니 오른쪽 차선에 붙은 트럭의 뒤꽁무니 철망이 보였다. 어느 사이에 트럭은 차를 두 대나 앞서 있었다. 트럭이 막 오른쪽 언양 IC로 빠져나가는 순간이었다. 네가 비명을 질렀다.
 “아빠! 오, 오른쪽이다!”
 너희 가족은 신나는 합체가 되었다.
 “부산 2노 4787! 빨리 외워!”
 너는 동생 머리에 군밤을 먹이며 명령했다. 동생은 엎드린 채 중얼거리며 번호를  외웠다. 

 “부산 2노 4787.”
 오른쪽 출구로 겨우 빠져나온 아빠는 진땀을 닦았다. 
 “저, 저기 좁은 길이요. 저 차 두 대만 앞지르면 돼! 저기다, 저기!”
 “휴! 이런 추격전엔 오토바이가 만사 짱인데.”
 오토바이 타는 걸 결사반대하는 아빠가 미워도 지금 너희는 운명의 공동체다. 아빠는 아슬아슬하게 앞차를 두 대나 추월했다. 반대방향에서 오는 차가 없었기에 다행이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영웅이 형이 태워주던 오토바이로 질주하던 느낌도 이랬다. 아슬아슬한 속도에 쾌감이 일었다. 영재동생은 아예 귀를 막고 엎드렸다. 그때 아빠가 소리쳤다.
 “여보! 빨리 경찰에 신고! 뺑소니차량으로!”
 아빠는 트럭에서 눈길을 떼지 않고 달렸다. 엄마는 119를 눌렀다. 전화기에서 뺑소니차량 번호를 대라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발을 동동 구르며 트럭 번호! 라고 소리쳤다. 동생은 눈을 감은 채 외운 차량 번호를 외쳤다. 이럴 때는 영재동생도 쓸 만한 녀석이었다. 엄마는 다시 핸드폰에 대고 복창을 했다.

 “부산 2노 4787.”
 아빠는 수류탄이 터진 것 같은 뿌연 흙먼지 속을 달렸다. 시골길로 들어설수록 SUV 아빠 차가 실력을 발휘했다. 아무렴, 오토바이만은 못해도 아빠 차 성능이 제법 괜찮았다.
 아빠는 계속 경적을 울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놀라 멈추어 섰다. 눈을 찌푸리며 힐끗거렸다. 뿌연 밀가루를 뒤집어쓴 뭉게구름처럼 흙먼지가 춤을 추었다. 철창안의 개들은 더 사납게 짖어댔다. 시골길이 삽시간에 사막의 전쟁터 같았다. 엄마가 소리치며 창문 위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여보! 어지간히 달려요! 사고 나겠다.”
 너희는 마침내 앞섰던 트럭을 추월했다. 힘이 다해 걸걸거리던 트럭이 드디어 밭 옆으로 섰다. 아빠 차가 급정지를 하며 그 앞을 막아섰다.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가 논밭으로 퍼져나갔다.

이마리 동화작가

- 추천도서 선정(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2015년 『버니입 호주 원정대』
2016년 『구다이 코돌이』
2017년 『코나의 여름』
* 청소년소설 <대장간 소녀와 수상한 추격자들>
이스트우드 북랜드에 있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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