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함' → 불안증∙우울증 키워 

인도네시아 국적의 호주 유학생 트리샤 라마다니아(Trisha Ramadhania)은 멜번대에서 커뮤니티케이션과 미디어를 전공한다. 고국 방문 휘 멜번 록다운으로 고립돼 현지에서 원격 강의를 듣고 있다

호주 국경이 닫히는 바람에 해외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호주유학생협회(Council of International Students Australia: CISA)는 호주에 입국하지 못하고 해외에 고립된 유학생 607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93%가 대면 수업 없이 온라인으로 학업을 이수해야 하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유학생의 3분의 2 이상이 자가진단 검사에서 불안증 또는 우울증 증세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분의 1 이상은 자해할 생각까지 가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CISA는 “호주 정부가 더 나은 온라인 교수법을 개발하기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할 뿐만 아니라 유학생이 복학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자 연장 수수료, 유학생 의료보험 비용, 임대차 계약 중도 해지 위약금 등을 면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퀸즐랜드대에서 IT를 전공하는 라훌 굽타는 호주 국경봉쇄로 입국을 하지 못한채 인도 델리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벨 림(Blelle Lim) CISA 회장은 “정신 건강에 문제 징후가 보고됐지만  인프라가 불충분해 유학생들이 자국에서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학생이 받는 정신적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주된 이유로 재정적 압박과 미래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그는 "그들의 일상은 이미 1년 보류됐다.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불확실성을 안고 사는 삶을 상상조차 어렵다. 그들의 교육과 미래의 직업이 위태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대변인은 호주 대학과 교육기관이 유학생에게 여러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적극 이용하라고 주문했다. 

대변인은 "유학생은 유학생 의료보험(OSHC)에 연락하여 호주에서 지원 가능한 보험 혜택과 서비스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다"고 의례적인 답변을 했다. 또한 "국제 교육에서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우리 입지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국제 교육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국경이 닫혔는데도 2020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학생비자가 3만 9400여건 발급됐다. 호주에 입국하지 못한 유학생이 지난해 지출한 학비는 33억 달러에 이른다.

연방정부는 올해 말부터 유학생을 호주로 불러들이기 위한 단계적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하지만 호주 국경은 내년 중반까지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시드니에서 자동차기계공학을 공부하던 아크시트 바신(Akshit Basin)은 지난해 3월에 고국 인도로 잠깐 떠났다가 호주로 돌아오지 못했다. 실용적인 학업과정이라 온라인 강의가 불가능했고, 결국 미국 이주를 결정했다.

ABC와의 대담에서 바신은 "호주가 가능한 한 빨리 국경을 개방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주 정부가 유학생을 도울 것이라는 희망을 갖지 않는 다"라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호주 입국이 안돼 미국을 선택한 인도 유학생 아쉬트 바신(Akshit Basin)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