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레드클리프 해변에 앉아

박기현

긴 여행을 끝냈다고 말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받아 냈을까
저 바다를 건너 본 사람은 안다
벽장속에서 울어 본 사람은 안다

주머니 속 설익은 바람은 아직 시린데
어머니 광목치마끝을 물고 나는 새를 따라
노아네는 집으로 갔다

박스 몇 개로 십년의 호주 생활을 정리하고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다
호주산 돼지고기가 불판에서 익어가고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거지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 잊혀지는 것도 아니어서
그렇게 
그냥 그렇게
노아아빠의 잠긴 목소리

모래사장에 발을 묻는다
파도는 바다를 벗어나려고
그렇게 안간힘을 써도 
번번히 모래사장에서 흩어진다

바람의 빈 자리를 채우려면
오늘 
저 바다는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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