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 라디에이터 그릴과 휠이 막힌 형태로 디자인되었다.(사진=현대자동차)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 1856-1924)’의 유명한 말입니다. 그의 주장은 디자인의 목적이 기능에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오늘날의 전기차 디자인을 보면 기능을 형태로 반영한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전기차는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진부한 클리셰를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에선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차이는 ‘라디에이터 그릴’입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엔진 열을 식히고, 연소에 필요한 공기를 흡입하는 역할을 합니다. 차량 전면부, 전조등 가운데 위치해 자동차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품이기도 하죠. 하지만 엔진이 없는 전기차엔 라디에이터 그릴이 불필요합니다. 구멍이 막혀있거나 아예 그릴 자체가 없는 차도 많습니다. 차량 전면부가 뚫려있으면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 덕에 전기차의 효율은 올라갔을지 몰라도, 여전히 어색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루프라인도 달라졌습니다. 루프라인이란 뒷유리까지 뻗어있는 지붕 디자인을 말합니다.  전기차 전용 모델로 설계된 차는 후면으로 갈수록 비스듬히 경사진 루프라인을 갖고 있습니다. 공기저항 계수를 줄여 주행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공기저항은 휠 디자인도 바꿔놓았습니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차들의 휠은 대부분 막혀있습니다. 접시를 닮았다고 해서 ‘디쉬타입(dish type)’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혹은 바람개비 모양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두 휠 디자인은 주위의 난기류를 최소화해 공기저항을 줄여줍니다. 효율을 올려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전기차의 콘셉트와 잘 들어맞습니다.

BMW iX의 후면부. 전기차이지만 도색으로 머플러의 형태를 표현했다.(사진=BMW GmbH)

머플러가 없는 후면부 역시 전기차만의 특성입니다.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차엔 배기구를 만들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전기차의 후면부가 밋밋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머플러 모양이 들어간 범퍼가 적용되기도 하며, 도색으로 과거의 흔적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염일방일(拈一放一)’.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잃어야 한다는 뜻의 고사입니다. 모든 걸 가질 수 없고, 결국 무언갈 포기해야 한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가 봅니다. 요즘의 전기차를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 환경을 위해 자동차가 달라지고 있으나 그렇게 완성된 전기차는 썩 예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기능이 불필요하다고 해서 모조리 바꿔버리는 것도 좋은 디자인은 아닌 듯합니다. 오랫동안 눈에 익어온 형태가 아직 우리 눈엔 훨씬 친숙하게 다가오니까요.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지금도 많은 전기차가 개발 중입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차 출시 때마다 자신들이 얼마나 효율적인 차를 만들었는지 광고합니다. 숫자가 완성도를 결정하니 시각적인 완성도는 배제되고, 못생긴 전기차들만이 우후죽순 태어나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방 한편에 커다란 자동차 포스터를 붙여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동차의 가격이나 성능은 모르던 시절이니, 단순히 멋져 보여서 붙였을 겁니다. 과연 요즘 나오는 전기차 중엔 어린이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자동차가 있을까요? 어린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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