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수)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NSW 주총리의 록다운 2주 연장(7월 30일까지) 발표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안타깝게도 5주까지 연장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 이유는 통계를 보면 된다. 지난 5일(11-15일)동안 지역사회 신규 감염자가 440명(하루 평균 88명)이었다. 이같은 예상 밖의 수치는 2021년 호주에서 거의 전례가 없다. NSW 지역사회의 빈틈이 델타 변이에 상당 기간 전부터 뻥 뚫렸다는 증거다.

ABC 방송 의료자문가인 닥터 노만 스완(Dr Norman Swan)은  록다운 2주 연장 발표 하루 전(13일) 방송에서 “시드니 록다운 조치가 적절하지 못했다. 발표 시기도 늦었고 규제 등급도 부적절했다”라고 강도 높게 주정부와 보건당국을 비난했다.

록다운에도 규제 범위에 따라 등급이 있다. 작년 2차 파동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은 멜번은 2020년 8월 록다운 4단계 규제 조치(Stage 4 restrictions lockdown)를 취했다. 
모든 실내 및 실외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 집 반경 5km 외출 제한, 운동 1시간 이내(동반자 1명 제한), 오후 8시부터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curfew) 실시, 카페와 식당은 테이크어웨이만 허용했고 푸드 코트는 영업을 중단시켰다. 비필수적 소매업(Non-essential retail)의 영업도 금지됐다. 비즈니스와 산업 리스트로 필수 작업장을 규제했다. 

현재 광역 시드니 일대의 록다운 규제(2-3단계 중간선)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운동 목적으로 집 반경 10km까지 외출 가능하다. 외출 시간도 제한 없고 통행금지도 없다. 푸드 코트 및 비필수 소매점의 영업도 허용된다.  
 
빅토리아와 NSW 록다운과 감염 상황을 비교한 닥터 스완은 “빅토리아 2차 감염 파동을 감안할 때 시드니 록다운 조치가 변하지(강화되지) 않으면 록다운이 2, 3개월 더 진행될 수 있고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섬뜩한 경고를 했다. 

그는 “현재 NSW 거주자들은 필수 소매업과 필수적 근로자들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 이런 불분명 상태에서 시민들이 운동 목적으로 10km까지 외출할 수 있다. 이는 적절한 록다운이 아니다(not a proper lockdown)”라고 질타했다.

또 금지 업종에서도 형평성이 지적된다. 한 예로 미용실은 종전 록다운 당시 시간제한 등으로 부분 허용됐지만 이번엔 전면 금지됐다. 이유는 본다이집단감염 초기에 더블베이 소재 조 베일리 미용실을 통해 10명 이상이 감염됐기 때문이다. 다른 소매업은 2-3단계인 반면 이 분야는 4단계 규제를 취해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록다운 발표가 늦었다는 비난과 더불어 NSW 주정부는 ‘필수적 활동(essential activities)’에 대한 세부 규정을 누락해 혼동을 초래했다는 점도 지적받는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는 이 단어를 정의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또 브래드 해자드 보건장관은 “시민들이 상식(common sense)을 동원해 판단해달라”고 답변했다. 위기 상황에서 ‘안일한 태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쉽게도 이같은 애매모호한 대응으로 많은 혼동(grey areas)이 초래되면서 허점이 노출됐고 개인의 책임은 더 커졌다. 감염 통계를 보면 델타 변이가 이런 빈틈(loopholes)을 여지없이 파고들었음을 알 수 있다. 6월 16일 시작된 본다이집단감염 초기에 감염된 줄 모른채 증세가 있는 사람들이 의류점, 바비큐 스토어, 부동산 중개업소, 극장 등을 방문했다. 15일(발표일) 기준으로 NSW 지역사회 감염자는 929명으로 늘어 곧 1천명을 넘어설 모양이다.    

NSW 주정부는 느슨한 규제를 취한 배경에 대해 록다운으로 인한 경제 피해 최소화였다고 정당화(justified)했지만 초기 통제 실책으로 2, 3개월 록다운 연장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궁색한 변명일 수 밖에 없다. 

백신 접종이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에서 록다운을 벗어나려면 광역 시드니 거주자들이 적극 규제에 협력하는 것 외에 방도가 없다. 작년 멜번 시민들은 2, 3차 록다운으로 무려 5개월 넘는 163일동안 시련(ordeal)을 경험했다. NSW 주정부 지도자들이 빅토리아의 쓰라린 교훈을 배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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