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 상한, 노동자 협상력 부족 등 다른 요인 더 커” 

호주 연도별 임금 인상률

호주에서 고착화되고 있는 낮은 임금상승률의 원인은 저임금 이주 노동자의 과잉 공급이 아니라 통화 및 재정 정책 부족, 노동자 협상력 저하, 임금 인상 상한 등이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레그 제리코(Greg Jericho) 경제 칼럼니스트는 호주중앙은행(RBA)의 필립 로우 총재가 “이민이 임금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고 했던 지난주 발언이 너무나 많은 요인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제리코는 가디언지 호주판에 쓴 연재칼럼에서 "호주의 경제적 문제를 가지고 이민자를 비난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일은 유감스럽게도 너무 쉽다"고 지적했다.

호주의 실업률이 계속 하락하고, 일자리와 빈 일자리가 덩달아 증가하자, 여러 경제전문가는 임금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 왔다. 6월 호주 실업률은 4.9%로 10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연방정부의 국경 폐쇄가 이주 노동자의 입국을 막아 노동력 부족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고용 공급이 줄고 고용 수요가 늘면 고용주들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임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정부가 국경을 다시 열고 이주자들이 팬데믹 이전처럼 수십만 명이 입국하면 고용주들이 받던 임금 인상 압박은 해소된다.

로우 RBA 총재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민 확대가 경제는 부양하겠지만 임금은 약화시킬 것”이라고 거듭 우려한 바 있다.

산업별 임금 인상률

하지만 제리코는 로우 총재가 지난주 연설에서 "이민은 노동력의 공급과 수요를 모두 증가시킨다"라고 말했던 대목을 꼬집었다.

당시 로우 총재는 "이주자들은 일을 하면서 노동력을 공급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면서 노동 수요를 늘린다"고 덧붙여 설명했었다.
즉, 이주 노동자의 유입은 임금 상승의 억제 요인도 되고 가중 요인도 될 수 있다.

제리코는 대부분의 연구가 이민이 임금을 올리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2020년 옥스퍼드경제논문집(Oxford Economic Papers)에 실린 한 저널은 노동시장에서 이민자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고 분석했다.

호주국립대(ANU) 경제학자 로버트 브루닉(Robert Breunig)은 2016년에 한 연구에서 "근로자 급여에서 호주 출생자들이 이민으로 인해 피해를 당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제리코는 RBA가 초저금리를 장기간 바꾸지 않은 것 말고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연방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는 동안 최저임금 인상안을 축소하고, 공공부문 임금 상한 논쟁을 벌였다고 그는 지적했다.

노동자의 협상력을 떨어트린 임금협상(enterprise agreements) 및 파업의 감소도 임금 인상을 저해한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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