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에로 

-양오승(동그라미 문학회)-

둘째 오빠 허풍 같은 봄날 
캐슬 힐 거리에
벚꽃이 하룽하룽 날고  있다

열여섯 살 다짐이 
꽃잎처럼 날아 다니고 있어

두 주먹으로 쌓아 올린
바벨탑 쓰러지고
빈 손이 기억하는 것들

주파수를 맞추지 못한 노래가
언덕 광장에 지직거리는 오후

전화가 왔다
서울 말을 잃어버린 오빠
여섯 살 코흘리개 되어

젤 좋은 캐슬 아파트가 당첨 됐어야
우리 막내도 한 채 사 주께잉

늙은 목소리
힘껏 비틀어 올리는 허풍 속
뾰족한 산등성이 
냇가를 품은 들녘 한자락

열여섯 살 약속
아직도 꽃잎처럼 날리고 있어

아픈 살 아래 묻어 둔 기억
떠듬떠듬
노래하는 빨간 입술

오늘도 전화 벨이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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