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20년 85세 이상 호주인 110% 증가 
여자 신생아 100세 도달 확률 40% 

건강하게 장수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낙관적 성격, 좋은 사회적 관계 유지  

96세의 패트리샤 시걸(Patricia Segal) 할머니는 바다가 보이는 시드니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장수의 비결에 대해서 ‘긍정적이며 호기심 많은 태도’가 비결이라고 그는 말한다. 

시걸 할머니가 현재 읽고 있는 소설책이 커피 테이블에 놓여있다. 그녀는 현재 두 지역 도서관에 회원으로 가입해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다. 90대에 처음 취미로 시작해 완성된 그림은 독창적인 예술품으로 한켠에 장식되어 있다. 

“어느날 갑자기 한번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강의를 신청했다. 모두가 90대 할머니의 도전을 응원해 줬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최약자 계층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 문제가 다시금 떠올랐다. 양로원도 코로나로부터 안전하지 못했다. 양로원에서 보호를 받아야 할 노인들이 코로나 감염에 오히려 쉽게 노출되며 사망자가 계속 발생했던 것. 특히 지난해 빅토리아주에서 노인 6백여명이 코로나 감염으로 숨졌다. 이들 중 다수가 양로원에 거주했었다.  

시걸 할머니는 “활력 넘치는 삶의 태도가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과학자들은 정확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연구에 따르면 시걸 할머니의 생각이 옳았다. 

연구원들은 호주인의 평균 수명이 자연스럽게 90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현재 호주 여성의 평균 수명은 약 85세이며 100년마다 수명이 약25년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번주 11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덱스터 크루거(Dexter Kruger) 할아버지는 호주의 최고령자였는데 조만간 이 나이는 평범한 호주평균나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에서 2020년 사이에 85세 이상 호주인은 110% 증가했으며 이는 전국 인구 증가율의 35%를 차지했다. 최근 태어난 여자 아이가 100세에 도달할 확률은 약 40%다. 

남성의 기대수명은 여성보다는 떨어지지만 비슷한 비율로 상향 곡선을 따라 증가 추세에 있다. 

NSW 대학의 신경정신과 의사인 페르민더 사치데브(Perminder Sachdev) 교수는 100세 시대를 맞아 성공적인 노화의 환경 및 유전적 요인을 찾는 연구를 이끌고 있다. 85세에서 100세에 이르는 약 450명의 참가자들이 연구에 동참하고 있다. 

2019년 연령별 성별 사망률


 
사치데브 교수는 수명이 늘어나는 반면 최대 50%가 100세에 가까워 지면서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인지 기능 저하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채 삶을 연장해 나가는 것은 아마 어느 누구도 원하는 삶은 아닐 것이다. 그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정신 손상 없이 열정적으로 마지막까지 살아가는 것이 누구나 바라는 소망일 것이다. 

시걸 할머니가 우려하는 현실 또한 마찬가지다. 
“나이 든 사람들이 쓸모 없어질 수 있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지만 그들을 걱정시키길 원하지 않는다. 나를 돌보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매우 운이 좋게도 현재까지 멋진 삶을 살고 있고 나의 삶을 사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강한 노후생활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가에 대해 사치데브 교수는 현재 과학으로는 퍼즐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라 표현했다. 아직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에 대해 확증할  DNA , 유전학 등 과학적 증거는 없다. 

수명 연장은 건강관리, 영양 및 교육 개선과 함께 안정적인 주거와 같은 것을 추구하며 호주인의 삶의 질 향상을 촉구했다. 생활 방식의 개선도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일 것이다. 예를들어 흡연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늘었고, 테니스를 치는 것이 다른 스포츠보다 더 수명을 길게 연장하는데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테니스 동호회가 우후죽순 늘었다.  

사치데브 교수와 건강한 장수 비결에 대해 함께 연구중인 헨리 브로다티(Henry Brodarty) 교수는 과학적 DNA 같은 유전자적 특성보다 스스로 삶을 대하는 태도같은 신비한 영향력이 더 주요한 요소라고 판단한다. 

브로다티 박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생활 방식이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친다. 즉 평생 좋은 습관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함을 뜻한다. 건강하게 장수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낙관적인 성격, 좋은 사회적 관계 등이 핵심적 요소이다”고 말했다. 

사치데브 박사는 “건강한 100세 이상의 노인들은 여전히 위원회 등의 사회적 지위를 갖고 참여하거나 봉사활동, 증손자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어린시절의 양질의 교육과 평생 학습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치데브 박사는 합리적 생활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을 높이며 더 나은 수준의 주택 및 의료 서비스의 접근 등 사회경제적 혜택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교육은 더 나은 인지력을 구축하고 이는 평생 복잡한 인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구대비 100세 이상 인구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블루존’이라 불리는 지역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건강한 장수 비결에 대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사르데냐섬, 그리스의 이카리아섬, 일본의 오키나와섬, 코스타리카의 니코야 반도, 로마린다의 캘리포니아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공동체는 거주자들이 다른 지역보다 장수하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호주에는 뚜렷한 ‘블루존’이 존재하진 않지만 ACT와 시드니의 부유한 동네인 모스만(Mosman), 헌터스힐(Hunters Hill). 힐스 지역(Hills District) 등이 평균 기대 수명보다 좀 더 높은 지역이다. 반면, 노던 테리토리의 기대 수명은 전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비원주민보다 평균 수명이 현저히 짧은 원주민 관련 요인이 크다. 

연구자들은 ‘블루존’ 지역의 건강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판단되는 9가지 특성을 정리했다. 

- 자동차의 이용을 최대한 줄이고 지역 상점을 걸어서 이용하는 등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생활화한다. 
-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든다. 
- 스트레스를 줄이는 나만의 의식을 마련한다. 오키나와에서는 여성들이 다도를 즐기고, 로마린다 종교 공동체에는 기도모임이 있으며,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는 낮잠을 잠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인다. 
- 육류, 생선 및 유제품을 적게 먹는 건강한 식물성 식단을 이용한다. 
- 배부르게 먹는 것보다 약 80퍼센트정도의 포만감이 있도록 식사습관을 만든다. 동양에서는 공자, 서양에서는 웰니스 문화로 간헐적 단식을 하는 5:2 또는 16:8 다이어트 철학이 있다. 
- 주류 문화를 즐기지만 적당한 양을 취한다. 
- 건강한 활동에 중점을 둔 사회 집단에 참여한다.
- 종교 활동은 장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좋은 것으로 판단된다. 
- 가족 구성원 간 긴밀하게 관계를 유지한다.  

시걸 할머니의 경우는 해당 사항과 잘 들어맞는다. 그는 테니스클럽에 오래된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되도록 걷기 위해 애쓰고 건강식을 위한 레시피에 맞게 직접 요리한다. 사회적 참여에도 적극적으로 애쓴다. 4년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우울하게 보내기 보다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클럽에 가입하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어렵지만 도서관에서 꾸준히 책을 대여하고 반납하며 이야기 속 여행을 즐기고 친구와 전화와 편지 등으로 소통하고 있다. 

122세까지 살았고 121세 현명하고 예리한 사고를 하고 있다고 평가받은 프랑스 여성 잔 칼망(Jeanne Calment)과 같은 사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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