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빅토리아주는 100일 이상 지속된 코로나 록다운으로 혹독한 경험을 했다. 2021년 6월 중순 시드니에서 첫 지역사회 델타 변이 코로나 감염자가 나온 뒤 6월 말부터 광역 시드니 일대는 8월 말까지 9주 록다운이 예정돼 있다. 이번 주말로 7주가 지나지만 사흘 연속 하루 신규 감염이 300명을 넘으며 사태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시드니와 작년 멜번의 록다운에서 가장 큰 공통점은 비영어권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 신규 감염의 진앙이 된  점이다. 멜번 북서부와 서부, 시드니 남서부와 서부가 해당 지역이다.  

NSW에서 11일 오후 8시까지 하루동안 지역사회 신규 감염자  345명 중 시드니 남서부(120명)와 서부(85명)가 약 60%를 차지했다. 

빅토리아 주정부는 작년 록다운이 장기화되자 경찰력을 동원해 ‘차단선(ring of steel)’으로 불리는 ’지역봉쇄‘와 통금 등 초강경 조치를 취했다. 보건부 직원과 군인들이 감염자와 격리 대상자들의 집을 방문해 격리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했다.
      
그러나 NSW 주정부는 아직까지는 이런 강경책을 동원하지 않고 있다. 12일 오후 5시부터 한인들이 많은 지역인 스트라스필드와 버우드, 베이사이드 지자체를 록다운 추가 규제 지역에 포함시켰다. 시드니에서 12개 지자체가 이 조치를 받고 있는데 점차 확대될 수 있다.

해당 주민들은 집 반경 5km 안에서 식음료 구매, 운동을 해야 한다. 승인 받은 업종이 아닌 경우 일을 하러 거주하는 지자체를 벗어날 수 없다.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조치다.

10-12일 사흘동안 신규 감염자가 매일 300명을 넘었다. 주정부도 어쩔 수 없이 ‘지역 봉쇄’와 통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영어권 커뮤니티를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브래드 해자드 NSW 보건장관은 주민들의 공동체적 책임과 준법정신을 촉구했다. 의사 출신인 그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록다운 규제 강화 여부보다 문제는 법규를 잘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확산세를 전환할 계기는 추가적인 억압 정책이 아닌 바로 시민들의 준법정신이다. 공동체 일원으로써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길 바란다”고 훈시하는 듯한 말을 했다.

이 훈시는 신규 지역사회 감염자 중 감염상태에서 격리를 하지 않고 지역사회에 돌아다닌 숫자가 매일 50명 이상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과 다른 집에 사는 가족, 친인척의 만남을 금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친인척 관계의 감염이 다수를 차지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가장 많은 감염자가 나오는 시드니 남서부와 서부에서 가족, 친인척 만남, 방문 등 위반 사례가 여전하다.  

해자드 장관이 특정 커뮤니티를 콕 집어내지 않았지만 이슬람 커뮤니티를 지칭함을 정황상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슬람 커뮤니티는 가족, 친인척, 지역사회 유대감이 매우 강한 관습을 갖고 있다. 대가족이 많고 서로서로 자주 방문하며 돌보아주는 매우 친밀한 관계다. 이렇게 여러 세대동안 살아온 방식을 바꾸거나 중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12일 신규 감염자 345명 중 128명이 기존 감염자와 연관됐다. 101명이 가족관계이고 27명은 친인척 관계다. 이 수치에서 보듯 지난 한주동안에도 일부이지만 소수는 여전히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감염통계로 드러난다. 

델타 변이는 가족, 친인척, 직장 동료 사이에서  급속 확산돼 현재의 악화 상태에 놓였다. 따라서 공중보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감염자가 줄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매일 발표되는 통계 중 가족. 친인척 관계와 감염상태에서 격리 없이 지역사회에 몇 명이 머물렀는지가 가장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수치가 한 자릿수로 줄지 않으면 NSW의 신규 감염은 두 자릿수로 줄지 않을 듯하다. 

해자드 보건장관은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커뮤니티와 사람들이 있다”면서 암시적으로 소수민족그룹을 겨냥했다. 그는 “어리석음(stupidity), 오만(arrogance), 권리 요구(entitlement)와 대항해 정부가 무기력(powerless)해졌다”고 실토했다.  

언어 장벽이 있는 비영어권 커뮤니티는 정부의 메시지 전달도 상대적으로 어려운데 백신 접종률이 낮다는 지적을 받는다.   
시드니 남서부는 9일 기준으로 40% 미만이 1차 접종을 받았다.  

델타 변이와의 전쟁에서 NSW는 작년 빅토리아가 당했던 것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이민자 그룹이 많은 지역을 노인, 장애인, 아동그룹처럼 취약계층에 포함시켜 보다 철저하게 대비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쓰라린 실패의 경험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응한 탓에 지금 호된 진통을 겪고 있다. 더욱이 록다운 조치도 한주 이상 늦어져 골든아워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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