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발전 의존론’ 국제사회 비웃음 
호주의 기후 위기를 엄중 경고한 유엔(UN)의 보고서가 나와 수세에 몰린 스콧 모리슨 총리는 호주의 기후 대응을 옹호하면서 중국과 인도 등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호주의 온도가 1910년 대비 1.4도 상승했으며, 호주 전역에서 폭염, 화재 등의 심각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서를 9일 발표했다. 

IPCC의 온도 상승에 따른 환경 영향 경고

보고서 발표 다음날인 10일, 모리슨 총리는 "개발도상국이 전 세계 배출량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총량으로만 보면 중국은 전 세계 1위다. 하지만 1인당 배출량으로 환산했을 때, 호주인은 중국인보다 이산화탄소를 2~3배 많이 내뿜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리슨 총리는 “IPCC의 보고서가 호주가 직면한 기후변화라는 ‘심각한 과제’를 보여주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호주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세계의 여러 선진국보다 더 많이 줄였다”고 방어했다.

그는 “호주 정부가 2030년까지 2005년 수준으로 배출량을 26%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기술 발전으로 이뤄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모리슨 총리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순제로(net zero)를 달성하는 것을 호주의 공식 목표로 삼는 것은 거부했다. 

2050년 ‘넷제로’ 목표 설정을 거부하는 스콧 모리슨 총리

모리슨 총리는 "계획이 없는 목표를 두고 호주인을 대표해 백지수표에 서명하지 않겠다"며 "백지수표는 결국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만든다"고 거부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상 명분일 뿐이고 집권 여당인 자유-국민 연립 내부에 강력한 거부 세력이 있고 연립 지지성향의 유권자들 중 기후변화 정책 적극 시행에 반대하는 층이 크기 때문이다. 또 석탄 관련 자원 산업계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정치가 주요 환경문제보다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 스콧 모리슨 총리의 실상이다. 

10일 의회에서 헬렌 헤인즈 하원의원의 질문을 받은 모리슨 총리는  "호주는 2050년까지 가급적 빨리 넷제로를 달성해야한다"고 답변했지만 분명한 목표 설정은 여전히 거부하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모리슨 총리는 기후대응을 위한 해결책이 꼭 탄소세를 의미하는 기후세금(climate tax)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접근법은 기술이지 세금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향후 10년, 20년, 30년 동안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기술 혁신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이 아니라 기술로 기후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한 것이다. 현재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기술발전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주장은 국내외에서 비웃음을 사고 있다. 기술발전을 기대하는 동시에 적절한 행정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점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리차드 마스(Richard Marles) 야당(노동당) 부대표는 “모리슨 정부 안에는 기후변화의 과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연립정부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거론한다. 실제로 정부가 기술에 대하여 무엇을 약속했는지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호주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전향적으로 기후 대응을 하라는 국제적 압박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모리슨 정부는 ‘기술발전 의존론’을 또 앵무새처럼 반복하면서 정치적 지지 세력을 챙길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이런 궤변과 억지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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