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이 어수선하고 미래가 불투명하게 보이는 시대에 크리스챤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미국이 20년간 전쟁을 벌였던 아프가니스탄에서 전격적으로 철수를 하고, 원조에 기대어 일신의 영달을 추구하던 아프간의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들은 항복을 하거나 해외로 망명하였다. 그곳에서 미국과 서방세계를 위하여 통역하며 여러 가지로 협조하던 세력들은 문자 그대로 졸지에 민족 반역자로 몰려 죽음에 내몰리게 되었고, 이슬람 율법 하에서 여성과 미성년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은 불보듯 뻔 한 일이 되었다. 그래도 미국은 그곳에서의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으므로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이유가 없다며 그 많은 생명들을 버려둔 채 자신들의 국익을 위하여 슬그머니 발을 빼 버렸다. 냉정하고 차가운 국제사회의 이기적 행태를 보는 것같아 마음이 못내 씁쓸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 옛날 패망한 조국에서 포로로 잡혀와 이등 국민의 생활을 하다가, 새롭게 정착한 ‘바벨론’에서 성실히 살아 국무총리까지 지낸 한 사람이 생각이 났다. ‘다니엘’이다! 고대 근동 사회에서 이 이름은 국적을 불문하고 일종의 ‘현자’같은 느낌을 주는 이름이었다 한다. 동양의 ‘제갈공명’처럼… 그런데, 그곳에서 발 붙이고 살면서 나름 성공하기도 한 바벨론의 국무총리 다니엘에게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 온다. 그가 모시던 바벨론이 고레스 대왕이 이끄는 신흥 제국 ‘페르샤’제국에게 함락된 것이다. 그런데 많은 바벨론 출신의 왕족과 고관 대작들은 다 처형되었는데도 유독 유대 출신인 다니엘은 살아남아 다시 신흥 제국 페르샤의 국무총리 중 한 명으로 선임되었다. 그러자 페르샤의 개국 공신들은 이 다니엘을 눈엣 가시처럼 여겼고 결국은 그들의 모함으로 ‘사자굴’에 빠뜨려지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물론 이 배경에는 새로운 제국의 분봉왕이었던 ‘다리오 왕’의 총애가 그들을 질투하게 하였던 것이라 여겨진다. 페르샤 제국의 대왕 고레스의 외삼촌이면서 바벨론 지역을 다스리도록 위촉된 다리오 왕은 역모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 바벨론 출신의 모든 고관대작들을 처형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치세와 행정을 알던 쓸만한 인재가 필요했고  마침 거기에 부합한 사람이 소수민족 출신의 배경없는 다니엘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다니엘은 그런 국정운영의 경험 뿐 아니라 인생사의 제문제에 대한 경륜까지 겸비한 인간적으로 참 매력적인 늙은이(?)였다. 하지만 그 수하에 있던 개국공신들의 입장에서는 왜 국왕이 이 이민자를 총애하는지 여간 기분나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좌우간 그래서 다니엘은 ‘하루에 세 번 하늘의 하나님께 기도한 죄’로 사자굴 형벌에 처해졌고, 왕은 이 늙고 신실한 신하의 구명을 위해 식음을 전페하고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마음을 쓰며 다니엘이 살아나기를 염원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마침내 전능하신 하나님의 은혜로 다니엘은 사자들의 입에서 구원을 받았고 다시 왕의 총애를 회복하였으며 정적들은 제거되었다. 다니엘의 이야기가 여기까지 였으면 이 이야기는 일종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끝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다니엘은 더 크고 위대한 일을 하게 된다. 유대인들의 성경 주석집인 탈무드에 전해오는 다니엘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다리오 왕의 마음을 얻은 다니엘은 페르샤의 대왕 고레스를 접견할 기회를 갖게 된다. 젊은 고레스 왕은 페르샤 제국의 확장과 번영을 위해 이 경륜 많은 다니엘에게 자문을 구한다. 그때 다니엘이 하나님께 기도한 후에 이렇게 답했다 한다. 

“폐하, 폐하는 잘 모르시겠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200여년 전부터 전해오는 신비로운 신의 문서가 한 부 있습니다. 이 문서에는 바로 대왕폐하의 이름이 예언되어 있으며 고레스라는 대왕이 나타나 이 땅의 구세주로 일을 할 것이라 적혀 있습니다”. 하면서 이사야45장 앞 부분을 읽어 줍니다. 당연히 고레스가 놀랐다. 자신의 이름이 먼 이방 나라의 선지자에 의해 200년 전에 이미 예언되어 있다니? 그리고 하나님의 기름 부음 받은 종(메시야)으로 사역하게 될 것이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그래서 고레스가 혹시 자신이 속고 있는 것인지를 몰라 왕궁에 있는 학자들을 불러 그 문서의 내용이 사실인가 하고 검증을 하고는 감탄에 감탄을 발한다. 그리고 다시 자문을 구한다. 

“그러면,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예, 폐하께서는 지금까지 해 오던 일들을 잘 하시면 됩니다”, “그래, 그 정복전쟁, 해방전쟁을 잘 하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고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가?”, “폐하, 폐하의 나라는 끝없이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제국의 수도와 왕궁의 경비를 더욱 든든히 하셔서 왕권이 흔들림이 없어야 하겠으며, 변방을 잘 방어하여 나라에 외적의 침략을 잘 방어하셔야 나라가 더욱 든든히 설 것인줄 아옵니다” 

그러면서 이어진, 다니엘의 자문은 과거 역사를 들추면서 “이 나라의 서쪽과 동쪽, 북쪽에는 폐하의 나라를 위협할 세력이나 국가가 없습니다. 하오나, 폐하, 저 남쪽에는 과거부터 영화를 누리던 ‘애굽’이라는 큰 나라가 호시탐탐 폐하의 나라를 넘보고 있습니다. 그 애굽이라는 나라는 지금부터 80년 전에 앗수르가 무너지고 신흥 바벨론이 세워질 때도 공격을 해 왔던 적이 있습니다. 이제 폐르샤라는 새로운 제국이 세워졌으니, 이 나라가 더 견고해 지기 전에 저 남방의 애굽이 폐하의 나라를 쳐들어 오려할 것입니다. 이 나라의 침략을 사전에 잘 막으면 페하의 나라가 만세수할 것입니다”, “듣고 보니 그렇구나, 그럼 그 남방 애굽의 침략을 사전에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슨 대책이라도 있는겐가?” 

이 질문을 받고서, 다니엘은 잠시 하늘을 우러러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그리곤 이렇게 어드바이스를 했다. “폐하, 애굽이 침공할 때에는 반드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통과하여 올라옵니다. 과거에도 그리하였습니다. 하오니, 과거에 잡혀온 유대 사람들을 돌려 보내셔서 그곳에 성을 건축하여 미리 애굽의 침공에 대비함이 가장 현명하고, 폐르샤군대의 손실을 줄이는 일인줄 사료되옵니다….” 

그의 충언을 들은 고레스 대왕은 무릎을 치며 다니엘을 치하하고, 역사적으로 검증된 애굽군대의 출병길을 예루살렘성을 건축하여 방비하라고 칙령을 내리게 됐다. 이것이 그 유명한 ‘고레스 칙령’이며 이 칙령으로 이스라엘은 70년간의 바벨론 포로 생활을 끝내고 예루살렘으로 귀환하게 된 것이다.
 
다니엘은 소수 민족 출신이었기에 살아 남았고, 인간적인 ‘빽’이 없었기에 쓰임 받았다. 그는 현재를 치열한 정신으로 살고 있지만 지나간 시간인 역사의 교훈을 가슴에 간직하였었고, 또한 하나님의 말씀에 정통하였다. 정말 두렵고 불안한 상황 가운에서도 하나님께 기도하기를 쉬지 아니하였던, 영원한 시간 속에 살아 있는 성도의 귀감이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지나는 동안에 너무 먹고 사는 일과, 현재 펼쳐지고 있는 일에만 함몰되지 말고, 눈을 들어 역사를 보고, 말씀을 먹으며, 녹슬지 아니하는 무릎 영성으로 파도를 헤쳐 앞으로 전진하는 성도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김호남 박사(PhD,USyd)
시드니 신학대학 한국신학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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