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정예지

그림: 서의정

서울역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바다가 담긴 풍선을 
발목에 묶고 있는
흑비둘기 한마리 

파리하게 시들어 버린 눈이

투명한 실타래가 발목에 엉켜서 날지 못한다는 집비둘기들에게 향해 있다
보통색 옷을 입은 그들의 기우뚱기우뚱한 눈빛이 
얽히고설킨 채 
위험하다 내려오라고 말한다

나는 실타래가 보이지 않아요 
당신들이 이상해요
나는 시꺼멓지 않아요
당신들 눈이 까만걸요

시선을 쪼아먹고 사는 그들의 눈이 벌게졌고 
점점 희미해져가는 발목을 절뚝거리며 구구거렸지  
날개가 있어도 날지 않고
발목이 있어도 걷지 않아도 된다고

땅바닥을 한참 바라보던 흑비둘기는
괴물없는 허공 속으로 발끝을 내딛어
길바닥의 돌연변이들을 헤아렸다

호주행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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