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그 케리 연방 하원의원(왼쪽)과 클라이브 파머

클라이브 파머(Clive Palmer)와 크레이그 켈리(Craig Kelly)가  손을 맞잡았다. 두 인물의 전력을 감안하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억만장자 광산 부호인 파머는 2013년 군소 정당인 파머연합당(Palmer United Party: PUP)을 창당해 정치권 진출과 정계에서 영향력 확대를 호시탐탐 노려온 인물이다. 재력은 막강하지만 정계에서는 그의 뜻이 잘 안 풀렸다.

그는 2013년 연방 총선에서 퀸즐랜드 선샤인코스트의 페어팩스(Fairfax)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PUP의 지지율이 크게 폭락하면서 파머의 의정 생활도 초선으로 끝났다. 2017년 당명을 연합호주당(United Australia Party: UAP)으로 변경하고 정치적 재기를 모색했지만 2017년과 2019년 총선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경제지 AFR(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리뷰)지에 따르면 파머는 2021년 130억 달러의 자산으로 호주 38번째 부호 명단에 올랐다. 막강 재력을 갖추고 있지만 정계에서 빛을 못 보던 파머가 올들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새 전략은 시드니 남부 휴즈(Hughes) 지역구에서 2010년부터 당선된 크레이그 켈리 연방 하원의원(무소속)과 의기투합이다. 켈리 의원은 8월 UAP에 입당해 내년 총선을 지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켈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후변화와 코로나 음모론,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코로나 치료법, 마스크 착용 및 백신 접종 불필요 등 근거가 희박한 정보를 확산시켜 비난을 받은 정치인이다, 페이스북에 워낙 많은 정보를 올려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호주 정치인 중 총리와 야당대표를 능가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거론된다. 

정치적으로 강경 보수 성향인 켈리는 열성적인 트럼프 지지자였고 보수 성향 매체인 스카이뉴스(Sky News Australia)에 자주 출연해 과격한 주장을 했다. 
여러 번 구설수애 오른 그는 지난 2월 자유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이 됐다. 당시 차기 총선 불출마 의향을 밝혔지만 8월 파머의 UAP 입당을 발표하며 칼을 갈고 있다. 

그는 “UAP는 내년 총선에서 전국 151개 하원 지역구에 모두 후보를 낼 것이며 내가 UAP의 총선 켐페인을 주도할 것이다. 파머는 UAP 당총재로서 후원을 한다”고 밝혔다.  

파머와 켈리의 연대가 위험하다고 우려하는 이유는 막강 자본과 근거가 부족한 억지 주장의 결합이 예기치 않은 결과, 파급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총선에서 파머의 UAP는 8천만 달러의 막대한 정치 광고비를 지출했다. 그러나 단 1석도 하원과 상원에서 당선되지 못했다. 반면 파머의 정치 광고와 선거 켐페인에는 상당 부분 빌 쇼튼 야당대표를 공격하는 내용이 많아 노동당의 패배에 크게 일조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보다 파머의 노동당 비난이 노동당 득표를 방해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호주 출신의 루퍼트 머독(뉴스 코프 회장)이 소유한 폭스 뉴스의 연대가 어떤 정치적 결과와 후폭풍, 부작용을 초래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인 수천명 군중들이 미국 의회에 난입한 사태(1월6일) 배경에도 극우 언론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호주와 미국에서 보듯이 막강 자본과 강경 또는 극단 주장이 결합하는 것은 민주국가 어디에서나 우려되는 일이다. 후진국에서 독재 군주가 군부를 통솔하는 것과 비슷한 유형이다. 

호주 정치사에서도 때때로 군소 정당의 반란, 돌풍이 몇 번 있었다. 폴린 핸슨의 원내이션(One Nation)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정치 움직임은 대체로 극우성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민자 커뮤니티 입장에서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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