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수기〉송영일 등 6개 부문 37편 선정

박지반 씨(왼쪽)와 유영재 씨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김성곤)이 주최한 2021년 재외동포문학상에서 재호 문인 유영재 씨가 시 부문 가작으로, 박지반 씨가 체험 수기 부문에서 가작으로 입상했다.

23회 재외동포문학상에는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총 54개국 635명이 작품을 응모했으며 20개국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최승현(러시아)의 시 ‘메주’와 이월란(미국)의 단편소설 ‘길몽’이 성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또 체험수기에서는 송영일(우즈베키스탄)의 ‘한민족 한마음 한의학 진료소가 만들어진 사연’이 대상을 수상했다. 동포재단은 지난달 26일  6개 부문 수상작 37편을 26일 발표했다. 

김성곤 이사장은 “23년 전통 속에 재외동포문학상은 모국어와 한국정서를 사랑하는 많은 동포분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명실공히 훌륭한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특히 올해는  시 부문에서 가작을 추가 선정할 정도로 여러 나라에서 우수한 작품이 많이 응모되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면서 내년에는 수상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연말 각국의 재외공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수상작품집은 10월경 책‧전자책으로 발간해 재외동포재단 자료실(http://research.korean.net)에서 열람할 수 있다.

호주는 역대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자 숫자에서 미국 97명, 중국 83명, 캐나다 47명에 이어 25명으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그라미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영재 씨는 수필로 등단한 작가이지만 2014년 경북일보 문학대전에서 시 ‘퇴근길’로 장려상을 받은 후 이번에 재외동포재단문학상에서 시 ‘길 위의 할머니’로 가작 입상했다. 

“꼰대 티를 벗기 위해 발버둥 쳤다”고 말한 유 씨는 트렌드에 뒤진 자신의 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며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95년 호주로 이주한 박지반(Jivan Khelli) 씨는 소설 ‘자전거를 타고 온 연인’과 에세이집 ‘미안해 쿠온, 엄마 아빠는 히피야’를 출간하는 등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엄마, 세이 탱큐’ 수기로 가작을 수상했다. 

2021 재외동포문학상 부문별 수상작

[2021 재외동포문학상 시 가작 수상작]

길 위의 할머니   

유영재                                    

이사벨 할머니의 입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시골 출신이야 도시는 각박한데 이곳은 살만 해 소녀 적 이야기를 하는 할머니한테선 골동품상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가 났다 그녀의 몸에는 낙엽과 먼지가 쌓여있는 것만 같았다

할머니 머리엔 골동품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에 신이 났는지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과거는 몸속에 스며있어 우리가 걸어온 이야기가 세포 하나하나에 들어있지 할머니는 세포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 놓았다

나는 할머니의 헝클어진 붉은빛 갈색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할머니와 나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만났던 것 같다 처음 본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것은 몇 번의 인연으론 어림도 없지 손자를 대하듯 봄볕 같은 온기로 바라보는 눈길은 멀찌감치 스쳐지나간 인연으론 가당치도 않아 우리는 엄마로 누나로 여동생으로 싹을 몇 번은 같이 틔운 것 같아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이야기를 해가 설핏해질 때 까지 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할머니 이야기는 복사기로 찍어낸 활자체 같았다 

앵두나무에 송충이가 있었어 등에 도둑가시가 달려있었지
인생은 훔치는 거야 양심이 있으니까 몰래 훔치는 거야
송충이를 보고 달아나는 나를 보고 아들은 깔깔댔어
앵두는 버터에 무쳐먹어야 돼 할머니의 입에선 헝클어진 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제 가봐야겠어요
골목에서 뒤돌아본 할머니는 내가 있던 자리에서 하얗게 웃고 있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나를 배웅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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