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송환 두려운 '무비자' 아프간인들 체류 비자 호소 

카불공항에서 대피를 하려고 줄을 선 호주인들과 아프간인들

호주 정부는 일부 아프간인 망명 희망자에게 호주를 떠나 탈레반이 장악한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압박하고 있다.
 
카불이 함락된 후, 알렉스 호크 이만장관은 "현재 호주에 있는 아프간인 비자 소지자는 아프간의 안보 상황이 심각한 동안에는 귀국 요청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 모라토리엄은 호주에 있지만 비자가 없는 아프간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탈레반의 박해와 보복을 피해 일찍이 호주로 건너온 아프간 국적의 소수민족과 종교적 소수자들이다. 

호주 정부는 망명 희망자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한 사례에서 “살해 위협은 있더라도 아프가니스탄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디언지와 인터뷰를 한 타지크인 A와 하자라인 B는 탈레반을 피해 호주에 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호주를 떠나야 할 위기에 처했다. 

2010년에 호주에 온 A는 외국 정부를 도왔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함께 탈레반에 5개월 동안 납치・감금・고문을 당했고, 아버지가 참수되는 것을 목격했다. 
 
어렵게 탈출에 성공해 호주에 왔지만 호주 정부는 그의 두려움을 사실무근으로 일축했다. A는 강제송환을 거부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계속 패소했다. 당시 항소심은 ”A가 받은 고통이 사실로 확인됐더라도 당국이 카불이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수십 년간 박해를 받아온 소수민족인 하자라족의 B도 카불이 안전하다는 이유로 비자를 받지 못해 A처럼 무비자로 호주에 체류하고 있다.

B의 변호인들은 이민장관에게 B에게 비자 신청 권한을 부여해달라고 호소했다. 내무부는 카불 함락 2주 전 "B는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이민 사안이 없어서 호주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변했다.
 
하자라인이자 시아파 이슬람교도인 C는 10년 전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했다. 2016년 C는 호주 당국에 교사라는 그의 직업, 민족, 종교 때문에 아프간이 안전하지 않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민장관 측은 "이 신청자가 탈레반에 의해 살해당할 실질적인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카불에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은 없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결론을 내렸다.
 
C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후인 8월 19일 내년 2월까지 유효한 임시 비자를 발급받았다. 비자 만료 이후 새 비자를 신청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내무부 대변인은 호크 이민장관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호주가 국제 의무를 다하고 있다. 다만 호주에서 추방이 가능한 비시민권자는 이민법에 따라 가급적 빨리 추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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