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개가 새해에 필요할까? 

지난 주에 소개한 바와 같이 이번 주 화요일부터 신년이 시작된 유대인 사회는 조용한 기도와 회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대교는 신년 벽두마다 이 절기를 통해 수 천년 동안 회개를 실천하고 있다. 왜 하나님은 유대인의 모든 절기를 ‘나의 절기’라고 부르면서 성경의 계명으로까지 입법화를 통해 매해 회개를 강조하시는 것일까? 우리도 ‘회개’를 수도 없이 들어와서, 죄로 느껴지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으레 죄인 모드로 정체성 변경을 스위치하고, 채 설득되지 않은 죄라도 입으로 고백하는 습관적 회개에 익숙해 졌는지도 모른다. 진정한 회개는 분명 변화된 행동을 수반해야 할 텐데, 여전히 세월을 거듭해 속 시원하지 않은 미진한 과제로 늘 남아있다. 

1. 새 해에 회개가 중요한 이유

탈무드는 신년과 대 속죄일은 열흘의 간격 사이에 서로 다른 두 가지 방향성을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탈무드는 흔히 대속죄일을, 보편적인 사람의 선과 악이 혼재된 삶이 심판대에 오르는 날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신년이 시작되고 대속죄일까지의 열흘 동안이 그간 1년의 죄의 심판을 회개로 피할 수 있는 절호의 시간으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런 면에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법정에 오르기 전 죄를 청산 할 수 있는 마지막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어쩌면 이 기회에, 낱낱이 죄가 기억나서 모든 죄가 탕감받는다면 더 할 수 없는 사면의 특혜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매해 공식적인 특사를 법으로 제정해 둔 셈이다. 그리고 열흘 째 되는 대속죄일은, 모든 죄가 사면되고, 믿고 순종한 덕에 자신의 이름이 생명책에 기록된 것을 확인받는 날이기도 하다. 참으로 죄인에게는 온 가족이 반기며 투옥되지 않은 것을 축하하고 기뻐해야 할 일이니, 참으로 달력에 기록해  둘 만한 특별한 날이 아닐 수 없다.

대속죄일과 회개

랍비 어빙 그린버그는 “ ‘대 속죄일’은 24 시간의 죽음을 경험하는 날이며, 또한 새로운 생명의 무드가 삶의 표면을 감싸는 날이다”라고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고 하나님의 용서와 화해를 경험하는 날이다. 법정에 세워지며 또한 용서를 받는 날이기도 하다. 이 상반되는 방향성은 죽음으로 치닫던 죄로 범벅이 된 인생에 새로운 갱생의 출발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 신년 절기에 강조되는 세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회개와 기도와 선을 행하게 하는 것이다. 다소 게으름을 탈피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이에 대한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을 겁박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통해 성장과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2. 죽음과 생명의 관계

탈무드는 이 날이 유약함과 악과 선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보편적인 사람들에게 죄책감의 여정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 속죄일은 단지 회개만 무턱대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새 출발을 촉구하는데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검증된 인생으로서의 전진을 위한 것이지 음성적 자기 학대가 아니다. 탈무드는 육체적 죽음 만이 인간에 위협적인 것이 아니라, 주기적인 만성화, 반응의 상실, 습관화로 무감각해진 개념과 관심은 마치 죽음과 같다고 간주한다. 사람은 금지된 일을 한 두번 할 때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세번째가 넘으면 습관화되어 자기 합리화에 빠지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상의 습관화와 무반응적 감각 상실이 성장의 가장 큰 적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탈무드는 죄의 권세는, 사람이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집요하게 파고 든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이 변화하고 성장하고 새로워질 수 있는 능력을 자포자기하게 한다. 이에 반해, 회개는 처절한 절망에 대해서도, 인간에게 새로운 소망을 부여하는 하나님의 도전적인 모델이며 담보된 약속이라고 평가한다. 새로운 탄생은 다소 집중과 노력과 도움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고 조언한다. 소크라테스는 ‘검증되지 않은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회개를 거치지 않은 궁극적 불순물은, 마지막 과정인 ‘죽음’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속죄 제물로 대속죄일에 드려지는 아사셀 염소

3. 회개의 3R

고대에는 대속죄일에 아사셀 염소를 광야로 풀어놓거나 절벽에서 떨어 뜨려 전가된 죄가 사해지는 의례를 행하고, 사람들의 죄를 안고 재제사장이 지성소에 들어가 죄를 사함받곤 했었다. 하지만 제2성전이 파괴되고 난 후 이러한 의례는 없어지게 되었다. 그 후 오랜 세월을 거쳐 랍비와 탈무드의 현자들은, 죄에 대한 진정한 회개는 시간과 반복적인 과정(teshuvah)이 요구된다고 결론적으로 가르치게 되었다.

12세기의 현자 마이모니데스는 회개에는 세 단계의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완성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탈무드의 랍비들은 이를 3R 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1. Regret-반성 
2. Reject-거부
3. Resolution-해결 방안

으로 정리 될 수 있다. 첫번 째로, 인간에게는 자정 능력이 있고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심각하게 반성하는 과정을 거치면, 두번 째 단계에는 죄를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탈무드가 말하는 ‘행동은 말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낸다’는 단계로 들어설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습관화된 죄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으므로, 그것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강한 결단과 다시금 죄를 짓지 않는 반복된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마이모니데스는 ‘회개의 궁극적인 목적은 새롭게 태어나고 새로운 생명체가 되는 것’이라고 다시금 상기시킨다.

대속죄일의 유대인들

군대에서 제대 날을 기다리는 것도 애가 타는 일인데, 감옥에서 출소 날을 손꼽아 기다리다 사면이 이루어진다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 신문에는 특사를 받고 나오는 사람마다, 죄를 돌이키고, 사회를 위해 베푸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유대인의 새해맞이는 결국 진정한 기쁨과 의로운 인생을 새롭게 살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굳은 의지를 깨닫는 시간이다. 

회개를 통해 멋진 하나님의 고품격 사랑이 경험되고, 새 인생의 약속을 담보받는 사면의 절기인 셈이다. 샬롬!

정원일 호주이스라엘 연구소장
문화교류학박사(Grace Theological Seminary) 
이스라엘 & 크리스챤 투데이 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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