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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단상] 내 안에서 찾는 소망
최정복 (엠마오대학 기독상담학과 교수) | 승인 2021.09.09 14:31

한 친구가 실뱅 테송의 책 ‘희망의 발견’을 읽고 몇 인용구절들을 보내왔다. 2010년에 바이칼 호수 옆 시베리아 숲속의 한 통나무집에서, 6개월 혼자 살면서 쓴 글이라고 했다. 그 중에서 네가지를 소개한다.  고독해 질 때 하나님과 우정을 맺을 수 있다. 목표와 목적이 줄어 들거나 없어져야 삶에 더 많은 의미가 생겨난다. 자연은 그 자체대로 사랑해야 한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하루 한번은 정장 차림으로 식사한다이다. 도심속 사람들 가운데서 강요된 격리생활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제적인 지혜와 방법을 발견한다. 

젊은날 산 속에서 혼자 캠핑을 한적이 있다. 새벽과 밤 시간에 산의 숨결을 듣는 것 같은 그 경험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짧은 6일정도라도 혼자만의 은둔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지금은 가능치 않다. 이 격리상태가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로 백신 접종을 마쳤다. 한국에서 만든 마스크가 숨쉬기에 더 편하고 괜찮아 보여 넉넉히 구입했다. 록다운 기간에 상관없이, 움츠리지 않고 맞서 보겠다는 다짐의 표시다.

실뱅이 숲속의 통나무집에서 혼자 정장을 하고 식사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언뜻 하나의 쇼나 괴짜의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다. 웃기는 코미디 일수도 있겠다. 내게는 외딴 그곳에서도, 자신의 생활과 마음을 바로 잡으려는 큰 몸짓으로 이해된다. 요즈음은 누군가 집을 방문하는 사람도 없고, 나 또한 밖에 나갈 일이 많지 않다. 그러나 보니, 일상이 흐트러져 잠옷에 가운만 걸치고 아침 식탁에 앉은 적도 있었다. 지금은 매일 면도를 하고, 잠옷을 갈아 입고 침대를 정리하고 스트레칭 등 간단한 운동을 한 뒤에 아침을 먹는다. 가능한 시간을 내어 걷기도 한다. 가까운 골프장에 부킹이 되는대로 아내와 함께 라운드를 하고 있다. 애써 평상시의 몸과 마음 상태며, 생활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발코니에서 나가 있는 때도 많아졌다. 그냥 하늘과, 바다, 산등성이들을 쳐다 보기도 한다. 바다는 밀물 썰물에 따라 계속 움직이고 하늘의 빛깔에 따라 그 색도 달라진다. 하늘의 구름, 바람의 흐름과 방향도 계속 바뀐다. 그 자연은 내게 그처럼 움직이라 변하라, 너의 삶에도 리듬을 가지라고 귀띔해 주는 것 같다.  가까이서 보는 다육이들과  작은 그 꽃들이 앙증맞다. 하얀색 긴 풍란은 꽃이 예쁘지만, 보랏빛 풍란은 그 향기가 깊고 은은하다.  제라늄은 사철 꽃을 피우고, 독특한 냄새로 해충이나 모기를 쫓는다. 지금은 군자란과 팬지꽃 아프리칸 바이올렛이 한창이다. 제각기 다르지만, 모두 사랑스럽다. 포도송이처럼 아래로 쳐지는 다육이가 있다. 몇주전, 강한 바람으로 그 화분이 떨어져 깨어졌다. 다육이는 크게 상했고, 네 줄기중 하나는 떨어져 나갔다.  아내는 새 화분에 옮기고, 끊어진 한 줄기도 다른 화분에 심었다. 오늘보니 두 화분의 다육이가 거의 정상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 치유의 능력과 속도가 참 놀랍다. 사람의 몸과 마음에 상처가 커도, 그것을 아물게하고 회복시키는 신비한 힘이 이미 내 안에 있음을, 그 다육이를 통해 배운다.

보통 삶의 목적이나 목표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바람직하다. 그러나 실뱅은 목표와 목적이 적거나 없어져야 삶에 더 많은 의미가 생겨난다고 했다. 왜 그러할까? 그런 목적은 주로 자신을 위해, 또한 미래의 성취를 위한 것들이다. 그 과정에 가족과 이웃에게 여러가지 희생과 고통을 주기도 한다. 오히려 그런 목표가 줄거나 없을 때, 삶속에 더 많은 보람과 의미가 생긴다는 그의 말에 수긍이 간다. 

엊그제 한국 대전에 있는 한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던 건축가로 열정적으로 일하던 분이다. 안타까운 상념가운데서 문득 지금이 내 삶의 어떤 계획이나 일들을 더 줄이고 내려 놓아야 하는 그런 때라는 자각을 했다. 메이지 않는 더 큰 자유함을 위해서다. 어떤 목표나 일이 없어도, 내 삶이 알찬 의미와 보람으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휴대전화나 컴퓨터도 쓸 수 없는 외진 곳에서. 사람 소리를 듣지 않으니, 하나님이 나타나고 그 분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실뱅의 고백이 가슴에 와 닿는다. 돌이켜보니, 이 격리 과정을 통과하면서, 나는 그 분과 조금 더 가까이 그리고 더 친밀한 사귐의 기회를 가질수 있었다. 아니 그 분께서 그렇게 허락해 주셨다. 그 분은  내게 속사람을 강하게 하라, 네 자신에 몰두하지 말라, 록다운 상황에 위축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이미 알고 경험한 나의 사랑과 은혜안에 거하라. 모든 일에 기뻐하라, 감사하라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한 말씀들이 귀하지만, 그 분 자체가 내게는 가장 큰 소망의 빛이다.

최정복 (엠마오대학 기독상담학과 교수)  jason.choi4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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