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치권에서 일자리유지보조금(이하 잡키퍼) 부당 수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달 매출 1천만 달러 이상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잡키퍼 수혜 내역 정보를 공개하라는 야당(노동당)의 법안이 여당(자유 국민 연립)의 결사 반대로 하원에서 부결됐고 상원에서는 여당과 군소정당 원내이션(One Nation)의 반대로 무산됐다. 스콧 모리슨 정부가 왜 이토록 정보 공개에 반대하는지 배경도 의문이다. 
 
이에 렉스 패트릭 상원의원(무소속)은 국세청장이 개인기업의 수혜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결의안을 상원에서 두 번 통과시켰다. 그러나 크리스 조단 국세청장은 ‘공공이익면제’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정보 공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제 패트릭 의원은 국세청장을 의회모독행위로 상원 청문회에 회부하려는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성공해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여당이 청문회에서도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증시 300대 상장 기업들(publicly listed companies) 중 잡키퍼를 받은 기업의 26%가 1억4천만 달러를 반납할 의향을 발표했다. 상장기업은 경업 실적이 공개되기 때문에 아마도 반납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기업(브랜드)의 이미지 손상을 고민했을 것이다.

도미노피자(Dominos), 대형 건설사 시믹(CIMIC), 자원 기업 일루카 리소스(ILUKA Resources)와 산토스(Santos), 건자재기업 애드브리(ADBRI) 등은 받은 잡키퍼 전액을 환불했다. 

팬데믹으로 위기 상황이라 일단 받았지만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며 상당한 이익을 냈기 때문에 전액 환불한 것은 ‘용기있는 결정’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사례가 일부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국내 소매유통업계 강자인 하비노만(Harvey Norman)이다. 정부로부터 2200만 달러의 잡키퍼를 받은 하비노만은 1년동안 8억4천만 달러의 막대한 이익을 냈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지만 창업자인 제리 하비 최고경영자는 환불 요구를 강력 거부했다. 그러다가 최근 아무 설명 없이 받은 보조금 중 일부(약 27%)인 6백만 달러만 달랑 반납했다. 아직 1450만 달러는 반환하지 않았다. 

하비노만의 갑작스런 부분 반납 꼼수가 패트릭 상원의원의 정보 공개 압박과 관련이 있는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기업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악화를 우려했을 가능성은 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상장 기업이든 비상장(개인) 기업이든 팬데믹 기간 받을 자격이 없는데 잡키퍼를 받았다면 국민의  세금을 모두 반납해야 할 도덕적, 윤리적 의무가 있다.  
하비노만 같은 대형 소매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세금 전액 반납을 거부한다면 불매 시민운동을 펼쳐서라도 기업이 타격을 받도록 해야 한다. 

'a fair go(공평한 기회)‘ 정신을 중시하는 호주에서 기업계의  양심 불량이 확산돼 새로운 표준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양심 불량이 팬데믹 시대의 또 하나의 ‘뉴 노멀(new normal)'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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