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호주상식 & 교육 칼럼
[한정태의 호주 상식 & 교육 칼럼(9)] “영어도 잘 안 되는데 제가 꼭 학교에 가야 하나요?”
한정태(현 NSW 고교 교사) | 승인 2021.09.16 12:22

학부모 면담회의 중요성  

고교에서는 학부모 면담회가 대부분 학년마다 일 년에 두번씩 하게 된다. 학교는 학부모에게 인터뷰 날짜가 다가온다고 알리고 과목마다 선생과 면담 시간을 예약한다. 대체로 온라인 부킹 시스템으로 예약이 가능하며, 시간대는 학교 수업이 마치는 3시부터 늦게는 8시까지 계속된다. 

교사들은 이런 날은 많이 지친다. 거의 12시간을 연결해서 학생들과 학부모를 상대하며 말을 계속해야하는 날이다. 하지만, 학부모 면담은 정말 학생들 교육에 유익하다는 것을 알기에 모두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다. 필자는 10년째 교편을 잡으면서 한인 학부모들에게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학부모 면담이기 때문에 지면을 빌려 생각을 나누어 볼까한다.

필자가 고교 교사인 관계로 초등학교에서 어떤 식으로 학부모가 교사와의 면담에 참여해 왔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예상컨대 학생들이 어리기 때문에 나름 학교에 더 관심을 보였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 셀렉티브 시험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자녀를 고교에 입학시킨 후에는 한 템포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7학년 부터는 학생들이 스스로 등교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한시름 놓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호주에서는 12살이라는 나이를 지칭해서 ‘트웰비(Twelvie)’ 라는 용어를 쓰는데 한국어로 ‘중2병'과 같은 말이다. 숫자 13 부터 ‘Teen’ 이 들어가는 십대를 ‘틴에이저(Teenager)’라고 부르지만 12살은 아직 십대도 아닌 시기여서 그런 말이 있는 것 같다. 이 ‘트웰비(Twelvie)들’의 특징은 어린이에서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마치 세상을 다 아는 듯, 그리고 어른과 맞먹으려 하는 행동이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교민 가정에는 이 시기에서 사춘기로 이어지면서 부모가 영어를 잘 못 할 경우 부모를 무시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 다른 이민자 가정에서도 종종 보게 되는 문제가 이것이다.

이렇게 학생이 부모보다 영어를 잘하고, 부모는 호주에서 고교를 다니지 않았다면, 방심하는 순간에 학생들의 보이콧에 말려들기가 십상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의 행사들에 대해 부모한테 정확히 전달하지 않고 본인에게 유리한 것만 전달하기 일쑤다. 예를 들어, 조금만 학교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된다고 오늘 별 중요한 수업 없다고, 또는 과제를 못 끝내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다고 노트를 써달라고 한다. 그리고 본인이 노트를 쓰고 부모한테 서명만 해달라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운동회 또는 스쿨캠프 등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가끔 “엄마, 내 친구들 아무도 안 가. 엄마가 좋아하는 공부 잘하는 줄리아 있지? 걔도 안가고 수잔도 안 가. 그니까 나 집에서 쉬면서 공부할래, 노트 써죠” 라고 하면 부모들은 대부분 수업을 놓치는 것도 아니니 수긍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 잘 아시겠지만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는데, 학생들이 과제를 다 못 끝냈다고 학교를 안 간다는 이유를 댈 때와 운동회 또는 스쿨캠프에 안 보내는 학부모들께 꼭 상기(remind)시켜드리고 싶다. 고등학교는 학문을 배우기 이전에 사회성 인간을 만드는 곳이고, 대학점수를 따서 진학하는 기능보다 청소년의 자아가 성립되고, 여러 친구와 교류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기능이 더 큰 곳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했어도 사회에서는 지식인이라고 인정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학문의 수준이 어쨌거나 고교 수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 있어도 사람이  덜되면 쓸모없다는 것을 어른이 된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과제를 못 끝냈다고 자꾸 데드라인을 못 맞춰도 도피할 방법이 있게 부모가 습관을 들여주면, 대학 생활 또는 직장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리고 운동회나 캠프를 통해 평소에 친하지 않던 친구들, 다른 반에 있던 친구들과도 자연스레 조금씩 교류를 해보며 없었던 사회성을 길러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꼭 보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학생들이기에 다양한 추억거리를 만들 기회를 주는것이 부모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학부모 면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정보를 부모한테 전하지 않고 중간에서 보이콧하고 부모는 면담회가 있는지도 모른 채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학교에서는 집으로 우편으로 통지를 하기도 하고 학생 편으로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요즘은 학교 웹사이트를 통해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부모가 능동적으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으면 여러가지 학교 행사를 놓치기가 십상이다.

필자는 항상 학부모 면담이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이유는 첫째, 학기 초반에 특히 학생들을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기 이전에 학생들 하나하나가 누군지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부모를 만나서 면담을 5분이라도 해보면 학생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지게 된다. 사실, 십대 아이들 30명이 있는 교실에서 교사의 입장은 똑똑하고 발표 잘하는 학생과 말썽 피우는 학생에게 관심이 먼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튀지 않고 얌전히 자기 할 일 잘하는 학생들은 교사들 사이에서 일컫는 ‘투명 학생 (Invisible Student)’ 이 되어 버릴 수 있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나의 소중한 아이가 잘하고 있는데 선생 눈에는 잘 들어오지도 않는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다고? 솔직히 투명 학생들 이름이 제일 나중에 외워지게 되는건 피할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만약 부모를 만나 학생에 대해 한번 대화를 해보고 나면 또 시각이 많이 달라진다. 부모와 면담을 하게 되면 그 인상이 남아있기 때문에 ‘투명 학생’을 더 잘 볼 수있는 능력이 생기게 되고 관심이 더 가게 되는 것이 필자의 경험이다.  

둘째, 부모와 교사간의 솔직한 대화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의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성적표에 기재하는 교사의 소견이다. 대부분의 교사는 글로 남겨지는 성적표에 감흥 없는 건조하고 긍정적이기만한 소견만 쓴다. 약간이라고도 부정적으로 쓰게 되면 골치 아픈 상황이 너무 많이 벌어지는 탓에 이제는 모두 무미건조한 말을 쓰는 것이 일반화되어 버렸다. 하지만, 면담을 통해서는 입장이 다르다. 얼굴을 보고 교사들은 학부모의 눈을 보고 학생에 대한 솔직한 소견을 공유할 용기가 생긴다. 그 대화 내용이 약간 부정적이라도 사실대로 전하고 부모와 함께 그 학생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음으로 큰 도움이 된다. 내가 학부모라도 정말 교사의 의견이 궁금할 것 같다. 내가 직접 못 보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 아이는 과연 다른 아이들과 섞여 있을 때 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다른 아이들은 내 아이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궁금할 것 같고, 결국 아이들을 매일 지켜본 교사들에게 최대한 많은 의견을 듣고 싶을 것 같다. 


셋째 이유는 면담의 통해 보통 부모와 협력 또는 동맹을 맺게 된다.이렇게 부모가 교사를 만나고 나면 골치 아픈 학생들의 행동이 좋아지곤 한다. 아마도 어른들끼리 무언가 무언의 동맹을 맺은 것 같이 느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사실 학생들을 예전 한국의 모습 같이 체벌 없이 잘 다루려면 교사의 입장에서는 부모와의 협력이 정말 절실하다.

그러나 현실은 한인 학부모는 대부분 몰라서, 또는 영어가 안되니 별 의미 없을 것 같아서 안 오는 경우가 너무 많아 보인다. 혹시나 그동안 고교 면담회를 놓치거나 내 아이는 성적 잘 나오니까 안 가도 되겠지 싶어서 내버려 두었다면 꼭 빠지지 말고 참여하기를 권유한다. 영어가 문제라면 학교에 통역을 요청할 수 있다. 또는 주변 지인 중 통역을 해줄 친구분과 같이 갈 수도 있다. 학생에게 이런 것까지 통역을 시키지는 않았으면 한다. 한참 사춘기 학생에게 학부모 면담은 어른인 부모의 권리이며 동시에 의무이므로, 학생에게 그것까지 의지한다는 것도 왠지 부모로서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가서 특별히 말 할 것도 없다. 교사들은 보통 말하기 좋아하기 때문에 그냥 “How is my son/daughter doing in your class?” 한마디만 던지면 선생 입장에서 부모한테 자녀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을 술술 계속해줄 것이다. 그냥 웃으며 “땡큐” 하고 오더라도 부모로서 내 아이가 선생에게 조금이라도 더 집중 받고 존중 받기 위해 할 일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가 영어가 안돼도 아이의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선생의 의견과 시각을 존중하고 학교를 찾아와 준다는 것은 그 아이는 귀한 자식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그 누구도 남의 귀한 자식한테 절대 함부로 하기는 힘들다. 그러므로 학부모 면담은 내 아이를 맡겨놓은 교사에게 얼굴 도장만이라도 찍어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면서 결국 학생의 학교생활에도 전체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니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참여하길 바란다. 

한정태(현 NSW 고교 교사)  danhan98@gmail.com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정태(현 NSW 고교 교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Suite 2, L1, 570 Blaxland Rd. Eastwood NSW 2122 Australia  |  Tel : 02-8876-1870  |   Fax : 02-8876-1877
Copyright © 2021 HANHO KOREAN DAILY. All rights reserved. mailto : info@hanho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경환
Back to Top